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케시님의 위대함은 페미니즘주의자들이 직접 입증해주었습니다.
대학원에는 시집은 안 가고 페미니즘의 연구 하나에 일생을 바친 ‘미녀삼총사’ 여교수님이 셋이 있었는데, 다른 원생들이 졸업논문을 발표할 때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위대한 타케시'님의 차례가 오면 마치 큰 경사라도 난 것처럼 각기 제자들을 앞세우고 위풍당당하게 등장합니다.
<대장금> 속에서 최상궁이 자기 패거리들을 끌고 위풍당당하게 등장하는 신을 보는 것 같습니다.
‘미녀삼총사’와 그녀들의 제자가 무리를 쳐서 현장에 나타나자 타케시님의 안색이 돌변합니다. 펜을 든 손이 가볍게 떨리고 유창하던 언변에 장애가 오기 시작하더니 타케시님 닯지 않게 한 숨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녀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 조심 발표를 하는 타케시의 모습은 마치 고양이 무리에 둘러싸인 백색 쥐 한 마리 같습니다.
타케시는 하얀 와이셔츠를 즐겨 입었으니깐..^^
더욱 잔혹한 것은 까마귀를 포함한 많은 수컷과 암컷들이 흥미진진이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누가 인간의 본성은 선량하다고 했던가요? 중국 고서에 ‘人之初,性本善’라고 하지만, 까마귀가 보기에는 그건 틀린 말로써 ‘人之初,性本恶’입니다.
그럭 저럭 발표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미녀삼총사’의 총알 같은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와타나베 메구미선생이 한마디 합니다.
“타케시군, 남권주의란 그렇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일까요? 우리 일본은 지금까지 남자들이 세상을 지배해왔지요. 덕분에 우리 여자들은 그 지배를 받느라 참 괴로웠습니다.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여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면 안되겠나요? 난 시집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남자들의 흉금이란 바다처럼 넓다고 하는데, 타케시님 그게 정말인가요?”
관중석에서 킥킥 하는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다음은 호리이 사찌꼬선생의 차례입니다.
“다케시군, 혹시 사귀는 여자 친구라도 있나요? 다케시군의 이상형은 어떤 여자인가요? 아니, 타케시군은 혹시 여자가 싫고 남자가 좋은 거 아닌가요? 개인의 프라이버시라면 죄송하지만 남권주의자들은 여자와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그만큼 대접을 받았으면 됐지 뭐가 모자라서 권리를 외쳐대는가요?”
요란한 웃음소리가 회의장을 흔듭니다.
‘미녀삼총사’ 중 제일 젊고 예쁜 후꾸모토 쥰꼬선생도 한마 디 해야지요.
“솔직히 타케시군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세상에 불쌍한 남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남자들은 몸을 팔 정도까지 온 건 아니지요. 타케시군의 생각은 좋은데, 너무 자기 주관에 빠져있다고 생각해요. 객관적 입장, 즉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입장에서 볼 때, 남자들은 자신들이 얻은 권리에 충분히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요? 생리적으로 봐도 남자들은 돌아서면 아무데나 오줌을 눌 수 있잖아요. 얼마나 편해요? 나도 한번 서서 오줌을 싸보고 싶네요. 유치원 다닐 때 너무 부러웠어요.”
회의장에 또 다시 요란한 웃음소리가 일어났습니다.
‘미녀삼총사’가 돌아가며 질문을 하니, 다른 사람들은 끼워들 틈도 없습니다.
회의장에 웃음소리가 요란합니다.모르는 사람들이 들었으면 코미디 대회라도 시작한 줄 알겠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다닌 학교는 특별해서, 대학원의 석사논문 발표장소는 교내, 교외 할 거 없이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기에, 방청석에는 언제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습니다.
이 놈의 사회란 불투명해도 문제지만, 때로는 너무 투명해도 문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발표가 끝나니 타케시님은 무참히 이리 뜯기고 저리 뜯겨 몸에 걸친 건 엉덩이와 거시기를 감싼 삼각 팬티 한장이 전부였습니다. 덕분에 까마귀는 남권이란 여권 앞에서 얼마나 나약하고 무맥한지 철저히 느끼게 되었고, 그 친구가 5년이 지나도 왜 석사 학위를 못 따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솔직히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감히 남권주의 연구를 하려고 들까요..^^
지금까지 예의 밝고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잊을 줄 모르는 일본여자들만 보아 온 까마귀는 일본 여자들이 이렇게 무서운 줄 처음 알았습니다.
일본영화 <라쇼몽>에서 여주인공의 말에 넘어가 원하지도 않는 결투를 하는 나약한 두 남자를 떠올리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역시 천재는 여자에 대한 이해가 다릅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