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가 보여주는 언론관은 그를 지켜보는 기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는 지난 17일 기자실을 찾아와 언론에 대한 불만을 거칠게 토로했다. “적당히 보도하고 넘어가주면 되는데 기자들이 ‘깽판’을 쳐서 일이 안 된다”며, 최근 중국동포의 국적회복운동을 둘러싼 논란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성직자의 말투를 문제삼으려는 게 아니다. 서 목사가 언론에 전하는 말에는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서 목사는 국적회복운동을 벌이는 중국동포들에게 특혜를 주기로 정부와 합의했다고 몇차례 언론에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 쪽은 매번 이를 부인했다. 또 중국동포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그의 주장과 달리, 동포들이 중국 입국 과정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태가 현지 접촉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언론에 대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데서도 서 목사의 언론관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는 이달 초 “언론에 주목받기 위해 이 운동을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운동을 기획했다는 동기는 개운치 않지만, 노련한 시민운동가의 경쟁력쯤으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를 주문해놓고 일이 꼬이자 보도를 ‘깽판’으로 매도하는 건 지나치게 편의적인 언론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서 목사가 중국동포와 관련한 소식을 알리기 위해 발행하는 격주간지 <동북아신문> 인터넷판은 지난 20일 “한겨레신문 ‘3년 구금, 1500만원 벌금’ 기사 날조”(<한겨레> 12월20일치 6면 참조)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기사는 한국 주재 중국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특파원이 “한겨레의 기사는 날조된 내용을 오보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두 중국 언론사의 특파원은 “날조나 오보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없고, ‘(중국) 국내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겨레> 기자에게 밝혔다.
언론 탓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말과 주장의 진정성을 먼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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