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것이요, 사랑을 잃으면 많이 잃는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것을 잃는것이다.》 이 말의 참뜻을 나는 자신이 직접 겪은 체험으로 너무도 진실하고 절실하게 느꼈다.
악화된 건강으로 하여 나는 무려 두달이나 되는 시간을 무시무시한 악몽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베아링처럼 잘 돌아가던 내 머리가 어느날엔가 마치 미묘한 음악을 신나게 반주하던 바이올린의 현이 뭉텅 끊어져나간것처럼 갑자기 작동을 멈추었다. 이어서 끔찍스러운 악성련쇄반응이 서슬푸른 칼날처럼 사정없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으며 가증한 악마처럼 무시로 나를 괴롭혔다. 머리가 빠개지는듯 아파나고 귀에서는 매미우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하늘땅이 빙빙 돌아가는듯한 현훈증은 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녹초로 만들어버렸다. 목이 마른 나무토막처럼 뻣뻣해나고 두어깨가 천근처럼 무거워지면서 컴퓨터앞에 몇분간이라도 앉아있으려면 온몸이 통채로 땅밑으로 잦아드는듯이 가라앉아서 좀처럼 정신을 추스릴수 없었다. 눈동자처럼 아끼고 사랑하면서 손에서 조금이라도 놓치면 마음이 텅빈것과도 같던 컴퓨터도 도무지 나의 환심을 살수 없었다. 모든것이 심드렁해나고 모든것이 귀찮아지고 모든것이 허황해보였다. 줄기차게 써내려가던 필도 악셀레다를 밟은 자동차마냥 그자리에 딱 멈춰버려 글 한자 쓰려고 해도 머리가 한대 얻어맞은듯 뗑해났고 그렇게 즐겨읽던 책도 펼치기만 하면 잡티가 든것마냥 눈알이 알알해났다.
어쩌면 한사람의 삶이 이 정도로 판판 다르게 변하고 달라질수 있느냐고 나 스스로도 자신을 의심할 정도였다. 아픈 몸을 추슬리기 위해서라도 부득불 평소에 제일 몸서리치게 싫어하던 병원출입을 다녀야 했다.
경추염이 심하여 뇌신경을 압박하면서 기인된 뇌혈관 피공급부족증이란다. 몇년동안 컴퓨터앞에 앉으면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하루에 열몇시간씩 기계사람처럼 떡 버티고 앉아있었던 나의 절제없는 행동들이 이런 악과를 빚어낸것이다. 보름동안을 꼼짝말고 점적주사를 맞아보라고 하여 이를 악물고 하루가 일년맞잡이가 되여 가까스로 견지하였다. 두손등은 혈관이 터져서 온통 퍼렇게 멍들었지만 내 몸은 조금도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기대를 품고 고무풍선처럼 부풀어올랐던 나의 희망은 마구 찔리워진 손등의 주사바늘자리처럼 볼품없이 찔려 새여나가기 시작하였다. 실망에 가득 차 한탄하고있던차 친구의 알선으로 의술이 용하다는 중의를 보였다. 한달간을 중약을 복용해보라는것이다. 두주일동안 쓰고 맵고 떫은 첨약을 마셔대노라니 어느덧 아프던 머리의 동통이 가시여지면서 많이 개운해지는것 같았다. 세살적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몸이 좀 가벼워지니 제일 가까이하고싶고 다가가고싶은것이 컴퓨터였다. 그동안 컴퓨터가 없는 나의 생활은 따뜻한 해볕이 없는 차거운 세계에서 생존하는 랭혈동물과도 같이 내 마음을 랭혹하게 만들어버렸다. 하루도 못들어가면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던 카페문전에도 들어갈 욕망이 없었고 하루하루 무정세월속에서 귀중한 시간들을 속절없이 흘려보냈다. 그냥 속절없다기보다 병마의 시달림속에서 괴로움속에서 전전긍긍하였었다고 해야 적절할것 같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것을 잃는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말의 참뜻을 나는 그야말로 내 온몸에 널려있는 매개의 세포로 속속들이 감지하고 느꼈다. 욕망도 의욕도 소망도 생기도 다 사라져버리고 그냥 실락, 고독, 허무, 고통만이 온몸을 감싼 괴로왔던 두달동안의 나날들, 어둠속에 파묻혀 오래동안 해볕의 세례를 받지 못하였던 인간이 다시 찾은 양광의 따뜻함과 포근함을 만끽하면서 절감한 체험일지어다.
필경 자신의 몸은 사회와 가정의 군체에 속하는것으로 동떨어져있고 고삭아있는 홀로의 존재가 절대 아닌것이다. 하기에 우리는 자신의 희로애락속에 얼마나 많은 친지와 혈육들의 정감이 이어졌는지 스스로도 감지하고 지켜봐야 할터이다. 우리들의 친지와 혈육들을 위하여서라도 우리는 하루를 살아도 의의있게 유쾌하게 즐겁게 내 생명의 멜로디를 반추해나가야 할것이며 또 그런 삶이야말로 진짜 생명의 아름다운 메아리일것이다.
목화송이같은 흰 구름이 뭉게뭉게 떠있는 저 맑은 하늘아래에서 건강한 몸으로 개운하고 거쁜한 심정으로 저 밝은 태양의 세례를 받고있는 우리의 삶은 더 한결 귀중하고 보귀한 생명의 련속인것이다.
생명을 아끼고 생명을 지키고 생명을 엮어가는 삶의 노래는 항상 건전하고 경쾌하고 청아한 멜로디로 엮어나가야 할터이다.
삶은 아름다와야 한다.
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