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아이디로 등록할까.
아이디 하나 만드는데 공이 많이 드네요. 할멈은 필요 없지만 ‘영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비현실적인 사이버 공간이지만 특별한 목적을 위한 이름 짓기는 학문이자 예술입니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가 손녀의 이름을 지을 때 손녀의 사주팔자가 시계추처럼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명월이라고 지으면 커서 비단장사 왕서방에게 시집가게 되고, 갑순이라고 지으면 그녀의 대상은 갑돌이밖에 있겠습니까?
진실미가 나는 아이디, 로맨틱한 아이디, 남성 호르몬 냄새가 문문 나는 아이디, 여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잘 생긴 아이디,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아이디 , 어디 그런 아이디가 없을까요?
참고로 여기 저기 눈짓을 해보니 ‘한류’ 스타들의 이름만 눈에 띄우네요.
아마 먼 옛날에 올린 청혼 광고인가 봅니다..^^
머리도 쉬울 겸,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창 밖으로 머리를 돌리니, 창밖의 썩은 은행나무 가지 위에 웬 놈이 까만 눈을 떼록떼록 굴리며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까마귀란 놈이었습니다.
- 까옥~, 저 놈은 왜 나만 좇아 다니는 거지?
괜히 섬나라 일본으로 유학 가 가지고, 까치와는 인연이 멀지만 까마귀와는 가까운 인연이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어느 날 더 이상 사는 것이 귀찮아 대들보에 목을 매달면, 나의 영혼은 저 놈이 앗아가겠지요.
그러고 보니 ‘까마귀’란 아이디도 몇 년 째 쓰고 있습니다. 어딘가 심술 굳고 재수없어 보이지만 , 장가 못간 놈의 성질 이해하시지요..^^
언젠가 연변의 어느 채팅방에서 만났던 아가씨들이 생각납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