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자 시
뿌리가 있다고 얼마나 자호했던가
이파리는 떨어져 뿌리에 돌아가겠노라고
얼마나 신념 굳혔던가
고금동서의 역사가 쌓인 곳에
역사의 몸값으로 태여난 풀씨
이력서 부칠 곳 찾아 떠날차비 바쁘다
피부로 느끼는 아픔보다
영혼으로 흩날려야 하는 눈물
그래서 이별은 절창(絶唱)이였던가
어머니는 이 가을
이별을 준비하셨다
노란 꿈의 혼령을 꿈속에 묻어주고
체념하듯 손목을 놓아주신다
할아버지의 금이 간 쪽박
할머니의 눈물 얼룩진 옷고름
아버지의 버림받은 가대기
어머니의 찢어진 행주치마
얽히고 설킨 설음을 뿌리에 남겨두고
세찬 바람에 몸을 맡기면
또 다른 고향이 너를 기다린다
고향 고향
뿌리가 있는 곳이 고향이냐
뿌리를 박는 곳이 고향이냐
뒤 돌아보니
버리고 온 혼탁한 늪가에도
걸채여 어푸러졌던 돌틈에도
여리고 투명한 꿈이 어리여
뿌리를 내렸다
이제
정처없이 가다가 닿을 미지의 세상에도
민들레는 노란 꿈을 피우리
아, 민들레
민들레의 고향은 온 천하여라
2003.8
(2003년 9월 서울에서 개체된 한민족 문화대제전 제1기 문학포럼에서 읊어150여명 세계한민족작가들을 울렸던 작품)
송미자(시인)
1962년 중국연변 출생, 연변작가협회회원, 중국조선족녀류시회회원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