
중국조선족사회에 일파만파로 거대한 파문을 던져오며 조선족사회 지각변동을 일으킨 한국 방문취업제 실무한국어능력시험(B-TOPIK)이 16일 오후 14시부터 17시까지 장춘, 대련, 청도 등 중국내 15개 지역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한국 법무부의 방문취업제 도입정책에 따라 실무한국어능력시험은 재중 무연고조선족들이 어차피 넘어야 할 산으로 이번 시험실시는 한국행에 목마른 조선족들에게 늦게나마 단비를 뿌려줬다. 이번 시험 출제와 채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감독은 중국교육부 고시중심에서 대행했다.
이날 수험생 정원이 8700명인 장춘 5개 고시중심을 비롯해 각 지역 고시중심에는 한국행을 갈망하는 수험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할빈에서 11시간 기차로 대련외국어학원 고시중심에 도착한 수험생도, 연길에서 9시간 기차를 타고 장춘에 도착한 수험생들의 얼굴에서 피곤기가 력력했지만 한국에 갈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흥분과 함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제 한국에 못가면 제 인생은 바로 끝장입니다''라고 넉두리를 하는 연변출신의 최룡학씨(40세)는 산업연수생으로, 친척방문으로 수속을 넣었다가 브로커들에게 두번 협잡을 당하는 바람에 집도 밭도 날리고 빚만 잔뜩 걸머쥐고 있단다. 한국행을 유일한 외나무다리로 간주하는 최룡학씨는 '이제 한국에 가서 열심히 일하여 빚도 다 갚고 딸애의 뒤바라지를 해주겠다'고 소박한 희망을 털어놓았다.
''한국바람에 흔들리지 않아도 지금쯤은 얼마든지 편하게 먹고 살수 있을겁니다. 한국행이 이제야 빛을 보는것 같습니다.''길림성 영길현 모 중학교에서 교원사업을 했다는 박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도 너도나도 가는 한국행에 교원직을 미련없이 차버리고 산업연수로 수속을 넣었다가 엉뚱한 교육만 장장 1년여간 받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고 한다. 크게 사기를 당하진 않아도 한국행만 고집하는 들뜬 마음에 몇년간 천진, 북경, 청도 등지를 떠돌아다니며 일터를 수없이 바꿨다고 한다. 박모씨는 이제 한국에 가면 그동안 익힌 용접기술로 봉급도 높게 받는 기술일을 하며 중국에서 허황히 보낸 시간과 돈을 되찾겠다고 결심했다.
응시료 수취기준으로 응시자가 총 2만 9727명으로 올해 재중 무연고조선족들에게 배당된 2만 332명 입국허가로 볼 때 비자발급률이 68%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번 시험결석률이 꽤 높게 나와 발급률이 68%를 훨씬 넘어설것으로 전망된다. 할빈쌍태문화언어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에 등록된 총 2000여명 학생가운데 170명가량이 이미 비자를 받았거나 각종 연유로 시험을 포기했다. 대련외국어학원 고시중심에 단체로 등록한 심양시 모 려행사 강습반은 총 결시률이 4% 가량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조선족이 많이 집거하는 연유로 동북 2곳 고시장은 결시률이 비교적 낮게 나왔지만 수험생정원으로 남방에 부득이 등록한 수험생들의 결시률은 높을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대비하여 만약 한국법무부에서 당초 약속대로 2만 332명을 비자쿼터제로 선정할 경우 시험합격자중 10명에 7명이상이 나간다는 얘기로도 통한다.
수험생들의 주류는 농민들로 한국에 가서 단순 돈벌이를 하겠다는 경우와 이외 비자를 받아 한국 자유출입을 원하는 공직자들이나 젊은이들, 류학가는 자식 뒤바라지로, 퇴직하고 너무 한가하여 한국에서 쉬운 일이나 찾아 하며 견식을 넓히겠다는 사람들 등으로 목적성이 다양하게 나왔다.
년령별 구조로 볼 때 수험생들 70%가량이 35세-55세사이로 한국에서 예상한 35세~44세 35%, 45세 -54세 30% 비자발급률과 맞아 떨어졌다.
오후 16시 30분부터 시작되여 수험생들이 륙속 답안지를 제출하고 교문을 나섰다. 이들은 한결같이 밝은 표정으로 대부분 수험생들은 시험이 쉽게 나왔다고 기뻐하며 당장 한국에 갈듯 신나했다. 특히 정규화된 학원에서 학습하며 여러번 모의시험을 친 수험생들이나 자습을 꾸준히 한 수험생들은 기준합격점수인 200점을 훨씬 넘어서는 300점이상에도 자신있다고 홀가분하게 말했다. 시험이 쉽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공부에 게을리한 수험생 3명이 장춘시제90중학교 시험장에서 축출당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수험생들은 대체로 어휘, 문법, 쓰기는 쉬웠지만 듣기 제2부분에서 문제 하나로 답을 2개 맞추는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특히 모의시험 훈련을 받지 않은 수험생 대부분이 례하면 물음 하나로 28번과 29번을 답해야 했는데 28번을 답하고 다음 30번에로 넘어가니 어리둥절해 했다.
이번 수험생들의 시험지는 비행기편으로 한국에 운송, 채점을 한 다음 전산추첨을 거쳐 빠르면 11월초부터, 래년 6월말까지 전부 비자를 발급할 예정이다. 올해 한국행 무연고 첫차를 탄 수험생들은 이제 각자 살던 고장에서 시험점수와 전산추첨에 신경을 도사리며 행운을 기대하는 심정이다.
흑룡강신문/김호 박진엽 기자 jinhu-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