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연재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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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연재32)
  • 김석
  • 승인 2007.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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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 많은 놈에게 자비를 베프시라

하지만 세상사람들이 모두 저의 지도교수님처럼 까마귀의 깊은 마음을 이해해주고 배려해준 거는 아니었습니다.

 

정작 일본을 떠나려고 하니, 부모님들도 반대를 했고, 형제들도 반대를 했으며, 친구들도 모두 반대를 했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가서 뭘 할 거냐? 일본이 얼마나 살기 좋으냐? 한달도 못 참고 다시 돌아올 거 뻔하지 않느냐, 멍청한 생각을 버리라.

 

하지만 귀국은 심사 숙고한 뒤의 결정이었습니다.

 

까마귀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고 꿈의 실현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한번밖에 없는 인생을 한번 자기 맘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까마귀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니, 대부분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수 없이 끌려다닐 때가 많습니다. 질질 끌려다니는 그 모습, 이거야 말로 인간의 최대 비극이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상사에게 끌려 싫은 술을 억지로 마신다던가, 가정의 행복을 위해 싫어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던가,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억지로 같이 백화점으로 가서 쇼핑하는데 보귀한 하루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던가, 학점을 따기 위해 싫은 수업을 억지로 듣는 다던가, 싫어도 미운 놈에게 떡 한개 더 준다던가.

 

유감스럽게도 이거야 말로 진정한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싫어도 싫단 소리도 못하고 이렇게 사는 것 같습니다.

 

까마귀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체여행객들처럼 무리쳐 다닌다면, 까마귀는 배낭을 메고 혼자 다니는 여행에 매력을 느낍니다.

 

시시한 얘기는 이만하고...

 

2년 동안 대학원에서 문학 연구를 하고 나니, 까마귀는 문학연구가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

 

솔직히 얼마나 싫어졌으면 허무하게까지 느껴질까요?

 

까마귀는 연구보다 창작하고 싶은 의욕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그리고 원래 처음부터 창작을 목적으로 선택한 진학 길이었습니다. 까마귀는 소설가가 되고 싶은 거지, 대충 학위나 따서 교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위대한 까마귀는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 까마귀가 왜 남들의 작품을 연구해야 하지? 까마귀가 왜 남의 인생을 연구해야 하냐 말이다. 연구란 까마귀가 할 일이란 말인가? 까마귀는 어느 누구보다도 위대한 작가가 될수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 보고 까마귀를 연구하라고 해야 돼. 까마귀의 작품, 까마귀의 인생, 까마귀의 모든 것에 관해 옥신각신 하게 만들게 하는 거야.

 

시간이 갈수록 꿈은 부풀어올랐으며, 까마귀의 꿈을 이루고 싶은 욕망은 어느 누구도 동요할 수가 없었습니다.

 

까마귀는 모든 장애를 물리치고 단연히 짐을 챙겨 돌아와 북경에 자리를 잡았고, 매일 라면과 김치로 배를 채우며 창작에 몰두하였습니다. 덕분에 장가도 못 가고 영광스럽게 노총각 딱지도 붙었습니다.

 

이만하면 여러분들 보기에도 이 까마귀가 위대하지 않습니까? 나만한 놈이 이 세상에 몇이 있을까요?

 

되돌아보니 일본생활 6년에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았습니다.

 

젊은 기분에 친구놈들에게 술도 많이 싸줬고, 나도 곁에 붙어 많이 마셨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놈이 하룻밤에 최고로 인민페 만원을 던지며 술을 먹었으니 잘 했네요.

 

덕분에 작가가 된다며 빈털털이로 귀국하니 부모님들께 욕도 많이 먹었고, 모처럼 도움을 받고자 돈을 꾸러 온 친척들에게 실망만 주어 너무 미안했습니다.

 

까마귀 어머니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탄합니다. 

 

"어쿠, 미친 놈의 자식, 일본 가서 술만 처먹고 돌아왔구나. 그 놈의 술을 적게 퍼먹었더라면 연길에다 아파트 두 채는 사놨을 거다."

 

어머님의 말씀은 하나도 틀린 데 없습니다. 틀렸다면 아파트 두 채가 아니라 열채입니다. 아파트 열채면 연길에서 세를 주고도 잘 먹고 잘 살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까마귀는 하늘을 우러러 후회 한점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모든 것은 결국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고, 위대한 예술가가 되기 위한 노력이였으니깐.

총명한 사람은 자신에게 투자를 한다고 합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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