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서 흡연… 꼴불견 많아 | ||
미국·중국·일본 등지의 관광업계 종사자나 관계자들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후진적인 꼴불견 행태로 국가적 망신을 자초한다고 안쓰러워한다.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H여행사의 이모(45) 본부장은 “일본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지적받는 게 호텔에서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면서 “금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워 항의받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호텔 직원이 인터넷에 한국 관광객들의 추태를 올려 재일 한국인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적도 있었다고 이 본부장은 전했다.
일본계 대형 여행사인 JTB의 한국인 담당직원은 “특급 호텔 로비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사람은 지구상에서 한국인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20년가량 여행업에 종사해온 김영석 미주여행사 대표도 “한국 관광객들은 단체로 몰려다니면서 큰소리로 떠들고, 예의 범절을 무시하는 행동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상인들은 한국인 관광객을 ‘봉’으로 여긴다. 적정 가격의 10배 이상을 불러도 흥정 없이 선뜻 구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계 항공사의 한국인 승무원은 “우리나라 손님들은 비행기에 타자마자 면세품부터 구입하기 위해 승무원을 찾는다”며 “중국인 동료로부터 ‘한국인들은 쇼핑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겸연쩍다”고 털어놨다. 싹쓸이쇼핑 행태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촬영에서 드러나는 한국인 여행자 속성도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다. 재중동포(조선족) 가이드인 이철주(37·가명)씨는 “사진 찍는 것을 보면 한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을 구별할 수 있다”며 “일본인은 유럽인들처럼 대개 관광안내원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는 데 반해 한국 사람들은 요란스럽게 사진 찍는 데만 정신을 판다”고 꼬집었다.
그는 해외관광을 통해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했다. 개브리얼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프로그램 디렉터는 “한국 사람들이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자신이 들어가는 사진을 찍지만, 미국인들은 경치나 풍경, 관광 명소의 모습을 카메라에 많이 담는다”고 말했다.
워싱턴·도쿄·베이징=
국기연·정승욱·김청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