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2003-12-27

불법체류 단속을 피해 다니던 중국동포가 생활비 를 마련하기 위해 현금인출기를 털다 출동한 여자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7일 미리 준비한 손도끼 등으로 현금인출기를 부순 뒤 인출 기 안에 있던 현금을 훔치려 한 혐의(특수절도 미수)로 최모(29)씨를 검거, 조사중 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전 1시50분께 중구 충무로 4가 A은행 충무로역 지 점에서 현금인출기 9대중 2대를 손도끼와 펜치로 부수고 현금을 훔치려한 혐의를 받 고 있다.

최씨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경찰을 뿌리치고 30ｍ가 량 도주하다 양모 순경(25.여)과 경비업체 직원에 붙잡혔으며, 경찰은 금명간 최씨 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조사결과 최씨는 지난 2000년 8월 단기 체류비자를 받아 부산을 거쳐 인도 네시아로 가는 통과여객으로 입국, 국내에 남으려고 부산항에서 무단 이탈한뒤 현재 까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식당 등에서 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정부의 고용허가제 정책으로 불법체류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고 올해 1 0월말부터 불법체류 단속을 피해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일대에 숨어 지내다 궁핍한 생 활을 견디다 못해 현금인출기를 털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경찰에서 "생활비가 다 떨어졌고 너무 힘들었다"며 "경찰에 들킬 것을 알면서도 현금인출기를 털어서 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울먹였다.

양 순경은 "근무 중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고 안타까 웠는데 생활에 쪼들리던 조선족이 마지막 수단으로 현금인출기를 털려 했던 것 같아 붙잡고도 씁쓸한 마음만 생긴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