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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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숭배
  • 우상렬
  • 승인 200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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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렬의 문화칼럼>

 인간은 약한 존재다. 그래서 우상을 만들어 낸다. 우상을 믿고 거기에 기대는 것이 마음 편하다. 원시시대 많은 신들은 이런 우상에 다름 아니다. 우상은 현대에도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1933년 미국 경제공황이 최대에 달해 사람들이 실의와 비관에 빠졌을 때 고중에 다니는 두 작가지망생에 불과한 무명소졸 ‘작갗가 만화를 곁들인 슈퍼맨 시리즈를 펴냈다. 현실의 초라한 자기와 이상적인 슈퍼맨의 결합을 꿈꾼 것이다. 현실의 초라한 자아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이상적인 슈퍼맨이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뻗치는 그런 거, 바로 이것이 당시 전반 미국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이로부터 슈퍼맨은 미국인들의 영원한 우상이 되었다. 지금도 슈퍼맨은 영화나 만화의 단골손님이 되고 끊임없이 재창조되어 나온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미국사회에서 슈퍼맨은 누구에게나 피부로 와 닿는 우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모택동, 한때는 우리 중국 10억 인민의 우상. 그때 모택동은 신이었다. 그를 직접 한번 보는 것만으로 눈물이 좔좔 나온다. 문화대혁명시기 많은 홍위병들이 모택동이 접견한다니 천안문으로 달려가서는 모택동을 보는 순간 만세, 만만세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일종 우상이 현현해주는 것만으로 감격해마지 않는 도미노 현상이다. 신자들이 3발자국에 절 한 번씩 하며 천신만고 끝에 달레라마를 만나서는 그 발등에 키스 한번 하는 것으로 감지덕지하고 흥분해 마지않는 것과 비슷하다. 시각만이 아니고 촉감을 통한 우상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그야말로 황홀경에 가까운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사이비한 이단 종교단체들에서 우상화된 혹은 우상의 대리자로 화한 목회자와 신도들 사이의 성적 접촉은 그 한 보기가 되겠다. 진짠지 가짠지 문화대혁명시기 모택동이 손을 쥐어주었던 사람들, 즉 모택동의 악수 혜택을 받았던 사람들 가운데 그 손이 너무 신령스럽게 느껴진 사람이 있단다. 마치 신비스러운 靈丹妙藥가 부여받은 듯이. 그래서 그 손을 몇날 며칠 씻지 않고 기독교에서 안수를 하듯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 얹어 그 靈丹妙藥을 전했다고 한다.

1976년 모택동이 죽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모택동이 어떻게 죽을 수 있는가고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모택동은 분명 신이었던 것이다. 문화대혁명의 결속과 더불어 모택동은 신단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오늘 물질적으로 풍부하나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피곤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모택동은 새로운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적어도 정신적 편안함을 주는 그런 우상으로. 등소평의 10원보다 모택동의 1원이 낫다는 사람들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의 바람과 더불어 문화대혁명시기 모택동의 경우와 같은 정치적 우상은 퇴조하고 세속적 우상이 번갈아가며 인생역전을 해왔다. 지난 세기 80년대 초 대학, 졸업증, 출국, 이런 것이 사람들의 우상으로 되었다. 물론 개인치부를 제창함에 따라 개체사업가-老板들이 우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9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인 시장경제의 가동과 더불어 돈, 부자가 전국민적인 확실한 우상으로 데뷔한다. 너도나도 돈이다.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추태도 벌어진다. 지금도 돈은 그 우상적 지위를 굳건히 확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더러운 돈과는 관계없이 소녀소년들의 순정에 넘친 스타, 텔런트에 대한 우상숭배, 이른바 스타족들도 있다. 세속적 다원문화가치의 전형적인 한 발현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중국 청해성의 한 순진한 여자아이가 홍콩 텔런트 劉德華에게 빠져 그가 한번 만나주기를 바라 홍콩까지 찾아가는 등 죽으라고 그를 찾아다닌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韓流가 이루어질 수 있은 그 근본적 바탕도 보면 바로 이런 스타나 텔런트에 대한 소녀소년들의 우상숭배가 크게 한 몫 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중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왜 한국어를 배우지, 하고 물어보면 그 초랑초랑한 눈의 젊은 애들은 한국 스타나 텔런트 누구누구 너무 좋아서 하는 식이다.

그래서 왜서 모모 스타나 텔런트를 좋아하지 하면 잘 나서 혹은 멋져서 하는 식이다. 정말 한국 스타들 보면 거의 미남미녀, 선남선녀들이다. 한국은 미의 천국이다. 적어도 여기 내가 와 있는 사천의 중국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는 듯하다. 중, 한, 일 미녀 하면 단연 중국 아닌가? 서시, 조비연, 왕소군, 초선, 양귀비... 미녀들이 줄을 섰다. 그런데 그것은 옛날 얘기고 어느 새 한국 미녀들이 단연 돋보인단다. 인생은 돌고 도는 법. 30년 河東, 30년 下西가 아닌가. 원래 먹고 살만 하여 멋에 신경을 쓰고 부리다 보면 그만큼 잘 생겨지고 멋져 보이며 우상으로까지 될 수 있는 법이다. 여기 사천지역의 중심도시들인 성도나 중경에 한국식 정형미용이 그렇게 잘 먹혀 들어가는데 나는 적이 놀랐다.

 중경의 길가 많은 휴대폰 같은 전자제품들 광고에 한국 스타나 텔런트 사진포즈(초상권 침해? 예쁘게 봐주라! 이것도 韓流에 일조하니)를 동원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미용 관련 광고도 보면 한국미인용 화장품이니 한국식 미용을 원하세오? 하는 식이다. 그러니 굳이 우상이 되라는 말은 아니지만 멋 부리는 것을 너무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다. 미모나 멋의 우상 파급효과도 이렇게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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