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지린성(吉林省) 출신인 김모(44)씨는 밀입국혐의로 붙잡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김씨와 함께 붙잡힌 같은 동네 형이라는 유모씨는 9살된 아들이 있다.
유씨는 지난 98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지만 사업장을 이탈해 다른 곳에서 일하다 2004년 불법체류로 붙잡혀 고향으로 돌아갔다.
유씨는 "5년동안 기다려야 (산업연수생으로)다시 올 수 있다, 그러면 다 늙어 버린다. 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결국 배를 타게 됐다"고 말했다.
유씨는 단둥에서 쪽배를 타기 시작해 어선 등 네번의 배를 갈아탄 후 4일 제주해경에 검거된 화물선인 팬 에이스호(5,607톤)에 올랐다.
20명과 함께 화물선에 올라 탔을때 이미 한족 등 68명이 있었다.
이들은 5월 31일부터 제주해경에 붙잡힌 4일까지 빵만 먹으며 견딜 수 밖에 없었다. 선창밑 창고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도 엄격하게 금지됐다.
제주해경은 이들이 추자도 해상에서 어선으로 옮겨 탄 후 한국으로 밀입국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 도착한 뒤 소식을 알리면 밀입국비용 천만원을 전달하게 된다.
유씨는 "한국에 도착하면 이미 한국에 있는 조선족을 통해 고향에 알리고, 그러면 중국돈 8만원, 한국돈 천만원을 주게 된다, 돈은 고향친지나 한국친구들에게 빌린다. 하지만 붙잡혔으니 끝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서울이나 경기도 인근에서 불법체류를 하며 돈을 벌어 코리안드림을 만들어 간다.
밀입국을 하다 붙잡히면 밀입국 비용은 주지 않는다고 유씨의 고향동생인 김씨가 말했다.
김씨도 고향인 지린성에서 부인과 3살된 아이가 있다.
함께 붙잡힌 조선족 김모(44.지린성)씨도 "서울에서 일하기로 하고 조선족 박씨의 소개로 배를 타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에 붙잡힌 조선족들은 대부분 산업연수생으로 왔다가 불법체류로 돌아간 뒤 코리안 드림을 다시 시도한 사람이다.
자본을 찾아 유람하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의 현실.
중국인들의 끝없는 코리안 드림은 한국인들의 아메리칸 드림과 제팬 드림에 이은 또 다른 이주노동사다.
하지만 제주해경에 붙잡힌 조선족과 한족 88명의 코리안 드림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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