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가 그린 "어글리코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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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가 그린 "어글리코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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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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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3-12-21

지난달 15일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한 정부 당국의 강제 단속이 시작되면서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40일째 농성중인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느꼈던 자신의 심경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a href="http://news.media.daum.net/society/affair/200312/21/chosun/v5825643.html" target="new">그림보기</a>

이 가운데는 ▲자신에게 “새끼야 빨리빨리 일해”라며 욕을 하는 한국인 ▲같이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모습 ▲모자란 월급을 달라고 하자 “월급이 맞다”며 냉대하는 기업주 ▲회사에서 쫓겨날 때 배웅조차 하지 않는 동료 한국인 등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여주는 그림이 많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의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지난달부터 30여일째 ‘강제출국 반대’를 주장하며 농성중인 외국인 근로자 70여명은 최근 ‘한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들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와 같은 심경을 담아냈다. 한 방글라데시 근로자는 “새끼야 빨리 빨리 일해(SHIKA PALIPALI ILL HAY)”라고 한국인이 욕설을 하면 “예(YEA)”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심경을 크레파스로 그렸다.

또다른 외국인 근로자는 회사에서 일하다 잠들 때, 같이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가 술에 취해 밤 늦게 들어와 회사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던지며 자신을 때리는 모습을 그렸다.

또다른 근로자는 모자라는 월급에 “월급을 더 달라”고 사장에게 요구하자 “월급 맞으니 다시는 오지 말라”고 사장이 오히려 화를 내는 모습을 담았다. 이 근로자는 “일한 만큼의 월급은 제때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냉담한 한국인들의 모습도 그대로 그림에 담겼다. 스리랑카의 한 근로자는 자신이 회사에서 쫓겨나는데도 사장이나 동료 근로자 등 한국인 누구도 배웅조차 하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에는 회사 공장의 강아지 한마리만이 꼬리치며 배웅하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또 외국인 강제 추방을 피하기 위해 비가 오는 거리를 걸어다닐 수밖에 없는 모습,

경찰의 단속을 피해 가방을 둘러매고 거리를 방황하는 모습도 그대로 담겨있다.

한 근로자는 ‘한국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글귀와 함께 하얀 비둘기를 두 손으로 날리는 염원을 그렸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김재근 사무차장은 “농성중인 외국인 근로자들이 단속에 쫓기는 심경, 한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기 위해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 그림들에서 한국인의 모습은 남의 고통을 외면하고 이기적으로 묘사돼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21일 현재도 이들은 ‘4년 이하 체류자의 전원 구제’ ‘4년 이상 숙련공 체류자의 고용허가제 포함’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중국 동포 포함’ 등을 주장하며 계속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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