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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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두꺼비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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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26>

 

두꺼비가 개구리를 보고는 마음에 들어서 친구가 되고자 하였다. 그래서 개구리에게 함께 놀러 가자고 청을 하였다. 개구리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쁠 것도 없어서 응하기로 하였다.

 

개구리는 두꺼비를 만나자 앞뒤 다리를 쭉쭉 펴 보이며 자신의 몸매를 자랑해 보였다. 두꺼비는 그러는 개구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칭찬을 하였다.

“넌 참 잘생겼다. 영화배우를 해도 인기가 높을 거야.”

개구리는 두꺼비의 칭찬에 으쓱대면서 두꺼비의 몸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두껍아. 네 몸이 그게 뭐냐? 꼭 옴 오른 것 같다.”

그 말에 두꺼비는 기분이 나빴지만 참았다.

그런데, 개구리가 또 한 마디 하였다.

“그 울긋불긋한 점들은 뭐니? 나처럼 죽죽 줄무늬를 하든지….”

두꺼비는 그래도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꾹 참았다. 자신도 자기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본래 생겨나길 그런데 어쩌겠니? 할 수 없는 거지 뭐.”

개구리는 못생긴 두꺼비와 함께 다니는 것이 별로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처음이니까 오늘만은 봐 준다고 생각하며 앞장을 섰다. 두꺼비는 어기적거리며 개구리 뒤를 따라갔다.

 

두꺼비는 개구리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걸었다. 하지만 껑충껑충 뛰어가는 개구리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천천히 가자고 청하였다. 개구리는 뒤돌아 서서 바라보며 한 마디 했다.

“두껍아. 왜 그렇게 느림보냐? 빨리 오지 못하고.”

“빨리 걷는 게 그래. 천천히 좀 가자. 숨이 차서 못 가겠다.”

“걷지만 말고 이렇게 펄쩍펄쩍 뛰어 봐. 그래야 빨리 갈 수 있어.”

두꺼비는 뛰어 보았지만, 제자리 뛰기가 될 뿐 별로 나아가지지 않았다. 개구리는 속이 상한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그렇게 뛰면 어쩌니? 이렇게 해 봐.”

개구리는 뒷다리를 웅크렸다가 땅바닥을 힘차게 박차며 몸을 앞으로 쭉 뻗어 나아갔다. 두꺼비는 개구리가 시키는 대로 힘껏 뛰었다. 그러자, 두꺼비는 중심을 잃고 나뒹굴고 말았다.

 

“아이구, 바보야. 그게 뛰는 거니? 넘어지는 거지.”

두꺼비는 네 발을 휘저어 일어나 앉았다. 무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였다. 그래도 개구리가 친구를 안 해 줄까 봐 몇 번을 다시 뛰어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별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빠지고 넘어지기만 하였다.

“그만 둬라, 그만 둬. 날개도 없는 놈한테 날아라 하면 되겠냐?”

 

개구리는 아예 포기하고는 앞서서 걸어갔다. 두꺼비는 개구리 뒤를 따라가며 변명하듯 말했다.

“개구리야. 미안하다. 난 본래 걸어다녔지 뛰어본 적이 없어. 그래서 그런 거야.“

개구리는 퉁명스럽게 “알았어.” 하고는 말 없이 걷었다. 두꺼비는 미안해하며 뒤따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확실히 개구리는 잘생겼어. 몸매도 멋지고 뛰기도 잘 해. 앞으로 크게 될 거야.’

한참을 가다가 둘은 쉴 겸 풀숲으로 들어섰다.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눈앞에 갑자기 커다란 뱀의 얼굴이 보였다. 두꺼비와 개구리는 간이 콩알만해졌다. 어디로 도망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순간 두꺼비는 뱀에게 사정을 하였다.

“우리는 오늘 처음 친구가 되어 나온 겁니다. 그러니 한 번만 봐 주십시오.”

그러자, 뱀이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 난 배가 고프다. 그러니 한 녀석은 먹어야겠다.”

그때 개구리가 얼른 나서서 말했다.

“나보다 못생기고 능력도 없는 저 두꺼비를 잡아먹으시오. 잘생기고 능력이 월등한 나는 할 일이 많다구요.”

 

그러자 뱀이 이렇게 말을 하였다.

“너 같으면 보기 좋은 떡을 먹지, 지저분한 놈을 먹겠니?”

그리고는 개구리를 덥석 물어서 한 입에 넣었다. 두꺼비는 그러는 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다가 어기적거리며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개구리를 삼킨 뱀이 뒤에서 이렇게 말했다.

“두껍아. 걱정할 것 없다. 너는 생김새가 더러울 뿐만 아니라 독까지 가지고 있어서 잡아먹지도 않을 거야.”

 

두꺼비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예쁜 여자가 명이 짧고, 재주 있는 사람이 일찍 죽는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잘생겼다고 누구나 다 잘 되는 것은 아니야.’

두꺼비는 그때서야 자신이 개구리처럼 잘생기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울퉁불퉁 울긋불긋 생긴 자신의 몸이 도리어 잡아먹히지 않게 하는 줄을 깨닫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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