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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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를 말한다
  • 우상렬
  • 승인 2007.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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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렬 칼럼>

나는 정말 모기가 싫다. 그런데 모기란 놈은 정말 나를 좋아하는가봐. 아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피를 빨아먹기 좋아한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나하고는 철천지 원수.

이 사천 성도란 데를 와보니 정말 해가 잘 나오지 않고 음침하다. 중경만 해도 전형적인 霧都가 아닌가. 한마디로 날씨가 쾌창하지를 못하고 음습하다. 습기가 많다. 낮에 아무리 땡빛이 쬐인다해도 밤에 한바탕 비가 때리고 나면 그 식이 장식. 그러니 모기란 놈이 살기에는 천당.

남방은 기후 특성상 모기가 많은 법. 그 모기란 놈이 덩치도 어찌나 큰지 우리 북방모기의 갑절이나 되는 듯하다. 남북방의 사람 크기하고 모기크기는 정반대다. 탁 쳐서 잡아보면 우리 북방 모기는 그저 약간 붉은 혈점을 보일 뿐인데 남방 모기는 붉은 피가 작열한다. 남방 모기 덩치가 큰 만큼 사람피든 동물피든 많이 빨아먹었다는 말이 되겠다. 그래서 남방에는 여름에 색시 없이는 살아도 모기장 없이는 못 산단다.

모기란 놈은 참 똑똑하다. 피를 먹고 사는 놈이라 사람 피 뿐만 아니라 다른 짐승의 피도 좋아하련만 기를 쓰고 사람 피 먹겠다고 달려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적으로 우리 인간들이 진화가 잘 된 데 원인이 있다. 봐라, 우리 몸에는 껄껄한 털이 많이 벗겨지고 퇴화된 흔적만이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부위가 많다는 말이 되겠다. 그러니 모기란 놈이 피를 빨아먹기 편리하다. 다른 짐슴들 몸에서는 그 뻑센 털들을 헤치느라고 찔리기도 해야 하는데 그런 수고할 필요 없다. 그리고 인간의 가죽은 워낙 매끈하고 엷어 흡인침을 들이밀기 좋다. 다른 짐승들의 가죽은 워낙 거칠고 두꺼워 흡인침이 잘 안 들어간다.

모기와 우리 인간의 악연은 이래서 이루어진다. 이런 논리로 볼 때 모기란 놈은 우리 남자들보다 여자들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털이 더 적고 가죽이 더 매끈하고 더 엷으니깐. 우리 집만 놓고 보아도 나는 모기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는데 우리 안깐(아내)은 모기 한 마리만 들어와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잠을 못 잔다. 이것은 좋은 반증이다. 그러니 모기를 몸에 못 붙게 하자면 털을 부시시 키우고 목욕 같은 것을 적게 하여 때를 덕지덕지 끼게 하는 수밖에. 긴가민가...

그런데 모기란 놈은 사람을 가려 대하는 것 같다. 구체적 문제는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것 같다. 분명 여자를 좋아하고 남자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나만은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밤에 쫄딱 벗고 잠을 취하자고 하면 모기란 놈들은 내 주위를 앵앵 거리며 돈다. 나는 남자라고 하지만 살이 단단한 근육질이 아니고 여자들처럼 부드러운 지방질이다. 모기란 놈들은 이 점을 잘 아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소식을 많이 해 피가 맑다. 모기란 놈들은 냠냠 내 피가 맛 좋은 줄 아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얼굴은 풍상고초에 뽀드라지(여드름) 후유증으로 살가죽이 울퉁불퉁 두껍게 번져있다. 그래서 이 모기란 놈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에는 잘 달라붙는다 합니다만 희한하게도 내 얼굴은 거저 가만 놔둔다. 그 대신에 내 몸퉁아리는 19세기 제국주의열강들이 우리 아세아 비게덩어리 노리듯이 죽기살기로 달려든다.

그런데 정말 일본무사도로 무장한 놈들은 제2차세계대전의 가미가재특공대처럼 앵~ 내 코구멍으로 급하강하면서 덮쳐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무모한 자살에 그치고 만다. 내 코 구명 안의 털이 천라지망을 이루어 놈들을 나포한다. 놈들이 나포되는 순간 컹 하고 내가 조건반사적으로 코를 한번 풀게 되면 놈들은 그 시누런 콧물에 뒤반죽이 되어 밖으로 뿜겨져 나오고 만다. 나는 내 코구멍 털을 얼마나 감사히 생각했는지 모른다.

평시에 내 취미 하나가 코구멍 털을 잡아 뽑기다. 나의 코구멍털은 무성히 잘도 자라 쩍 하면 코구멍 밖으로 비집고 나오는 놈들이 많았다. 나는 그 주제에 그래도 깔끔한 거는 알아 그놈들이 비집고 나올세라 뽑아 던지곤 했다. 지금 얼마나 후회되는지 모른다. 그렇게 소용 있는 코구멍 털을 그렇게 많이 뽑아던졌으니 말이다. 나는 유명한 철학가 헤겔의 명제가 떠올랐다. ‘무릇 존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는 것’. 존재하는 것은 그 존재의 이유와 합리성이 있다. 나의 코구멍털이 가미가재특공대로 변한 모기를 잡듯이 말이다. 그럴진대 요새 털이 거추장스럽다하여 신사숙녀들이 깎고 밀고 하는 거, 삼가할지고!


인간의 진화의 동물이다. 다윈은 이 간단한 도리를 발견하여 대단해졌다. 그런데 요새 모기하고 오래 사귀어보니 모기도 분명히 진화하는 것으로 판명된다. 나의 발견. 나도 유명해지겠다. 사실 나는 모기를 아주 무서워한다. 지금 모기를 때려잡은 영웅처럼 행세하기는 해도 말이다. 특히 한국에 있을 때 무슨 모기에 물리면 일본뇌염에 걸리고 어쩌고 할 때 저녁에 감히 밖에도 못나갔다. 사실 지금은 모기가 그리 무섭지는 않은데 그것이 똑 마치 요물처럼 느껴진다. 밖으로 통하는 곳은 전부 모기장을 치고 닫을 곳은 꽁꽁 닫았건만 저녁이 되면 영락없이 앵앵 거리는 모기란 놈이 나타난다. 그래 이놈들이 어디로 들어왔단 말인가.

 나는 아무래도 이놈들이 축신술이 있어 몸을 모기장구멍 보다 더 작게 하여 들어왔다고 생각된다.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여간한 모기약이나 모기향 같은 데는 끔적도 안하는 놈들이다. 면역력이 생기도 톡톡히 생긴 것이다. 이것 또한 적자생존의 면역력을 통해 더 강한 종으로 진화를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모기를 깡그리, 철저히 소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세기 50년댄가 除四害를 한다고 백해무익한 모기, 파리, 쥐, 벼룩을 전국인민이 떨쳐나서 때려잡았다. 그런데 이 짜식들이 아직도 건재하지 않은가? 그러니 이 짜식들이 정말 백해무익하여 깡그리, 철저히 소멸하려고 한다면 먹어치우는 방법이 최고일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봐라, 인간이 몸에 좋다고 먹기 시작은 동물이나 곤충은 거의 다 멸종되었거나 그 근방에 와 있지 않냐? 근근히 인공번식을 통하거나 보호를 받아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가련할시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래도 공생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쪽이 나을 줄로 안다. 특히 이들이 백해무익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이렇게 될 때 생태평형이라는 것이 이루어져 니도 살고 나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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