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취업제가 바야흐로 정부계획대로 차분히 진행되어 가고 있듯 싶다. 친척방문비자는 이제 H-2비자로 바뀌어졌고, 동포들의 취업범위도 넓어졌으며, 취업수속도 간편하게 되었다. 며칠 전에 법무부는 또 무연고동포 선발계획을 발표하였는데 나름대로 원칙을 갖고 예정된 프로그램을 소신껏 진행시켜 나가려는 의도가 보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속에 큰 함정 하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쉬이 보아낼 수 있다. 무연고 중국동포 시험장소에 대한 불합리한 선정, 바로 그것이다.
법무부는 무연고중국동포들에 대한 한국어시험 관리권한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맡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다시 중국 고시중심과 협의를 해서 출제와 시험지관리는 한국에서 맡고 장소선택과 시험관리는 고시중심에 맡기기로 합의하였다.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협약이고 누가누구의 권한을 대행하거나 침범할 수 없는 국제적 합의로 이루어진 듯싶다.
그러나 시험장소선정에서 조선족의 집구거인 연변이 빠지고 적지 않은 조선족들이 살고 있는 흑용강성에도 시험장소를 두지 않는 등 불합리한 장소선정에 동포들의 불만은 고조되어 가고 있다. 흑용강신문사의 통계에 의하면, 이번 무연고동포선발 한국어시험에 참가할 조선족이 약 2만 명이 될 것이라 한다. 이는 흑룡강 보다 조선족이 많은 요녕성에도 조선족 참가인수가 2만이 넘을 것이라는 것을 시사해 준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고장은 연변이다. 80만 조선족 인구를 갖고 있는 연변 조선족은 이번에 적어도 흑용강성과 요녕성을 합친 수보다 많은, 4만 명 이상의 무연고동포들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러니 9월 16일에 그 많은 동포들이 장춘으로 몰려가야 한다는 말이다. 연변에서 장춘까지 가는데 버스나 기차로 대략 9시간 소요,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갈 수 있을까? 시험장소가 그 많은 응시자들을 수용한다고 가정해도, 또 미리 가서 대기하고 있는다고 해도, 시험장소 주위의 여관들이 그 많은 조선족 응시자들을 수용할 수 있을까?
때문에 ‘9․16 장춘대란’은 이미 예고되어 있음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한국 법무부와 중국 당지 정부는 아직도 방임하고 그대로 밀고 나갈 생각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한국 법무부의 의중을 보기로 하자. 한 국법무부는 방문취업제도를 내오기 전부터 동포들에게 특례를 주는 제도가 중국정부의 비위를 거슬러 외교문제로 까지 번질까봐 겁내왔었다. 그래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책임을 위임했고, 발언권이 적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중국고시중심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고시중심은 나름대로 성급 이상의 외국어대학에서 국제성적 시험을 치르게 한다는 방침을 세웠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연변을 제외시킴으로써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은근히 표출했는지도 모른다. 중국인에게도 왜 동등한 응시자격을 주지 않느냐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행히 지난 4월 중순, 온가보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에 진출하려는 중국인들에게 보다 많은 길을 열어 주었다. 한국과 청소년교류, 노무인원수출 등 협력문서에 조인한 것이다.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제 중국정부에 대해 떳떳이 할 말이 생긴 것이다. 불합리한 행정처사로 동포들에게 더는 피해를 주지 말아야지 할 것이다.
다른 한 면으로, 당지 연변정부가 발 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조선족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예전처럼 명철보신하고 위의 눈치나 보고 나 몰라라, 하는 식의 사업 작풍은 버려야 한다. 조선족간부는 조선족백성들을 위해야 한다. 민족의식이란 딱지가 붙을까봐 윗선의 눈치 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노무송출 외화벌이는 이미 연변경제의 주요기둥산업으로 부상되었다. 이런 통계가 있다. 2004년도부터 추진돼 온 연변 주 노무수출 규모는 매년 1.4만인의 속도로 증가, 수출유형도 단순 체력형에서 기능형으로 전변되었고 노무수입도 매년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도만 경외취업인원이 은행에서 송금한 금액이 10.6억불에 달한다.…주지하다시피 연변경제에서 노무송출은 연변경제수입의 넘버원인 것이다. 이번에 만약 무연고동포들이 시험을 제대로 치르게 된다면 약 1.5만 명이 5년 간 한국에 입국해 외화벌이를 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1인당 1년에 최소한 800만원(한화), 5년에 4000만원씩 번다면 1.5만 명이면 6천억(한화)의 외화벌이 계산이 나온다. 한국에서 선진기술을 배워 고향에 들어와 창업을 하는 부가가치를 빼고도 연변경제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연변조선족 지도자층에서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이 일로 뛰지 않는다면 괴이하지 않는가?(나름대로 소신껏 뛰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는 한국이나, 중국 어느 윗선에서 도와줄 것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백성은 당신들의 백성이고, 또 당신들이 해결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계에서는 이 문제를 부각시켜 해결 방도 찾기에 거듭 채찍을 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9․16’, 그날에 대란에 오지 말 것을 바란다. 그리고 예고된 대란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동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