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취업 허용 이틀째…출입국관리소 수백명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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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취업 허용 이틀째…출입국관리소 수백명 북새통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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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왔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번호표도 뽑지 못하고 돌아갔어요. 비자 만료 기한이 나흘 지나서 벌금을 내야 할 판인데 오늘은 꼭 방문취업 비자를 받고 가야 합니다.”(연변 자치주 출신 이모 씨)살을 에는 매서운 꽃샘추위로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6일 오전 7시40분께 연변 자치주 출신인 중국 교포 이모(40) 씨는 발을 동동 굴렀다. 이씨처럼 방문취업(H-2) 비자를 받기 위해 몰려든 중국 동포 200여명으로 인해 서울 양천구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웅성거렸다.

방문취업 비자 발급이 처음 시행된 5일 6000여명가량이 H-2 비자를 받기 위해 북새통을 이뤘던 출입국관리소에서는 이날도 업무 개시만을 기다리며 차가운 바람에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2시간 이상 발을 동동 구른 사람들이 있었다.

 

오전 8시, 정문이 열리자 단거리 경주라도 하듯 중국 교포들이 일제히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대기표를 뽑아간 사람 숫자는 30분 만에 660명을 훌쩍 넘겼다.

 

방문취업제는 중국과 옛 소련 교포들에게 5년간 유효한 복수 비자를 발급, 1차례 입국해 3년간 체류ㆍ취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술을 익혀 거주국에 돌아간 후 안정적인 정착을 도와주는 제도. ‘코리안 드림’을 이루려는 교포들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인 까닭에 10만원이나 하는 수입인지대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하다가 불법 체류자로 낙인찍혔거나,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이들이 일종의 ‘커밍아웃’을 하겠다고 몰렸지만 비자 만료기간이 2개월 미만인 사람으로 신청 자격을 제한해 상당수는 발걸음을 돌리려야만 했다.

 

새치기를 당할까 봐 잔뜩 경계를 하던 한모(58ㆍ길림성 출신) 씨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그동안 무허가 건축업체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는데 7일에 비자가 만료되기 때문에 H-2 비자가 꼭 필요하다”며 “스무 살 된 딸도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했는데, 중국에선 한국 취업 비자를 받으려다 사기를 당한 경우가 많아서 주저하던 차에 이 비자가 생겨 꿈을 이루게 됐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때 할아버지가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교포가 됐다는 조선족 이모(여ㆍ30) 씨는 “중국어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왔다”며 “정식으로 비자를 받아서 여행사 같은 서비스업종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국인 왕모(여ㆍ25) 씨는 “지금 유학(D-2) 비자를 갖고 있지만 언젠가는 한국에서 취업해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싶다”며 “중국 CCTV에서도 방문취업 비자에 관한 뉴스를 내보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첫날에만 2000명에 대한 비자 발급업무를 처리하느라 진땀을 뺐다”며 “방문취업제가 실시되기만을 기다렸던 교포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주 내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현지 기자( hannahj@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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