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음식과 사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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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음식과 사천사람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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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하면 그래도 우리에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사천辣妹, 여기에 川菜로 일컬어지는 사천음식. 사천은 확실히 사천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사천음식은 중국 4대 명요리---京菜, 川菜, 苏菜, 粤菜의 하나다. 사천요리는 맛과 풍격이 다종다양하여 ‘一菜一格,百菜百味’이란다. 成都名小吃 음식거리나 사천名小吃를 고급 상품화한 식당에 가면 이 말이 가짜가 아님이 실감난다. 아무리 사천요리가 요란스럽다 해도 내 혀끝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맛은 그대로 麻辣 맛이다. 사천에 왜 이렇게 음식문화가 발달했는고 하니 사천은 말 그대로 천부지국, 물산이 풍부한 곳. 사천사람들 스스로 사천음식에 대한 자부심 대단하다. 그들은 한 마디로 이렇게 말한다.‘吃在中国,味在四川’. 성도에는 민간인이 꾸린 대형 川菜박물관까지 있다. 川菜의 역사, 현재, 미래가 안 눈에 안겨오도록 펼쳐놓았다.

사천사람들은 일반식당 같은 데서 식사할 때 그 음식 자체에만 열중하여 먹는 것 같다. 식당의 인테리어나 분위기 같은데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 너무 허름한 식당인데도 식사숙녀들이 희희닥닥 거리며 잘 먹어준다. 음식만 맛 있으면 된다는 논리다. 내가 잘 들르는 한 식당은 50대 중년 부부가 경영하는데 주인 양반이 풍을 맞았던 역연한 흔적으로 면상 절반이 한쪽으로 비뚤어져 있었다. 손님들이 오면 반긴다고 나름대로 헤헤~ 웃어주는데 좀 안 된 얘기지만 흉물스럽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집에 죽으라고 찾아간다. 열심히 먹고는 그 집 헤헤~ 양반에게 꼬박꼬박 돈을 챙겨준다. 그 영문은 그 집 음식이 일품이다. 곱창 전골 비슷한 것인데 주 재료인 곱창 외에 소시지에, 죽순에, 버섯 따위를 가득 넣고 부글부글 끓인 것이다. 노리꼬래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맛은 참 기가 막힌다.

 

나는 우리 연길의 식사숙녀들을 생각해보았다. 한 잔 하지 뭐. 사천 신사숙녀들은 같이 밥 먹지 뭐 하는데 우리는 먼저 술타령이다. 그래 어디 갈까? 분위기 근사한 데로 가지 뭐. 아니, 그기는 분위기가 별론 데, 아니 그기는 분위기가 좋은 데… 음식 맛은 뒤 전이고 분위기 논쟁이 한 바탕 먼저 진행된다. 그리고는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가서는 붕 떠서 요리는 집네마네 열심히 마셔주기. 사천 신사숙녀들은 술은 마시네마네, 아니 안 마시는 편이 훨씬 많지, 열심히 먹어주기. 한번은, 싱거운 나는 내가 잠시 몸 담고 있는 학과의 비서 노릇 하는 사천처녀를 불러냈다. 데이트 신청은 아니고 거저 점심식사 같이하자고 불러냈다. 품위를 살려 우리 연길식으로 좀 분위기 근사한데 갔다. 비서 아가씨보고 먹고 싶을 걸 주문하라고 했다. 그 아가씨는 좋아라고 입이 헬렐레 하여 이것저것 주문한다. 무려 여섯 가지나 주문한다. 그기에 국까지 합하니 일곱 가지나 된다. 나는 오후에 별로 할 일 없으니 술이나 퍼 마시지 하며 그럼 그렇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작 술을 주문할 순서에 가서는 자기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며 주문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마시겠으니 맥삭한 맥주 두 병 주문하라고 했다.

 

 그 다음 마시자주의와 먹자주의의 마시고 먹기 시작. 그 처녀 비서동지 냠냠 잘도 먹는다. 내가 한 젖 가락 짚을 때 적어도 두세 젖 가락 짚는다.  사실 나는 먹기 보다는 맥주를 느긋이 마시며 그녀를 음미했다. 그녀가 우리 동북의 扣肉 비슷한 돼지비게 한 점을 입에 썩뚝 베여문다. 돼지기름이 질펀하게 입가에 내밴다. 나의 식욕을 자극한다. 그런데 나의 젖 가락은 그녀가 먹은 돼지비게 접시 쪽으로 가지 않고  남방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柚菜 쪽으로 갔다. 그녀를 대신하여 기름기를 가셔줄 수 있는 신선한 채소류 쪽으로 갔다. 내가 맥주 1병을 다 마셨을까 할 때 그녀는 나보고 천천히 먹으라 하고 자기는 배가 부르다 하며 젖 가락을 놓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금방 시작인데 벌써 젖 가락을 놓는가, 더 먹으라고 권했다. 밥을 달라해서 밥하고 더  먹으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손으로 배가 부른 흉내를 내며 이제 더는 못 먹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는 반찬을 많이 먹으면 밥은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 위에 반찬을 보니 이제 더 안 먹어도 되겠다. 2/3 쯤을 훌쳐먹었으니 먹기도 어지간히 먹었다. 다음 순간, 나는 다시 그녀에게로 눈길이 가며 그만 심각한 인생문제로 생각을 굴리고 말았다. 그녀는 이렇게 잘 먹는데도 왜 살이 안 지고 호리호리하기만 하고 나는 거저 술이나 퍼 마시고 영양가 있는 안주는 그리 안 먹는데도 왜 살이 돼지처럼 지는가 하는 인생의 아이러니여, 나를 골치 아프게 한다. 이것은 유전학, 생리학, 심리학… 복잡한 문제에 관계되니 나로서는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거저 간단히 단세포적으로 마시자주의와 먹자주의의 갈림판으로 결론짓고 말았다.

 

먹자주의 사천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다른 사람을 그리 의식하는 것 같지도 않다. 시내 공공버스가 정류장에 칙-- 멈춰선다. 새파란 처녀동지가 길거리에서 파는 비빔소면을 사들고 올라오며 열심히 먹는다. 버스에 올라서는 빈 자리가 없자 선 채로 후르륵 후르륵 단숨에 다 먹어치운다. 그리고는 맜있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티슈를 꺼내 입술을 닦는다. 나는 처음에 이 광경을 보고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쯔쯔… 하고 노파심에 인도주의적인 센탈이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또 한번은 배가 아직 남산만 하지는 않지만 분명 도도록히 불러 보기에 좋은 임신부 동지가 남편 됨직한 깔끔한 젊은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공공버스에 올랐다. 임신부가 오르니 그래도 자리를 내주는 사람이 있었다. 임신부 동지가 자리에 앉자 그 남편 되는 친구가 곧 바로 갖다 입 앞에 바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역시 바로 비빔소면. 임신부는 먹어야 되나 마나 하는 추호의 주저도 없이 냠냠 잘만 먹어준다. 그 잘 생긴 애된 남편은 옆에서 손수건으로 턱 밑을 받쳐주고.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나만이 이상한 눈길로 이 두 젊은 부부간 놀아나는 것을 볼 뿐,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신경이 안 쓰이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여전히 자기 볼 건만 보고 있었다. 아, 그제야 나는 깨도가 되었다. 공공버스 안에서 내 먹고 싶은 거 먹는 거, 별로 실례되지 않는 이 도시의 진풍경을.

 

그럼 다시 사천음식으로 돌아가자.

사천음식 너무 많아 어리뻥뻥. 그러니 우리 음식과 닮은 음식 몇 가지만 소개하지.

우리 음식과 가장 닮은 糍耙. 정말 찰떡과 빼닮았다. 떡메로 쳐서 만드는 방식도 우리와 비슷하다. 그들은 둥근 나무 밑둥 위에 삶은 찹쌀을 올려놓고 젊은 장정 둘이서 떡메로 엇갈라 가면서 먼저 비비대다가 친다. 그리고는 반죽상태가 된 찹쌀을 썩둑썩둑 칼로 같은 크기로 베서는 콩고물에 옷을 입힌다. 重庆 磁器口 옛 거리에 가면 그 자리에서 쳐서 만들어 판다.

 

우리의 쉰떡과 너무 흡사하다, 모양새는 둥근 모양새로부터 네모난 것 등등 우리보다 좀 다양한 것 같다. 표면에 검은 깨알을 듬성듬성 박은 것이 인상적이다.

떡 얘기는 고만.

 

蕨菜粉凉粉, 어, 사천사람들도 고사리 잘 먹네하고 나는 처음에 놀랐다. 그런데 그들이 고사리를 가루를 내서 묵 같은 것을 해 먹는 방법에는 저어기 신기해났다.

豆瓣鲜鱼,처음에 두부로 어쩌고 저쩌고 했는가 했더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豆瓣, 사천 특유의 통통하게 살이 찌고 길이가 짧은 붉은 고추를 소금물에 절였다가 짓찧어 만든 양념장. 그들은 이것을 우리의 고추장 맞잡이로 먹는다. 바로 이 豆瓣을 잉어나 붕어 위에 양념으로 뭍여 찐 것이 豆瓣鲜鱼. 그러니 우리의 붕어찜하고 비슷하다.

 

豆花,이제 진짜 두부얘기하자. 사천에 두부하면 麻婆豆腐만 있는 줄 알았는데 豆花라는 것이 또 있어 신기했다. 豆花-두부꽃, 이름 참 멋 있쟈? 사실 별로 신기한 것이 아니네. 우리네 순두부라 생각하면 되겠네. 색상이나 야들야들한 멋에서는 우리네 두부하고 피장파장이네. 먹는 방식도 우리와 엇비슷하다. 양념간장을 쳐 먹는다. 우리도 그렇쟈? 그런데 이 양념간장이 우리하고 좀 다르다. 생파를 쓸어넣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비슷한데 사천음식에 약국에 감초처럼 쓰이는 辣椒油를 듬뿍 넣은 것은 우리하고 다르다. 그리고  아무래도 우리 동북, 아니 우리 연변 콩 맛을 못 따라와서 그런지 豆花 맛이 우리의 순두부처럼 고소하지 못하고 거저 슴슴하기만 하다. 그래도 먹을 만하다. 우리 동북의 豆腐脑보다는 맛 있다고 해야지.

 

개고기, 사천사람들도 개고기를 잘 먹는단다. 우리하고 사돈에 팔촌 되는 흔적이라 할까. 그런데 잠간, 그들은 개고기를 겨울, 적어도 11월이 되어야 먹는 음식으로 생각한다. 처음 식당에 갔다가 개고기 메뉴가 있기에, 어, 개고기 하고 주문했더니 아가씨가 눈이 데꾼해서 나를 쳐다본다. 개고기는 없단다. 그래서 왜 메뉴에 버젓이 적어놓았는가 했더니 이런 더운 날에 먹는 것이 아니고 엄동설한에 먹는다고 한다. 더운 날에 먹으면 왜서 안되냐고 했더니 개고기는 열이 세서 먹으면 코피가 터진다는 것이다. 긴가민가, 한국에 삼복날 개고기로 더위치기는 또 무슨 논리지? 세상은 요지경. 알다가도 모를 세상일.

 

이외에 사천사람 잘 끓여먹는 것하고 무쳐먹는 거 우리와 많이 닮았음. 콩나물이나 녹두나물 무쳐먹기만 보자. 우리하고 다른 점은 콩나물이나 녹두나물을 더운 물에 살짝 데치기보다는 좀 더 데친다. 그래서 콩나물이나 녹두나물의 생생한 맛이 많이 죽는다. 그리고 우리처럼 고추가루에 참기름 같은 것을 살짝 넣어 무치기보다는 辣椒油를 듬뿍 넣어 무친다. 그러니 좀 기름투성이다. 그리고 여기에 고기를 좋아하는 중국사람 특유의 식성이라 할까, 돼지고기나 소고기 편육을 넣고 무친다. 그러니 상큼하고 시원한 맛은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강엿 사탕… 

         

그림에 떡 얘기만 해서 미안. 고만. 어째, 먹고 싶쟈? 입에 군침이 돌쟈? 언제 한번 사천에 오너라. 내가 있는 기간에. 그럼 내가 이런 거 다 살 줄게! 빠이빠이!


200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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