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취업제'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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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취업제'는 그림의 떡?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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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산 칼럼>

어제 주변 여러분들을 대신하여 방문취업제 시험등록을 하면서 나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이름이며 신분증번호며 전화번호며를 입력하고 나중에 시험장을 선택하려고 하니 동북3성은 만원이었다. 부득불 바다 건너 산동성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조선족은 대부분 동북3성에 거주하는데 반해 동북3성에 마련된 시험장소에 수용될 수 있는 숫자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고 반대로 조선족들이 적게 사는 연해지역과 내지에 시험장이 더 많다는 점이다. 조선족이 거의 없는 란주며 광주에도 시험장이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쇼크를 하게 만들었다.

 

아마 시험장을 선택한 사람들은 한국인들이므로 그들이 중국을 한국처럼 생각했을 것으로 짐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길에서 광주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착각했을 것으로 짐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한국의 한 끝에서 다른 한 끝이나 중국의 한 끝에서 다른 한 끝에서 나라라는 하나의 독립적 지역 내에서 보면 같은 의미일 것이 아닌가!

 

다행이 연태에 자리가 있어서 일단 등록은 시켜놓았다. 그러나 연길에서 연태로 갈려면 대련까지 20시간 기차를 타고 가서 다시 9시간 배로 바다를 건너야 한다. 오고 가는 데만 소요되는 시간이 4박 5일, 시험까지 치르고 도당겨 오려고 하면 최소한 일주일은 버려야 한다. 하긴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시간이 없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여비이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고 맹물에 밥을 말아 먹고 손가락을 반찬 대신 빨더라도 일인당 최소한  2천원은 가져야 한다. 농사꾼이 한  헥타르의 논을 붙여서 일 년에 모을 수 있는 수입에 맞먹는다. 한국인한테는 한 끼 식사비일지는 몰라도 조선족 농민한테는 일 년을 뼈 빠지게 벌어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거금인 것이다.     

 

만약 산동성 시험장이 다 차고 란주나 광주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할 때 아예 시험을 포기할 사람들이 태반이 될 것이다. 연변의 농민들은 한족말도 안 통하는데다가 도시라고는 연길을 와본 것이 고작인 사람들인데 지명만 들고도 겁부터 집어 먹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엄청난 여비를 마련할 방법도 없다. 한국에 꼭 간다는 보장이 있으면 이자 돈을 챙기기라도 하겠지만 황차 추첨에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무연고자들이란 인맥이 없어서 한국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소외된 민족군체를 말한다. 그들을 위해서 한국정부에서 어렵게 마련한 것이 방문취업제이다. 그런데 그 입국방식 때문에 소외된 군체를 다시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 오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섬 한 복판에 밥상을 챙겨놓고 배도 노도 없는 사람들더러 어서 와서 수절을 들라고 하는 격이 되고 있다. 

 

진정 한국으로 갈 박절한 사람들한테 방문취업제가 그림의 떡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실정이다. 

          

                      2007년 7월 15일   

 

 

류연산(柳燃山)

필명:류일엽(柳一葉)
liuranshan@hanmail.net

1957년 화룡시 서성진 북대촌 출생
1982년 연변대학 조선어문학부 졸업.

현재 연변대학교수.
연변조선족자치주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인대 교육,과학,문화,위생위원회 위원,인대 대표자격심사위원회 위원)

저서:
수필집《서울바람》
소설집《황야에 묻힌 사랑》외 다수.
장편기행문 《혈연의 강들》
장편실화 《세계속의 우리민족》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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