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오랑캐 육조 혜능선사, 그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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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오랑캐 육조 혜능선사, 그에게서 배운다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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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산업사회, 어떻게 열어 갈 것인가? > 남 중(시인・논설위원)
영남의 오랑캐가 어찌 부처가 된다는 말이냐?’라며 홍인대사는 비웃듯이 물었다. 

혜능은 주저하지 않고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부처의 성품에 무슨 남북이 있겠습니까? 또 오랑캐의 몸은 스님의 몸과는 같지 않으나, 부처의 성품에는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당당하게 대답했다. 

 

  달마를 통해 건너온 인도불교가 중국의 거대한 문화적인 토양과 완전히 하나로 융합하여 ‘중국의 일부’가 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역사적이고 극적인 대목이다.

  이 장면의 주인공 혜능(惠能, 638-713)은 속성이 노(盧)씨로 당나라 정관 12년 영남 신주(현재 광동성 신흥현)에서 태어났다. 세살 때 부친이 작고하고 모친을 따라 남해로 이사하였다.

  

그는 어린시절 부터 일자무식의 나무꾼으로 일하며 모친을 봉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탁발하는 한 스님의 금강경 독송을 듣는 도중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기주 황매(현재 호북성 황매현) 홍인대사를 찾아가 출가하였다.  

 

  행자로 출가를 하기는 하였으나, 방아 찧기가 수행이라면 수행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오직 한 마음’을 놓치지 않았다.

 

  홍인문하의 제일 실력자로 존경받았으며 이후에 북종선의 창시자가 된 신수(神秀, ?-706)의 게송을 보며 내걸었던 오도송은 대승불교와 선불교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

  

신수의 시상이 ‘수(樹)’와 ‘대(臺)’에 집중되어 있다면, 혜능의 시상은 ‘무(無)’와 ‘비(非)’에 핵심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옳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혜능의 ‘무(無)’는 차별과 분별이 ‘없음’을 선언한 것으로 사회학적으로는 높고 낮음과 빈부, 귀천, 그리고 인종적 차별 일체를 부정하며 초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혜능은 ‘정관의 치(貞觀의 治)’로 일컬어지는 당나라 태종대와 측천무후 시대를 거치며 당나라의 정신을 개혁한 ‘혁명갗라 할만하다. 이 ‘정신혁명’은 당 나라를 이끄는 강력한 에너지로 작용하였다.

 

당나라는 외국의 인재들도 차별 없이 등용하여 국가 발전에 활용하였다. 고구려 유민 출신의 고선지 장군을 등용하여 서역을 정벌하였으며, 신라 출신의 최치원을 등용한 것 등이 그 예이다.

  

차별과 분별을 초월한 ‘무(無)’의 정신은 당나라가 실크로드를 통한 로마 등과의 무역으로 중국 역사상 가장 문화적으로 풍요로웠던 시대를 이룩했던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혜능의 사상은 찬란한 신라 불교문화로 꽃피기도 하였다. 개방적인 불교문화를 바탕으로 신라는 머나먼 서역 국가들과 활발한 교역을 벌였다. <처용설화와 고분에 출토된 유리잔이 그 증거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혜능의 ‘무(無)’가 모든 생명체의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중국과 한국 선불교(禪佛敎)의 종지가 되었다는 점이다.

  다니엘 벨에 따르면, 정보화 사회를 뜻하는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세 계급이 형성된다.

 

  첫째는 과학자들과 훈련된 관료들이 구성하는 엘리트층으로 사회를 주도한다.  

  

둘째는 공학교수 계급이고, 셋째 계급은 기술자와 보조원들이다. 이 사회에서 교육은 계층상승의 중요한 힘이다. 그런 점에서 후기산업사회는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한다. 즉 ‘경제력’과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폐쇄적 사회구조가 심화되리라는 전망이다.

 

 즉,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식으로 생산소비구조의 불균형도 심화될 것이다. 또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나 계층을 중심으로 지구생태계의 파괴도 심화되어 갈 것이다. 

 

‘무(無)’의 정신으로 모든 생명들에 대한 평등자비를 실천하였던 ‘오랑캐 나무꾼’ 혜능, 그의 가르침은 현대사회에서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렇기에 마오저뚱 주석은 그의 어록 <육조단경>을 ‘노동인민의 불경’이라고 까지 칭송한 바 있다. 그는 침묵으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본격 진입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 많은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무(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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