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신문=이동렬> 지난 달 13일, 나는 서울 88올림픽공원 몽촌토성(夢村土城)으로 놀러갔었다. 몽촌토성은 백제(百濟)가 한강(漢江)유역에서 건국(建國)·발전(發展)했던 때의 대표적(代表的)인 토성(土城)이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서울시민들의 휴식의 장-놀이터가 되었다.보리밭과 초여름 풀로 덮인 북쪽비탈은 화가의 붓 끝에 피어난 아늑한 몽경(夢境)같았다.
맞은켠 남쪽비탈에 갑자기 꿩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었다.
나는 남쪽비탈을 오르다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저만큼 보니 까치가 폴짝폴짝 뛰며 무언가 쫓고 있었다.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보니 행동이 꿈 뜬 이상한 다람쥐였다. 처음에 나는 다람쥐의 목 부위에 큰 혹이 나 있는 것으로 착각했었다. 내가 쫓아버리자 까치는 날아 가버렸고, 나는 슬금슬금 다람쥐를 따랐다.
다람쥐는 꽤 오래 자란 참나무 곁으로 다가가더니 나무를 오르다 멈춰 섰다. 너무 힘들어보였다. 가만히 보니 혹이 아니고 어미다람쥐가 새끼다람쥐를 입에 물고 있지 않는가? 새끼다람쥐가 빨리 뛰지 못해 까치에게 당할 위험이 있으니 어미다람쥐가 새끼를 보호하느라 입에 문 것이었다. 세상에!?…나는 다람쥐 뒤를 따른 것을 후회하였다.
그래도 어미다람쥐는 새끼를 문 채 어느새 나무위로 올라갔었다.
나는 얼마 후 새끼다람쥐가(분명) 나뭇가지를 타고 한 끝을 쪼르르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또 까치가 날아오며 새끼다람쥐를 덮칠 줄이야! 순간, 어떤 물체가 나무가지에서 낙엽이 쌓인 땅바닥으로 곤두박질하며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급히 쫓아가보았다. 새끼다람쥐였다.
망할 놈의 까치! 소리치며, 무언가 던지면서 나는 까치를 쫓아버렸다.
수북이 쌓인 낙엽에 떨어진 새끼다람쥐는 조금 움직이었다.
새끼다람쥐는 살아있었던 것이다.
나는 셔터를 누르고 가만히 뒤로 물러섰다.
저 새끼다람쥐가 또 어미를 찾을 수 있을까?
깍깍 우는 까치의 울음이 더는 반갑게 들리지 않았다.
이 좋은 여름날, 꿈결 같은 몽촌토성 초여름경치 속에 이토록 잔혹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니?…나는 약간 소름이 끼쳤다.
원초적인 생태환경 속으로 다시 돌아가 듯 느낌이 처철해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