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재중동포, 지하철로에 뛰어내려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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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재중동포, 지하철로에 뛰어내려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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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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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03-12-22

40대 재중동포 한 명이 지하철에 뛰어내려 숨졌다.

21일 저녁 7시께 서울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방화방면 승강장에서 재중동포 강태걸(46, 중국 요녕성 심양시)씨가 선로에 뛰어내려 달려오던 전동차에 부딪쳐 현장에서 사망했다. 강씨의 시신은 한강성심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중국에는 부인 박희선(46), 딸 강문성(19), 문경(13) 양 등 3명의 가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한국의 친척 초청으로 지난 9월 12일 매형 한철동(49, 중국 요녕성 심양시)씨와 함께 입국했다. 강씨는 입국한 뒤 곧바로 일주일간 일했으나 허리를 다쳐 일을 하지 못한 채 3개월 동안 쉬고 있었다.

강씨는 허리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으나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상태였다. 강씨는 사고 당일인 21일 오전 7시30분께 라면을 끊여먹고 정보지를 통해 알게 된 세차장에 취직하기 위해 나갔다고 매형 한씨는 밝혔다.

강씨의 소지품에서는 천 원짜리 지폐 몇 장과 김해성 목사(43, 중국동포의집대표) 명함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로부터 사고소식을 연락받은 "중국동포의집’은 유족에게 연락 및 장례대책 등을 강구하고 있다. 강씨는 지난 87년에도 친척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간 것으로 밝혀졌다.

매형 한씨는 “한국의 인력회사에서 일주일 동안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계속 쉬고 있다가 오늘 아침 세차장에 일하러 간다고 나갔다”면서 “오후 5시30분께 처남에게 몇 차례 전화를 했는데 받지 못하다가 이런 비참한 소식을 들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한씨는 또한 “처남이 자살하려는 징후를 전혀 못 느꼈다. 돈이 떨어져 빌려달라고 해서 수표 이십 만원과 현찰 십 만원을 빌려주었다.”면서 “성격이 내성적인 처남이 몸의 고통과 일을 하지 못하는 불안함을 못 견뎌한 것 같다”고 울먹였다.

김해성 목사는 “친척 방문으로 온 강씨는 ‘취업관리제’ 대상으로 합법적인 취업이 가능함에도 한국정부가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불행한 사태를 맞았다”면서 “몸이 아픈 상태에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일도 하지 못하면서 좌절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목사는 또 “재중동포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평등한 재외동포법 개정이 시급하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동포들의 합법체류와 취업의 자유 등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게 동포들의 인권침해와 죽음을 방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고 강조했다.

/조호진 기자 (tajin@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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