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소리/리혜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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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소리/리혜선 저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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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죽소리/ 리혜선글 / 이담.김근희 그림/ 길벗어린이작가 앨범 (서평자-안지연)


▲ 리혜선 지음|길벗어린이
1996.3.1|ISBN 8986621126|50쪽|규격外
평점 10.0|네티즌리뷰(3건)|미디어리뷰(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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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애달프고 가슴 시린 이야기다. 책을 덮으면서도 그 여운이 계속 이어진다. 지금 아이들이 조선족이라 하면 아마도 모르는 아이들이 없을 것이다. 모두 그들이 연변에서 온 우리 민족이라는 것을... 하지만 왜 조선족이며, 연변에 살게 되었는지를 알려면 역사를 배우는 좀 큰 아이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이야기로 슬프지만 우리 민족이 연변으로 가게 된 배경을 알게 해 주는 책이 있다. 바로 ‘폭죽소리’.

 

   폭죽소리는 조선말 일본이 우리 나라의 주권을 빼앗고 우리 민족을 강제로 만주로 쫓아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특히 연변에 사는 우리 동포 작가 리혜선 선생님이 울면서 썼다고 한다. 요즘 중국과 일본은 우리 역사 왜곡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역사도 빼앗기고 민족까지 빼앗겨서야 되겠는가? 연변에는 여전히 우리 민족 조선족들이 살고 있다. 이제 그 연변까지 가게 된 옥희를 만나 보자.

 

   어느날 창고에 있는 붉은 관 속에 쌔근쌔근 자고 있는 조금만 여자아이가 발견되었다. 이 아이는 어젯밤 가난에 팔려 왕씨 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는 낯선 사람들 앞에 언 손을 입에 물고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다. 그 아이가 바로 옥희이다. 옥희는 곧장 왕씨 아주머니에게 불려가 병든 할머니 수발을 들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조상신을 모시는 제사상의 엿이 없어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곧장 의심을 받은 옥희는 다른 사람에게 되팔리는 신세가 되지만 아무도 옥희를 데려가는 사람이 없다. 옥희의 옷차림을 희한하게 쳐다볼 뿐... 할 수 없이 다시 왕씨 집안에서 거두지만 그 집 쌍둥이 자매와 싸우다 매를 맞고 쫓겨 난다. 창고에서 잠이 든 옥희는 콩볶는 듯한 요란한 소리에 놀라 잠이 깬다. 사실 청나라 사람들은 그믐날 밤 열두 시부터 새벽까지 귀신을 쫓느라고 폭죽을 터뜨렸던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옥희는 오히려 주인집을 걱정한다. 다행히 왕씨의 도움으로 다시 왕씨 집에서 살게 되지만 처음 그 집에 올 때부터 입고 있던 옷이 작아져 치맛자락이 무릎 위로 올라갈 때까지 그 옷을 입으며 일을 한다. 조금씩 청나라 말을 알아들을 즈음 다시 설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폭죽소리가 귀청을 울리며 요란하게 들렸다. 옥희는 쌍둥이 자매와 이웃집 아이 밍밍이에게 쥐불놀이를 알려 준다. 쌍둥이 자매는 옥희를 따라 “뿔이야, 뿔이야, 찌뿌리야...찌야,짜야,따아 쭈꺼라아!” (불이야,쥐불이야. 쥐야,쥐야, 다 죽어라!)라고 소리친다. 이후 옥희도 자라고 쌍둥이 자매도 시집갈 나이가 된다. 얼굴이 고운 옥희를 내세워 왕씨네는 쌍둥이 자매를 좋은 가문에 시집 보내고, 옥희도 어느날 밍밍으로부터 전해들은 상발원이란 곳으로, 옥희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았다는 곳으로 떠난다. 그곳으로 엄마를 찾아 떠난다. 

 

   이야기는 여기서 옥희 뒷모습을 보이며 끝난다. 한편 옥희가 그곳에서 같은 조선족을 만나리라는 희망도 걸면서, 혹은 가는 도중 또 다른 파란만장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렇게 하여 연변 조선족이 생겨났다는 것을, 지금도 살고 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일 게다. 마지막 옥희 뒷모습에서 연변에서의 삶이 잠깐이 아니라 아주 오랜 세월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이야기가 조금은 어둡다. 하지만 같은 민족을 찾아가는 옥희는 두려움이 없다. 오히려 같은 옷을 입는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을 큰 희망으로 여긴다. “순돌아, 헤이랑아. 이제 여기서 십 리만 더 가면 울 엄마 같은 분들이 사는 곳이 있대. 난 그리로 갈거야.”(*책에 페이지표시가 없슴)

   그림책이지만 다소 저학년이 읽기에는 글 내용이 조금 길다. 한쪽 글과 한쪽 그림으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글씨크기가 다소 작아 글이 오히려 많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제목도 얼른 책표지 그림과는 연관지어지지 않지만, 폭죽소리는 중국을, 쥐불놀이하는 본문 속 그림은 중국안에 있는 우리 민족을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꼭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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