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연재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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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연재24)
  • 김석
  • 승인 2007.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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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귀국하여 북경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머리도 쉬울 겸 ‘까마귀’란 아이디로 채팅방에 들어서니 아이디가 사쿠라란 아가씨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사쿠라      안녕..^^ 혹시 일본에서 공부를 하시는 분이세요?
까마귀      어떻게 알았어요?
사쿠라      일본에 까마귀가 많잖아요. 정말일줄은 몰랐어요..^^

까마귀      일본에 관심이 많나 보네요.

사쿠라      요즘 일본유학 수속을 하고 있어요. 선배님, 우리 일본어로

            채팅 해요.

까마귀      좋아요.

이렇게 까마귀님과 사쿠라님은 일본어로 채팅을 시작했습니다.

 

얘기해보니 사쿠라님은 연길 아가씨였습니다. 지난 여름에 대학 시험에 합격되었지만, 그다지 좋은 대학이 아니어서 단념하고 부모님의 의사를 따라 일본 유학을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동경의 모 언어학교에 수속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없으면 3월 달에 떠날 거라고 합니다.

 

그녀는 특히 유학생들의 일본생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찾기 쉬운지? 한 달에 어느 정도 벌 수 있는지? 장학금은 받을 수 있는지? 아무나 다 받을 수 있는 건지? 그리고 집세는 평균 얼마고, 한달 생활비는 어느 정도 드는지?

 

그녀는 아직 일본어도 타자도 많이 서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본어로 때립니다.

 

그런 그녀가 귀여워 까마귀님도 열심히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했습니다. 까마귀의 눈에는 그녀가 열심히 읽고, 열심히 의미를 음미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역시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귀엽다고 생각하면 더 귀여운 거고, 밉다고 생각하면 더 미워납니다. 여기까지 까마귀님의 마음 가짐은 인간답게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쿠라님과 까마귀님이 열심히 채팅을 하고 있는데, 우리 사이에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잘 하는 가오리님입니다.

 

가오리      안녕하세요. 저도 끼워주시면 안 될까요?

까마귀      환영합니다.

사쿠라      우리 같이 채팅해요.

 

그래서 세 사람이 사이 좋게 같이 채팅을 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가오리님은 나고야대학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까마귀가 교토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하니, 그녀는 시간 나면 한번 금각사를 보고 싶다고 합니다. 교토에 놀러가면 금각사를 안내해줄 수 있냐고 묻습니다.

 

까마귀가 문제 없다고 하니 메일 주소를 달라고 합니다. 이제부터 메일로 서로 연계를 가지자고 합니다.

 

그러자 곁에서 구경하던 사쿠라님도 가만 안 있습니다. 일본 가면 꼭 찾아 뵙고 싶다며 역시 메일 주소를 달라고 합니다.

 

까마귀님은 기꺼이 그녀들과 메일을 교환했습니다. 그리고 가오리님은 내일 일찍이 깨어나야 한다며 먼저 가고, 까마귀는 사쿠라님과 좀 더 얘기하다가 밤도 깊었고 해서 갈라졌습니다.  

 

그런데 한잠 자고 깨어나니 나고야의 가오리님에게서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참 재미있게 얘기를 할 수 있었다며,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으니 교토의 금각사를 보러 가고 싶은데, 안내해 주었으면 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까마귀님은 큰 실수를 한 거였습니다. 까마귀님은 죄송스런 마음으로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일본에서 돌아와 북경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작가가 되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거짓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일본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 그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변명같지 않은 변명을 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또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가오리님은 끝내 답장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순진한 까마귀님은 그녀가 거짓말 하는 까마귀가 싫은지, 까마귀와 같은 글쟁이가 싫은지,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가오리도 가오리지만, 연길에 있는 사쿠라님도 참 재미있습니다.

 

음력설에 연길로 설 쇠러 가는데, 만나서 맥주나 한잔 하고 싶다고 하니, 그녀는 자기는 이젠 중국에 있는 남자에게는 관심이 없고, 일본에 있는 남자를 찾고 싶다고 합니다. 중국에 있는 남자애들과는 시시해서 같이 못 놀겠답니다.

 

그녀의 입장에서 볼 때 참 좋은 생각을 한 것 같지만, 불상한 까마귀님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요즘 세상에는 의외로 까마귀님과 같은 위대한 인물들이 무시당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으로 돌아가 박사공부나 할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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