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보는 시와 편지] 아래의 시는 1986년 2월 25일자 '길림신문'에 실리었다. 편지와 함께 박창해선생 (1986년 당시 69세)이 옛날 학생이였던 박두희(싣는 이의 형님이며 당시 연변1중 교장, 1995년 1월 28일 별세.)에게 보낸 시이다.
박창해 선생은 미국적 한국인으로 당시 미국한국어학원 원장이자 철학박사였다. 선생은 1939년도에 한국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마친 뒤 연길현(지금의 룡정시)에 들어 와 은진중학교 (지금의 룡정 1중)교원으로 사업했으며 그 후 미국에 가서 콜롬비아대학을 다녔었다.
1985년 여름 박창해선생은 연변에 다녀와 옛추억을 남겼던 룡정과 연길 등지에서 여러 동문과 제자들을 만나 회포도 풀고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라 민족의 정기를 혼신으로 느끼기도 했다.
박창해선생이 시와 더불어 함께 보낸 편지에서 그때 선생의 심경을 여실히 체감할수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있는 동지들에게 보내는 마음의 노래 (1986년 정초)
사람은 마음으로 사오
마음과 마음이 마주 닿는 순간순간
서로는 말이 없어도
대화는 이어만 가오
그 대화에서 정은 우러나는 거
백두천지에서 우러나는 샘처럼
억겁을 두고서 흘러내렸어도
상기도 압록 두만 가람을 이루듯
우리의 정성 어린 정은 흘러내리오
파란 천지같은 맑은 마음에서 말이오
천지에 고인 물은 화산속
밑바닥에서 끓어오른거
그러하기에 티 하나 없는
그냥 맑디 맑은 거라서
겨레가 좋아 나누어 마시는 거라오
겨레의 얼은 천지물 같은 거
화산같은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다 못해
겉으로 말이 되어 가람처럼 흘러내리오
억겁을 두고서 흘러내리면서
얼은 가람으로 바다가 되여 우릴 지키오
.....
몸은 늙어가고 있지만 마음과 정신은 젊어있는 모습들은 발전의 기상을 띤 것으로 확신합니다.
여기 시 한수를 보냅니다. 천지에 올라서 입안으로 중얼거려 보던 것을 형식을 갖추어서 <마음이 마주 닿는 순간>을 노래로 하였습니다. 룡정에 발을 내려 디디기 전 카나다 전사장에게 한 이야기에서 나는 박교장의 정을 마음껏 느꼈고 동창회 모임과 여러 동문들 틈에서 사제의 깊은 정을 다시 보면서 욾은 것이지요. 또 겨레의 동일성도 포함하였지요. 한번 읽어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기회 있으면 다른 분에게 공개하여주셔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 내외는 다시 룡정으로 가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교사와 교회 건물은 헐었어도 동문들의 두터운 정은 생생히 더하여 있음을 호흡하고 돌아 왔습니다.
이달 17일에는 카나다 토론토에 있는 동문들을 만나러 갑니다. 아마 두어 밤을 새우면서 룡정과 연변자치주의 발전상을 이야기 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동무들에게 문안하여 주십시오. 자주 연락이 있기를 바랍니다.
뉴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