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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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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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문학사, 06급 력사학부 리미향

《습관이란 무섭죠… 생각처럼 안되죠…》

 

은은한 노래가 레시바에서 흘러나온다. 노래를 들을 때면 웬지 모르게 눈앞이 흐려진다. 넉넉한 가정살림에 부부가 모두 직장인 출신인 가정에서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여난 난 마치 공주의 운명으로 태여난것 같았다. 게다가 한돐이 되기전 큰병으로 앓아 겨우 사선의 손에서 빼앗어온 나는 집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늘 특별한 보살핌과 귀여움만 받으면서 자랐다.

 

말수가 적고 다른 사람앞에선 늘 덤덤하시기만 한 아빠도 나한테만은 늘 쥐면 부서질세라 놓으면 날아날세라 지극정성을 다하셨다. 출장때나 유람 다녀오실 때마다 아빤 다른건 몰라도 내게 선물 갖고 오는것만은 잊지 않으셨다. 신기하고 희한한 장난감에 재미있는 동화책에 귀엽고 깜찍한 말하는 인형이 있는가 하면 이쁘장하고 독특한 모자에 공주치마 공주신발까지 받아보지 못한 선물이 없었다. 이런 아빠가 있는 나였기에 친구들이 있는건 나에게 없는게 없었고 친구들이 없는것도 내게선 항상 맨 처음으로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었다. 하여 난 늘 친구들사이에서 인기짱으로 될수 있었다. 그때 난 그런 아빠의 선물을 받는게 습관이 되여 버려 선물 받는것이 당연한것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때 어린 내 머리속엔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한집에서 살수 있고 아빠의 선물을 받을수 있으면 이게 바로 행복인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 미술숙제는 항상 아빠가 내게 선물을 주면 행복해하는 내 모습이였고 작문숙제는 아빠가 주신 선물에 대해서 썼다. 이런 강렬한 행복의 빛은 마치 한층의 두터운 보호막이 되여 우리 한가족에게 다가오는 어떤 불행의 침습도 막아낼수 있을것 같았다.

 

그런데 느닷없는 교통사고는 많은걸 바꾸어버렸다. 사고를 당한 아빠의 엄청난 수술비때문에 나는 더는 예전 같은 공주 행세를 할수 없는건 당연하였고 최신형 핸드폰과 고급 mp3를 사주겠다던 엄마의 약속도 물거품으로 사라지고말았다. 이젠 친구들이 쉽게 할수 있는것도 내겐 어려운 일로만 되였다. 나의 모든 원망은 자연히 침상에 누워계시는 아빠한테로 돌려졌다. 하지만 공부가 바쁘다는 핑게로 어쩌다가 한번씩 들르는 못된 딸인데도 아빤 내가 갈때마다 병문안으로 들어온 과일을 나한테 안아름씩 안겨주시군 하셨다. 철없었던 나는 많은 맛있는것을 보면서 아빠가 병원에 오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아빠는 정말로 병원에 오래 계셨다. 그렇게 지긋지긋한 병원 생활을 꼬박 3년을 해서야 퇴원할수 있게 되였다. 아빠의 병원생활과 함께 어둡기만 했던 고중 3년을 지나 대학교에 들어선후 난 이젠 자유롭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집을 가까이에 두고서도 제대로 다니지 않는 나였지만 아빠는 여전히 나에게 뭔가를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하셨다. 이젠 핸드폰도 있고 mp3도 있지만 난 고급 브랜드가 아니라고 예쁘지가 않다고 늘 투덜거리기만 했다.

 

이런 딸한테 아빠는 대학생이 된 딸이 맞는 첫 생일을 기념해서 디지털카메라를 사주겠다고 하면서 학교로 오시겠다고 하셨다. 예전부터 무척이나 갖고싶었지만 딱히 필요한것이 아니란걸 알기에 줄곧 부러워만 했었다. 친구들이 다 있다는 말에 아빤 또 마음이 약해지셨다. 난 디지털카메라란 말에 한숨에 기차역에까지 달려나갔다. 플래트홈에서 아빠가 나오시기만을 기다리던 나는 밀물처럼 오는 사람들사이에서 생소하지만 또 너무나 익숙한 모습을 보았다. 아빠? 아빠가 맞는거 같은데… 그렇게 건장하던 신체가 언제 저렇게 왜소해진걸가? 걸음은 왜 또 저렇게 힘겨워 보이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아빤 어느샌가 내 앞에서 미소를 짓고계셨다. 항상 보아오던 따뜻한 미소인데 오늘은 웬지 그 미소를 보고있으려니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나에 대한 원망보다는 그리움이 더 력력히 보이는 눈가의 주름이며 해살에 유난히 반짝이고 있는 하얀 머리칼을 보며 아빠가 갑자기 많이 늙어있음을 보았다. 눈앞이 흐릿해졌다.

 

아빠가 주신것이 단지 선물이 아닌 사랑이란것을 어느 순간엔가 알았으면서도 받는것에 습관이 되여 응당한것으로 여겨온 나, 하여 받기만 했을뿐 준적은 한번도 없었던 이제 나도 아빠에게 딸에게서 사랑을 받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싶다…

 

나는 어느새 앞서가 계시는 아빠 옆으로 다가가 살며시 팔을 걸었다.

 

《아빠,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가요. 오늘은 내가 아빠가 제일 좋아하시는 랭면을 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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