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과 건너 가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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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과 건너 가는 길목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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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 수필산책>

    할미꽃이 마지막 힘을 쓰고 있다. 하얀 솜털로 무장한 채로 가는 4월을 잡으려 몸부림치고 있다. 이미 꽃이 지고 저만큼 멀리 걸어가고 있는 것도 있다. 하얀 수염을 바람에 날리면서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고 있다. 그러나 꽃은 친구들의 그런 모습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5월로 넘어가는 것을 막무가내로 거부하고 있다.

 
 


  ‘아직은 4 월이야. 화려한 시절이라고.’

  할미꽃은 이렇게 외치고 있는 듯 하다. 작은 언덕 위에서(전북 완주군) 보랏빛을 잃지 않고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할미꽃의 모습에서 왠지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때가 되면 넘어가야 하고 갈 때가 되면 미련 없이 건너가야 하는 것이 순리다.


  오늘은 5월 1 일이다. 4월에서 5월로 건너가는 길목이다. 4월의 화려함에 미련을 둘 이유는 없다. 당당하게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아쉬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은 민망하다. 꽃의 모습을 훌훌 털어버리고 씨앗을 날리기 위하여 준비를 마친 할미꽃씨들의 모습이 더욱 더 눈부시게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다. 그 것이 무엇이든 집착하고 탐심을 버리지 못하면 꼴불견이 된다. 아까울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생명이 다하면 찬란한 보석조차도 아무런 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결국 모든 것이 공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은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위적인 행위로 본질을 변형시키는 것은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 당장의 순간은 변화로 인해 착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 본디의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가식은 얼마 가지 않아서 그 실체를 드러내고 말기 때문이다.


  순리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일조차도 그대로 놓아두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소속되어서도 안 되고 목적지조차도 거추장스러운 일일 뿐이다. 그냥 내버려 둔다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게 되고 그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 되는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할미꽃을 바라보면서 건너가는 길목을 생각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매 순간이 바로 건너가는 길목이다. 단지 그 것을 의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인식하지 않을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어느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놓고는 조바심을 내는 것이다. 이것이 삶에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아등바등 잡고 있어보았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건너갈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넘어가는 것이 좋다. 5월로 넘어 오면 5월의 찬란함이 기다리고 있음을 왜 모른단 말인가. 걱정이나 근심은 기우일 뿐이다. 세월은 어차피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은 행복의 뿌리이다. 순리대로 살아야 즐거워질 수 있다. 할미꽃이 흔들리고 있었다.<아아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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