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다음 페이지에서 또 하나 만났습니다. 그 다음 페이지에서도 하나 만났습니다.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갈증이 생기는 게 그저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줄 건너 또 하나 만났습니다.
이거 뒷동네에 사는 용팔이도 아니고, 너무 자주 만나는 거 아닙니까? 사둔과 변소간은 멀찍이 있어야 한다고 까마귀는 왠지 기분이 잡칩니다.
한둘이면 몰라도 무리쳐 쳐들어온다면 간단히 국제 교류 정도로 봐주기는 힘들지요.
우리 동네가 대한민국만큼 몇천만의 큰 동네라면 몰라도 겨우 200만의 작은 동네가 아닙니까? 이렇게 마구잡이로 해도 되는 겁니까?
- 대체 얼마나 들어와 있는 거지.
까마귀는 의심스런 파일을 하나 하나 클릭해봅니다.
-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내 님은 어데 있냐, 어데 있냐?
이런, 새까맣게 들어와서 등록해놨습니다. 부산 아저씨도 있고, 서울 아저씨도 있고, 경상도 아저씨도 있고, 전라도 아저씨도 있습니다.
그리고 열에 아홉은 대표가 아니면 사장이네요.
지금까지 장가 못 가는 사람들은 모두 시골 총각인 줄 알았는데, 무슨 놈의 사장은 이렇게 많을까요? 돈 많은 사장님들이 왜 제 나라에서 장가를 안가고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혹시 여기에 ‘강남의 무슨 행동파’의 형님도 들어와 숨어있는 거 아닌지?
한국의 깡패에게 잘못 시집가고 신세를 망쳐버린 어느 연변 아가씨의 이야기는, 바람 타고 소문이 퍼지더니, 이젠 우리 연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왜 남자가 많고 여자가 적은가 했더니, 알고 보니 이런 문세였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꽃 같은 아가씨들이 줄을 처서 한국으로 날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거 미치고 환장하겠습니다.
어느 놈이 먼저 시작한 바람인지, 그 놈의 바람 길이 참 문제입니다.
바람 속에 웬 구린 내가 난다고 했더니, 하늘에서 동전 한 잎이 댕그랑~ 소리를 내더니 데굴데굴 따 위를 굴러갑니다.
- 빨리 이 놈의 한국 바람길을 막아야 해.
까마귀는 끝내 참지 못하고 거리로 달아나가 날아가는 비행기를 삿대질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 야, 이 도둑놈들아, 왜 남의 밭에 와서 감자를 캐 가는 거야. 너네 밭에는 감자가 없나. 대체 뭐야? 주인 먼저 캐가는 법이 어디 있어. 순서가 있을 거 아니냐. 백두산 밑의 감자가 예쁘고 맛 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구 캐가면 우리는 어쩌라는 거야.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냐? 적어도 종자라도 남겨둬야 내년에도 감자 농사를 하지. 한 곳으로만 몰려들지 말고 베트남에도 필리핀에도 가보란 말이야. 그 곳 감자도 괜찮아. 햇빛에 좀 그슬러서 그렇지 맛은 같은 거야.
어이쿠, 미치고 환장하겠습니다. 여러분, 이 많은 감자 도둑놈들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장가가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순순히 떠날 놈들도 아닙니다.
홍콩까지 원정 가서 홍콩 경찰을 두들겨 패는 용사들입니다.
사실 장가 못 간 놈의 성질은 장가 못 간 놈이 잘 압니다. 나보고 장가가지 말라면 내가 가만 있을까요. 까마귀도 홍콩 가서 경찰들을 두들겨 팰 겁니다.
- 후유~ 우리 집 감자 밭의 감자는 그래도 내가 단속해야겠다.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여기서 정중히 장가 못간 우리 중국의 조선족 홀아비들을 대표해서 내 고향의 여성 동무들에게 부탁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남들이 하는 짓에는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 힘드니 집안 단속은 절로 알아서 해야지요. 그리고 까마귀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겠습니까?
시집 가든 말든, 어디로 가든 모두 제 마음이지만, 그래도 까마귀는 그녀들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충고를 줄 필요를 느꼈습니다.
“여러분, 내일 저녁 7시, 연변 대학 대강당에서 총각귀신 까마귀님의 강연이 있겠습니다. 강연 제목은 <한국으로 시집 가고 싶은 처녀 동무들에게>입니다. 시집갈 나이가 된 아가씨들은 모두 참석하기 바랍니다. 시집 갈 나이가 된 딸을 둔 부모님들께서도 함께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장가 못간 홀아비들도 반드시 참석해주셨으면 합니다. 와서 열심히 응원을 해주셔야지요.”
까마귀 파이팅..^^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