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 > 조선족 "판소리 원형"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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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 > 조선족 "판소리 원형"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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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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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2003-12-29

올해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운데 중국 조선족 사이에 판소리의 원형과 변형된 형태가 보존, 전승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판소리 전문가인 전북 군산대 최동현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최근 중국 길림성(
吉林省) 옌볜(延邊)을 중심으로 한 조선족 자치주에서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 형태를 연구한 "연변 지역 판소리의 전승 현황"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조사 결과 조선족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는 옌볜 지역에 판소리
발달사 측면에서 초기에나 볼 수 있는 원시적 형태의 판소리와 강창(講唱 판소리계소설을 창을 섞어가며 들려주는 양식), 경서도 민요 형태의 판소리 등 다양한 형태의 판소리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판소리의 형태는 최 교수가 지난 2001년 2월과 올 7월 등 두차례에 걸쳐
중국 현지를 조사한 결과 확인됐다.
최 교수가 조사한 소리꾼 가운데 경남 합천 사람으로 1938년 중국으로 이주한
리교영(78)은 판소리 다섯바탕 가운데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일부를 부를 줄 아는 "자생적 판소리꾼"이었다.
전문적인 판소리 수업을 받지 않고 민간에서 전승된 소리를 이어받은 리씨의 판
소리는 장단과 선율이 조악한 원시적 형태로 판소리의 초기 발달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형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씨의 소리는 판소리의 장단, 선율과는 거리가 있지만 판소리의 기본적인 형태
인 "아니리"와 "창"의 교체 반복 형식은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또 북한에서 판소리를 배웠다는 소리꾼 차병걸(78)은 맹인으로 3시간 분량의 심
청가를 완창했다.
차씨의 판소리는 리씨보다 세련된 형태지만 선율과 장단, 성음과 어조 면에서
정식 판소리가 아니고 판소리계 소설을 창을 섞어가며 부르는 강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소리꾼 리소선(82)은 사설이나 장단, 선율은 판소리와 같거나 비슷하지
만 발성 면에서는 남도소리가 아닌 경서도 소리 성음을 지닌 또다른 판소리 형태를 간직하고 있었다.
판소리는 북한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전승이 끊겼으나 옌볜을 중심으로 한 조선
족 자치주에서는 문화대혁명 기간(1966-1976)의 대대적인 탄압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옌볜대학 예술학원과 옌볜예술학교를 중심으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전성옥 기자 =sungok@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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