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우연히 커텐이 열려져 있는 안방을 들여다보니 젊은 여자 2명이 상체에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고 젖가슴을 들어 내놓고 있었고( 하체는 보이지 않아 옷을 입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없었음) 남자 3명도 역시 윗통을 홀딱 벗은 채였다. 이상한 것은 그들이 지나가는 손님과 눈길을 마주쳐도 아무 일도 없 듯 태연해 하는 것이었다.
"음식점에서 웬 벌거숭이들이야?" 하고 궁금했다. 그날 어렵게 웨이터한테서 들은 말에 의하면 이렇다.
젊은 남녀 8명인데 개중 3명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금방 귀국했고, 나머지 5명은 국내에서 박사를 졸업하여 모여서 축하파티를 열었다. 한창 술이 거나하게 되자 ‘파도타기(순서대로 앞 잔을 건배하다가 걸리는 자는 옷 한 벌씩 벗기)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이 음식점에서조차 옷 벗는 놀이를 하고 있으니 더 흥이 나서 노래방에 간다면 무슨 일이···? 하면서 나름대로 상상해보았다.
15년 전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인한테서 부산완월동 과부촌에 가면 노래시합 하다가 점수가 낮은 자가 옷 한 벌씩 벗는 놀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1990년대 초 북경에도, 연길에도 부산완월동과 비슷한 곳이 있었다.
허나 음식점에서 옷 벗는 놀이를 하는 것은 내 평생에 머리털이 나서 처음으로 목격한 일이다. 그것도 이 사회에서 가장 엘리트층에 속하는 젊은이들이 이런 소행을 저지르고 있으니 참으로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에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사회 엘리트들이 스와핑에 참여한 수가 많아 화제가 되었다.
왜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도덕적으로 타락해 있을까?
우리는 한때 멋도 모르고 옛날 유생들을 두 귀를 막고 세상일에 관심이 없는(兩耳不聞窓外事) 기생충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허나 오늘날 뒤돌아보면 옛날 선비들은 도덕을 비롯해서 모든 면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전범(典範)이었다. 이에 비해 현시대 젊은이들은 인성교육이 결여된 채 성적제일주의 교육에만 매달리고 또 지나치게 ‘창밖의 일’에 관심을 갖고 객관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나좋은 대로만 행동한다.
이는 결국 현대인은 지(知)에만 매달리고 식(識)을 홀시한 결과라 인식된다. 즉 현대인은 ‘유지지사(有知之士)’는 흔해 빠졌으나 ‘유식지사(有識之士)’는 매우 드물다. ‘식’이 결여된 ‘지’, 이 사회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사서오경’이 결코 케케묵은 폐물이 아니라 현대인의 인성교육에 여전히 유효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