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육상을 조금 하였다. 다시말하면 달리기를 잘 하였다는 말이다.
연길시대회에 나가서 2등을 하였으니 ... 물론 전연길시에서 총성적이 2등인 것은 아니고, 그대회 우리분조에서 2등을 하였던 것이지만 그래도 市대를 나갔다 왔다고 나는 드믄드믄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소를 불곤(吹牛) 한다. 뻥을 친다는 말이다. 아마도 그 분조에서는 잘뛰지 못하는 사람만 뛰였든지 내가 2등을 하였으니 ... 어쩌나 저쩌나 육상은 좀 하였던 것은 틀림이 없다. 그리고 거기에 육상에서 제일 힘들고 의지와 스피드 체력 모두가 겸비해야 하는 400 메테 달리가 선수였으니 그래도 보통 사람보다도 훨씬 잘 뛴다는 말이다.
어차피 뻥을 친거 조금만 더 소를 불어 보자.(吹牛)
달리기 잘하는 덕분에 나는 아직 어디가서 남들한테 맞아 본적이 없다. 물 론 싸움 잘해서 안 맞은 것은 아니고 어찌나 잘뛰는지 싸움하다가 안되면 36계 줄행랑이라고 냅다 뛰면 그누구도 안된다.그렇게 싸움에 패해서 뛸때는 그어떤 시합 보다 더 잘뛰여서 누구도 나를 잡지 못한다.
집체호때 있었던 일이다. 노투구에 꽃파는 처녀라는 북조선 영화를 보러 집체호 형님들과 함께 갔다가 표사는것 때문에 밀고 당기다가 로투구 깡아지떼들과 싸움이 붙었는데 ... 집체호 형님이 " 하자! " 하니 우리는 셋이서 싸움을 시작하였는데... 서로 뱅뱅 돌면서 치고 박고 하다가 형님들이 또 안되겠다 뛰자 하는 소리가 떨어지게 바쁘게 뛰기 시작한 나는 로투구에서 단숨에 달려서 동불사로 달려 온 나다. 내가 집체호에 온후 한 시간후에 형님들이 집체호에 도착했는데... 형님들은 모두 그들에게 붙잡혀 맞아서 그꼴이 가관이 였던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서 나는 싸움은 잘하지 못해도 잘 달리기에 언제한번 맞아 본적이 없고 붙잡혀 본적이 없다. 걸음아 날살려라 는 나의 최고의 전술이며 생명이다. 그리고 이달리기가 한국에서의 이주정배의 불체자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도 퇴근 시간이 가까워 왔는데... 부장님이 전화를 받더니 나를 보고 빨리 도망가라는 것이다. 불체자 단속이 나왔다고 ...
제길 ~ 또 단속이냐, 인젠 진저리가 난다.
난 한국에 와서 벌써 몇번 걸렸댔다. 그래도 여직 한국에 버티고 있는것은 삼십육계 줄행랑이라고 나의 특장 달리기를 잘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도 따라주고 ...
제일 처음 잡힌것은 경기도 포천 섬유공장에서 근무할때이다. 어느날 퇴근후 우리는 김대리짚차를 타고 한탄강에 고기 잡으러 갔다. 갈때는 아무 검색도 없던것이 올때는 그헌병늠들이 차를 세우고 신분증 제시 하라고 하는데 ㅎㅎ 어리부리한 기사 한늠 과 내가 잡혔다. 한국사람이라면 신분증 뒤글자 네개만 알아도 붙잡지 않는데 이한국분은 그 네개 수자를 잘 못 암기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나, 나는 본래 신분증이 없으니 중국조선족이라고 이실직고 하였다. 그리고 여권은 회사에 있다고 ... 이 헌병은 아마 그날은 무던히도 따분했던지, 아니면 몹시 심심풀이가 없었던지 어디서 졸병 한늠을 불러다가 나를 중국사람이 맞는가 검사하라고 하는 것이였다.
그졸병은 나한테 검사를 한다는 것이 중국어로 일이삼사를 외우라는 것이다. ㅋㅋ 난 웃음이 나오는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이얼싼쓰 하고 십까지 외웠다. 십까지 다 외구고 이10 쉐끼, 하고 큰욕을 된욕을 했었다. 속으로 말이다. 아니 이얼싼쓰를 하지 않고 " 초니마"를 했어도 그늠들이 알거 같지는 못했다. 그러나 난 아주 성실하게 이얼 싼쓰 우 하고 외웠다. 소위님 ; 중국사람 맞습니다. 졸병이 보고하였다. 아마도 어느 대학에서 중어를 전공하였는가부다.
두번째는 동대문에서였다. 난 일요일이면 서울에 와서 보내곤 하였다. 왜냐하면 회사 밥하는 아줌마는 일요일엔 출근하지 않고 모두들 자체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그것이 싫어서 난 일요일이면 꼭 서울에서 보내군 하였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날 동대문 지하철에서 금방 입구를 나서는데 한분이 나한테 다가 오더니 경찰증을 제시하면서 나보고 신분증 제시하라고 한다. 난 신분증이 없는데요 했더니 왜요 하기에 난 여권이 있습니다. 하며 여권을 꺼내 주었더니 한참 뒤집어 보더니 교포인가요 하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한국말을 잘하기에 그렇게 짚었던것 같다. 난 예 하고 대답하였더니 그경찰은 불법이군요. 왜서 돌아가지 않는가요 한다.
난 솔직히 대답하였다. 솔직히 지금 돈 얼마 벌지 못하여서 돌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경찰이 여권을 돌려주면서 따스한 말 하나 더 보태 주더라 ;"돈 많이 벌고 가세요. " "예 고맙습니다. " 난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에 인사를 거듭하며 진정 고마움에 경의를 표하였다. 그경찰은 누가 뭐래도 마음씨 좋은 경찰이 틀림이 없는것 같았다. 난 하마터면 지갑에서 수표한장 꺼내 그에게 드릴뻔 했다. 그때는 그것이 유행이였다. 그러나 요즘은 千不當 萬不當 이다.
솔직히 나도 인젠 돈도 조금 벌었고 하니 배짱을 부린다. 잡히면 가지머, 그까짓것 대수냐 ... 이장군님이 말했던가 ; "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 난 솔직히 이런 배짱으로 오늘까지 버텨 왔다.
그런데 이번 단속은 예사롭지 않았던 모양이다. 난 나를 도망가라고 하는 회사분들에게 또 큰소리를 쳤다. 노름엔 져도 얼굴을 이긴체 하라가 나, 이 주정배의 좌우명이다. 그까이것 붙잡히면 가면 되지뭐, 대수야. 하면서... 그리고 우쭐 하면서 한마디 덧붙혔다. 양반은 물에 빠져 죽어도 개발은 안쳐! 하고.그리고 태연자약히 천천히 대수롭지 않게 회사문을 나서는 순간 아뿔사 이거 정말로 법무부 단속반 어른들이 대문을 봉쇄하고 또 몇분은 회사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쩐다. 그까이것 또 뛰여본다 삼십육계 줄행랑이라. 하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엎드려서 신들메를 단단히 조이기 시작했다. 나의 뇌리에는 그옛날 市운동대서 뛰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노투구에서 한숨에 달려 동불사까지 왔던 그장면이 떠올랐다.그리고 ... 그리고 ... 이때 나의 귀에는 손자병법이 메아리 치는 것이 였다. 자기를 알고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한다.
그래 안된다. 저들은 아직 젊은이들이고 나는 인젠 반백이 다 되지 않았는가 ... 그리고 육상훈련을 해본지도 어언간 20여년 그리고 타향살이에 늙어버린 청춘 술만 먹어서 주기가 벌겋게 피여어린 얼굴, 네 주정배가 뛰면 얼마나 뛰겠다고 신들메를 조이고 있는단 말이냐!? 하고 손자가 나를 비웃듯 속삭이는것 같았다. 그리고 나에게 귀뜸하는 것이였다. 범에게 물려도 정신만 차리라고.
안돼! 뛰면 안돼 ! 절대 안돼 나는 냉정히 머리를 다시 굴리기 시작하였다.
법무부단속반이 점점 가까워 지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늠늠한체 하면서 돌아서 회사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 갔다. 마침, 경리 아가씨가 어디에 나가고 컴퓨터만 대기모두로 되여 있었기에 나는 재빨리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리고 머리를 숙이고 타이핑을 시작하였다. 그무슨 문서를 작성 하는것처럼 ...
가슴은 쿵닥쿵닥 뒤고 있었다. 잡히면 나의 한국생활은 끝이다.괜찮아 괜찮아 인젠 돈도 얼마간 있겠다. 잡히면 가야지 ... 집에가면 죽나 뭐 인생은 세옹지마라고 혹 더 잘 될지도 모르지 ... 그래, 집에가면 대박이 터지던지 아니면 로또복권이 당첨되여 인생역전이 될지도 모르지 ... 하고 자아위안 하면서도 마우스를 쥔 오른손은 알콜 중독자들처럼 조금씩 떨고 있었다. 덜덜, 덜덜덜 하고 ...
그리고 또 나의 머리 속에는 아직 채 받지도 못한 두달봉급이 생각났고 기한이 되여도 돌려 주지않고 , 집드는 사람이 새로 들어오면 돈을 돌려 준다는 그주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잡히면 법무부에서 그돈을 찾아 준다는데 정말 찾아줄가 ? 안 찾아 주면 난 십년공부나미아미타불이 되지 않는가 ?
이윽고 뒤따라 법무부단속반 사람이 들어섰다. 여보세요! 잠깐 실례 하지만 ... 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인젠 끝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억지로 일어났다. 난 속으로 빌었다. 전화라도 왔으면 ... 전화라도 ... 전화야! 울려라. 빨리빨리 울려라 !
바로 이찰나, 정말 거짓말 처럼, 아니 기적처럼 따르릉 ...따르릉 하고 울리는 전화 벨소리 ... 나는 잽새게 한손으로 전화를 쥐며 한손으로 법무부 단속반에게 다른손을 들어 잠깐 기다리는 싸인을 보냈다.그리고 전화를 들었다.
물론, 이주정배를 찾는 전화 일리 만무였지만 나는 대고 떠들며 말하기 시작하였다. 모택동이 말하였던가 전략과 전술은 우리당의 생명이다. 난 전략과 전술을 쓰기 시작하였다.
" ... ... 뭐요,그것이 뭐가 잘못 되였단 말이요. 핑크칼라가 아니고 레드칼라 라구요. 그럴리 없는데 ... 아니 뭐요 그것도 싸이즈가 다 틀리다고요. 아니 그럴리가 ... " 우리회사의 물건이 잘못 나가서 크레임 받은것 같았다. 난 부장님 찾는 전화를 쥐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저쪽에서 전화를 놓는 소리를 듣고도 전화기를 놓지 않고 빈전화기에 대고 계속 장황이설을 펴기 시작하였다.
@#$%^&*()_)(*&^%$ #@#$%^&*(*&*
얼마후 뒤에서 뭐야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돌아서 보니 단속반 사람들은 이미 떠나가고 부장이 들어섯던 것이다.
휴 ~ 살았다. 십년 감수했네...
그날 회사에 필리핀애들이 6명이나 붙잡혀 갔단다.
나는 천천히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지하철로 향하였다.
그런데 ... 지하철에도 제복을 입은 사람이 둘이나 서 있지 않는가... 내려가는 승강기를 탄 나는 다시 올라 갈수도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아래로 천천히 미끄러졌다.
그러나 그들은 경복 비슷한것을 입은 지하철 안전원들이였다. 휴 ~ 더위 먹은소 달보고도 헐떡 거린다더만 ...
마침내 전철에 들어선 나는 마치 항일하는 지하공작자들 처럼 우선 주위를 한번 휙 훑어 보고 이상이 없어서야 비로서 맥없이 의자에 몸을 맡겼다. 똑마치 내몸은 물먹은 솜처럼 맥없이 처지는것 같았다.
후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이 지긋지긋한 타향살이 언제 끝날것인가. 이 지긋지긋한 불체자 생활이 언젠 종말이 올것인가 ... 내조국 , 어머니 - 내조국땅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불체자 생활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어머니 조국에서 불합격체류자란 웬 당치않은 명예인가? 어머니 집에 멀물수 없는 자식도 따로 있단 말인가?!
나의 머리속에는 조조의 아들 조식이 읊던 시조가 생각났다.
콩을 콩깍대로
가마에 볶으니
콩은 가마에서 슬피운다.
워낙 한뿌리에서 태여 났건만
왜 이다지 호되게
달달 복는가.
그리고 나는 그들이 조금, 아니 너무 야속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