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신체는 계통발생학적으로 거의 일정한 온도의 ‘내부환경’을 갖게끔 설계됐다고 한다. 외부의 기온이 아무리 낮아도 건강한 인체는 신진대사에 의한 열을 발생시켜 섭씨 36.5도의 체온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능도 한계가 있다. 피부가 지속적으로 찬 공기에 노출돼 빼앗기는 열량을 자체 생산 열량으로 도저히 보충하지 못할 경우 체온이 서서히 떨어진다. 특히 섭씨 31도 밑으로 내려가면 혼수상태, 호흡부전을 겪게 되며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동사(凍死) 이전에 말단 부위의 피부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 괴사하기 시작한다. 바로 동상(凍傷)이다.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요시무라팀은 병사들의 동상 대책을 위해 마루타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했다. 살아있는 사람을 냉동실에 넣어 변화를 관찰했다는 것이다. 피부가 괴사하기 시작하는 온도는 섭씨 마이너스 5~6도. 완전히 얼어붙은 다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뼈만 남기고 살점이 우수수 떨어지게 만드는 실험도 벌였다. 수십명의 마루타를 희생시킨 끝에 요시무라팀이 얻은 의학적 결론은 동상에 걸릴 경우 체온과 같은 온도의 물로 마사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극히 상식적인 내용이었다.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노숙생활을 하던 중국 동포가 추위를 견디다 못해 112, 119와 주위에 여러차례 도움을 청했으나 외면당하고 결국 길거리에서 동사했다고 한다. 참으로 안쓰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를 얼어 죽게 만든 것은 차가운 겨울 공기가 아니라 한국인의 냉랭한 인심이었다. 아무리 세태가 각박해졌다기로서니 그럴 수가 있나 싶다.
마지막 남은 성냥 하나를 태운 뒤 돌아가신 엄마 품에 안겨 하늘나라로 가는 안드레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처럼 사람이 얼어죽기 직전에는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환상으로 겪게 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대부분 동사체에 남은 환한 미소가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코리안드림을 품고 고국에 왔다가 횡사한 그 동포도 아무쪼록 돈 많이 벌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환상을 보고 갔으면 싶다.
〈강성보 논설위원 sbk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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