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침툰과 송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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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침툰과 송도원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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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칼럼>

룡정 시내뻐스에 앉아 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한 종점마을에 이르게 된다. 약수동샘물터와 대포산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있는 마을이다. 종점에 내려서 패말에 씌여진 촌명을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깊은 감동에 젖어본적이 있다.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그 촌명이 바로 물베개마을이라는 뜻의 수침툰(水枕屯)이다.

밭과 논을 두르고있는 이 마을아래로는 천년 해란강이 유유히 흐르고있다. 해란강을 끼고사는 마을이라고 해서 수침툰이라고 이름을 달았을가? 어느때 어느 시인이 지어준 이름일가? 혹시 먼 옛날 어느 유식한 유학자나 동네 서당선생이 지어준 이름은 아닐가?

물을 베개로 아는 기발한 상상력을 지녔던 촌명작자분의 존함을 몹시 알고싶었지만 명산이나 명촌은 대체로 작자미상이다. 심히 아쉬운 일이기는 하지만 자연을 안고살던 선인들의 지혜는 긴 세월을 넘어 오늘까지도 길손의 마음을 적셔주고있다.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간판명도 생각난다. 제지공장이 앉은 도문시 석현진의 심추(深秋)다방이라는 간판명이 그 일례이다.

우중충한 공장건물이 태반을 차지해 별다른 정취를 느낄수 없는 석현진에서 심추라는 간판이름은 유난히 눈길을 끄는 일점홍이였다.수년이 지난 뒤인데도 석현하면 심추다방이 생각난다. 그 다방이 오늘까지 건재하고있는지는 알수 없지만.

수침툰이라는 촌명이 말해주듯 옛날사람들은 자연의 풍요속에서 자연이 주는 혜택과 더불어 살았다. 가난이 흠이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빌딩수풀과 자동차홍수속에서 사는 도회사람들은 자연이 그립다. 얼마나 목마르게 그리웠으면 차나 커피를 파는 일개 수수한 다방에도 심추라는 아름다운 계절이름을 다 붙였겠는가.

자연이 그리워 연길에서도 도시록화가 한창이다. 가로수가 심어지고 공공록지가 생겨나고 유원지가 만들어진다. 연서교서북켠엔 송도원(松濤園), 동북쪽엔 원신유원(園新游園)이라는 유원지가 생겨나 이목을 끌고있다.

잡도리만을 보아서는 제법 자연친화적인 방향으로 가고있는것 같기는 하지만 자연회귀의 발걸음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아보인다. 송도원에는 수림을 조성하느라 심은 나무들속에 소에 말뼈격으로 아빠트 몇층 높이의 장벽같은 세멘트구조물이 괴물처럼 버티고 서있어서 유감을 자아낸다.

산벼랑모양새를 갖추기는 하였어도 세멘트구조물은 필경 자연과는 멀다. 과학자들은 세멘트가 마르기전에는 계속 독소를 내뿜는다고 지적한다. 세멘트가 마르는데는 30년 내지 5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게다가 가짜는 어디까지나 가짜이다. 우리는 분명 세멘트천지나 콩크리트벽체가 지겨워서, 그보다는 순수한 자연이 그리워서 록화공정이라는것을 고안하고 행동에 옮기고있는데 유원지에 세멘트구조물을 앉힐 때는 그 간절한 그리움을 쉽게 잊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세멘트콤플렉스에라도 걸려서 세멘트가 아니면 록화문장을 지을 재간이 없다는 말인가?

원신유원은 더구나 세멘트가 주색조이다. 산벼랑모양의 구조물은 물론 집모양, 뿌리모양의 구조물이나 휴식용의자, 심지어 유보도도 세멘트가 주재료이다. 록색이 주제인지 세멘트가 주제인지 확실치가 않다. 룡정시병원의 정원풍경처럼 산에 흔한 자연석이라도 실어와 조경으로 삼는다면 얼마나 좋을가.

문제는 어쩔셈인지 독소를 뿜고 자연을 거스르는 이런 세멘트구조물들이 유원지들에는 물론 강변유보도나 거리의 록지, 심지어 정부의 마당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뻗어가고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적어도 유원지에서만은 세멘트라는 도회의 복장을 벗어버릴수는 없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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