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와 그 자녀의 인권 보호강화를 위해 여성계가 법 개정을 요구해온 ‘국적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 법안으로 곧 확정될 전망이다.
함승희 법사위 법률심사소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날 소위에서 통과되면 26일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적법 개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앞으로 국회 본회의의 심의 의결 절차만 남겨두게 된다. 법률 개정안을 검토한 법사위 임종훈 수석전문위원은 “법무부도 적극적으로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입법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적법 법률 개정안은 한국인 배우자의 사망·실종 등 부득이한 이유로 혼인 관계가 2년 안에 중단된 외국인 배우자도 원하는 경우에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 국적법은 위장 결혼에 의한 국적취득을 막기 위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은 2년간 국내에 거주하며 혼인관계를 유지해야만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는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배우자의 책임으로 결혼이 파탄에 이른 경우에도 국적 취득이 불가능하고, 또 이같은 규정을 배우자가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년 기간을 채우지 못한 외국인 배우자도 한국 국적의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경우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이 개정안은 김경천 의원(민주당·광주 동구)의 발의로 지난 해 10월 25일 국회에 제출됐다. 이후 개정안은 지난 4월 25일 법사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고 지난 6월 25일 첫 심의가 이루어졌으나 6개월 가까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못해왔다.
정부는 법개정 전이라도 적극적인 법률 해석을 통해 피해자들을 가급적 구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건 총리는 지난 3일 이같이 밝힌 바 있었으며, 법무부 석동현 법무과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행 국적법은 외국인 배우자가 부득이하게 2년이라는 제한 기간을 채울 수 없는 경우에 대한 문제점을 보안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국적법 개정안과 관련, 구체적인 적용 대상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법무부는 서울 조선족 교회측에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 중 인도적 고려가 필요한 대상으로 ▲결혼 후 2년이 되기 전에 한국인 배우자가 사망했으나 자녀를 출산하여 양육할 필요가 있는 자 ▲결혼 후 2년이 지난 뒤 한국인 배우자가 사망·실종된 자 ▲결혼 후 2년이 지난 뒤에 이혼했으나 그 사유가 한국인 배우자에게 책임이 있는 자 ▲결혼 후 2년이 되기 전에 한국인 배우자에게 책임으로 사실상 혼인 관계가 단절된 상태로 지내다 2년이 경과된 자 등 네가지 경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 법무부는 외국인 배우자들이 귀화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배우자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서류나 증인 채택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 신혜수 위원은 “외국인 배우자의 법적 지위가 한국인 배우자의 손의 달려 있는 부당한 조항때문에 외국인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선진국처럼 국적자 배우자에 결혼파탄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외국인 배우자의 억울한 처지를 심사해서 체류 허가증을 주고 귀화 절차를 밟게 해주는 심사 기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은 기자 2ruth@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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