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연주에게
상태바
사랑하는 우리 연주에게
  • 김석
  • 승인 2007.03.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김석>

사랑하는 아들이 돌인데도  돌잔치 못 치러주는 아빠의 가슴 아픈 사연, 그리고 애틋하고도 절절한 사랑, 눈물겨웁게 불러보는  아빠의 갈린 목소리!... 여기서 우리는 작가의 남다른 인간애를 느껴본다...---- 편집자

 

 

▲ 아들 연주...내일이 생일인데...

사랑하는 연주야,  내일이면 우리 연주가 한 돌이 되는 경사로운 날이구나!

 

우리 아들은 아빠의 고향 연변에서 생일을 쇠는구나. 유감스럽게도 아빠는 우리 연주의 돌 생일에 참석 못한다. 대신 아빠는 한국에서 우리 연주의 돌 생일을 축하한다.


우리 연주가 보고 싶고, 우리 연주를 안아보고 싶고, 우리 연주를 목마 태우고 싶고, 우리 연주와 같이 바닥에서 뒹굴고 싶고, 우리 연주와 같이 <곰 세 마리>를 부르고 싶고, 우리 연주에게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을 가르치고 싶지만, 아빠는 지금 할 일이 너무 많구나!

  

그나마 곁에 엄마가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켜주고 있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도와주고 있고, 우리 연주를 축복하는 고마운 친척들과 친구들이 있기에 시름을 놓는다. 우리 연주는 이 세상의 모든 축복을 한 몸에 지니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우리 연주의 이름, 김연주(金炎澍)는 이 세상의 어느 누구의 이름보다도 행복하고 행운이 넘치는 이름으로서 아빠가 ‘연(炎)’자를 선택하고, 엄마가 ‘주(澍)’자를 선택했느니라. 사주팔자를 봐도 너의 장래는 최고로서, 바람만 안 피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문제 없다.

 

우리 연주가 너무 착하고 예뻐서, 아빠는 연주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연주의 장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구나.

 

사랑하는 연주야, 아빠의 아들아, 우리 둘 만의 부자간의 비밀인데, 아빠는 이 세상의 어느 아빠보다도 꿈이 많다. 아빠는 현재 시나리오작가로서 서울에서 영화연출 공부를 하고 있다. 영화감독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전에 대한민국 문단에 소설로 데뷔할 것 같구나. 때문에 우리 연주도 아빠처럼 꿈 많은 멋진 남자가 되었으면 한다. 반드시 이 아빠의 뒤를 따르라는 거는 아니지만, 아빠는 우리 연주가 자기 나름의 꿈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꿈의 실현을 위해 아빠는 지금까지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빠는 우리 연주가 자신의 꿈을 가지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멋진 남자로 성장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빠는 우리 연주가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총명한 우리 연주는 충분히 아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멋진 인물이 될 거라 믿는다. 왜냐면 너는 아빠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고, 관상쟁이 동네 할아버지가 이미 아빠를 초과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진 아빠가 곁에서 지켜주고 있잖아!


아빠의 이름은 김석(金石), 엄마의 이름은 김미란(金美兰), 아들의 이름은 김연주(金炎澍), 우리는 한 핏줄이다. 아빠는 영월김씨이고 엄마는 광산김씨다. 때문에 우리 연주는 반은 영월김씨고 반은 광산김씨니라. 아빠는 우리 연주가 이 혈맥을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너의 돌 생일에 참석 못하는 것이 아빠로서는 여전히 유감으로 남지만, 이해심 풍부한 우리 연주가 이 아빠를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연주야, 자랑스런 나의 아들아, 아빠가 너의 돌 생일에 참석 못해서 미안하지만 너무 욕심은 부리지 말거라.


지나온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에 맺혀 이젠 눈물도 안 난다. 반세기 전에는 압박에 의해 한 핏줄도 갈라져 살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뭐가 다를까? 아빠가 아들의 돌 생일에 참석 못한다는 것이, 현재로선 작은 유감으로 매듭을 지으면 그만이지만, 먼 옛날에는 간단히 유감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에 맺힌 피눈물의 역사였다. 현재의 ‘이산가족’은 옛날의 ‘이산가족’과 비교가 안 될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제 우리 연주가 좀 더 커서 말도 하고 글도 익히기 시작하면, 아빠는 너에게 우리란 누군지 알려줄 것이다. 우선 우리의 역사를 가르칠 것이고, 우리 역사를 알게 되면 우리의 현실을 가르칠 것이고, 우리의 현실을 알게 되면 우리의 미래에 대해 아빠는 우리 연주와 허심탄탄 생각을 나누고 싶구나.


현재 우리는 ‘조선족’이란 단체에 속한다. 우리의 피는 한반도에 뿌리를 박고 있지만, 우리는 또한 중국이란 위대한 나라의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빠는 자신이 소속된 단체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아빠의 눈에는 더 이상 민족도 나라도 대단한 거 아니었으니깐. 옛날에는 무리 싸움도 많이 했고 싫어도 자신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지만, 요즘은 법이 좋아선지 싸움도 적어졌고 어느 무리에 가담 안 해도 되는 구나. 요즘은 민족이나 나라와 같은 경계에 대해 신경을 안 쓰고 혼자 노는 재미도 쏠쏠하구나. 솔직히 실력만 된다면 어느 나라에 가서 살든지, 어느 민족과 어울리든지 안 될 것이 무엇이냐! 21세기는 글로벌 시대로서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있다. 아빠는 우리 연주가 이렇게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 더없이 기쁘구나.

   
▲ 김석 작가

 

우리 연주가 태어나면서 저도 모르게 자신의 위치와 배경을 되돌아보게 되었는데, 아빠는 어느 때보다도 지갑에 조선족이란 명함을 넣고 다니는  것이 더없이 자랑스레 느껴지는구나.


예를 들면, 우리 연주는 현재 대한민국의 기러기아빠들처럼 조기유학을 보낼 필요가 없구나.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두 가지 문화 배경을 가지고 태어났고, 중국과 고국의 두 가지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두 가지 언어를 자연스레 구사하게 된다.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는 일을 혼자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타민족의 문화를 접촉하게 되니, 자연히 남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생기게 되고 잠재적으로 비교의 시각을 가지게 된다. 한마디로 그건 바로 넓은 흉금과 넒은 시야라고 할 수 있다. 넒은 흉금과 넒은 시야는 우리의 삶에 더없이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우리의 입장과 배경, 그리고 능력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사랑하는 연주야, 나의 아들아, 너도 멀지 않아 보아낼 것이다. 조선족으로 태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이고 자랑스러운 일인지? 아빠가 알아봤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우리 연주 스마일...^^


아빠는 우리 연주가 너무 고맙구나. 우리 연주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울지도 않고 투정도 안 부렸다. 마치 아빠 엄마의 힘든 현실을 덜어주려는 듯이, 너무 착하고 너무 예쁘다.

 

혹시 배속에서 아빠 엄마의 얘기를 훔쳐 들은 건 아니겠지?

 

아빠는 우리 집에 새로운 꿈과 희망을 준 연주가 너무 자랑스럽고, 그 기쁨 또한 뭐라 말할 수 없구나! 아빠는 우리 연주가 이대로 이후에도 계속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바램이다.


여러분, 우리 연주 생일 축하해주세요..^^




연주아빠 서울에서

2007년 3월 26일 12:0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