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와 추운 날씨가 엎치락뒤치락해서 계절을 가늠하기 어려워도 괜찮다. 높은 식견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감동을 주는 책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면야.
에머슨의 수상록에 이런 단락이 나온다.
《우리의 견지(見地)를 조금만 바꾸어도 전세계에 그림같은 풍치가 가해진다.》
견지를 바꾼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이라도 하듯 에머슨은 우스꽝스러운 한마디를 보탠다.
《몸을 굽혀 가랑이사이로 풍경을 거꾸러보면 그 풍경이 비록 20년동안이나 보아온것이라도 얼마나 재미있는가.》
가랑이사이로 거꾸러보다니, 이 얼마나 동심에 찬 기발한 생각인가!
상상만 해보아도 신난다. 엉덩이를 쳐들고 머리를 가랑이사이에 틀어박고 거리를 바라보면 자동차들은 전부 차체우에 바퀴를 달고 정신없이 달리고있을것이다. 직립행인들은 어떠할가? 그들 역시 도립을 해서 여유작작하게 거리를 활보할것이다. 그리고 우중충한 건물들은 푸른 하늘우에 거꾸로 매달려있을것이다.
약간은 우수워보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는 결코 가볍게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이 안고있는 고질적인 병페의 하나가 바로 거꾸로보기를 모르는 시각의 단조로움이다. 시각의 그 고정틀때문에 우리는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살대신 남의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피동적인 삶에 갇히기가 일쑤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난점이 장점일수도 있다. 연변은 변방이지만 외국이 지척이고 바다와 가까워 대외무역과 로무경제에 리롭다. 현대화의 후진지역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친환경적인 산업을 발전시킬 여지가 풍부하다는 리점이기도 하다. 이중언어교육문제도 그렇다. 부담이라고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난점이자 강세이다. 한국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한어와 중국문화에 익숙하다. 한족들에 비하면 우리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하다. 거기에 영어나 일어까지 안다면 우리는 영낙없이 누구나 부러워할 삼국통사이다.
돈벌이를 나가도 좋고 아이의 학교선택을 해도 좋다. 몸을 굽혀 가랑이사이로 풍경을 거꾸로 보기도 하며 살 일이다. 새롭고 다양한 시각을 개발한다면 난점과 장점을 바로볼수 있고 난점을 장점으로 전환시킬수도 있는것이다.
이상은 에머슨의 책을 읽으며 가져본 질서없는 생각들에 불과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좋은 책은 이와같이 사유를 해방시킨다. 량서(良書)는 잠자는 령혼에 생기를 부여한다. 감겨있는 눈을 뜨게 하고 녹이 쓴 사유에 기발한 상상의 나래를 달아준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은 음식물로 체력을 배양하고 독서로 정신력을 배양한다》(쇼펜하우어)는 말은 진리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난한자는 책으로 말미암아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으로 말미암아 존귀해진다》(고문진보)는 말도 믿을만 하다. 더욱 마음에 와닿는 말도 있다ㅡ 《좋은 책 한권을 꾸준히 읽는데서 우리는 행복의 샘을 발견할수 있다. 몇페지 훑어보고 내던진다면 독서의 행복을 맛보지 못한다. 이것은 단지 독서에 한한 일이 아니고 매사가 다 그렇다. 자기자신속에 행복의 샘을 파는 일은 어느 정도의 참을성과 끈기가 필요하다. 이같은 노력은 자신의 마음을 아름답게 할뿐아니라 얼굴도 아름답게 한다. 이것이 곧 자신의 내부에 행복된 씨앗이 자랄 터전을 마련하는것이다. 불평불만과 비관 등 감정의 산물을 버리면 의지의 산물인 행복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알랭)
마음만 먹으면 남에게 크게 뒤지지 않을 일이 하나 있다. 독서—행복의 샘을 파는 일에 주민(州民) 모두가 앞장서는것이 그것이다. 이제 한달이 지나면 11년째 맞는 세계 독서의 날(4월 23일)이거니와 지금부터라도 서점도 늘이고 도서관도 더 지으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보다 본격적으로 공유할수 있기를 독자들과 함께 기약하고싶다, 독서모범자치주를 목표로.
연변일보 07. 3. 23
장정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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