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사병이 새로 부임한 신임 장교를 보고는 실망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런 약질이 어떻게 사병들을 통솔할까? 사병만도 못하니 당하기 십상이겠군.’
그런데, 그 장교는 부대원들을 잘 이끌었고, 사병들도 존경하며 잘 따랐다. 그 장교의 무엇이 좋아서 그럴까 궁금하게 여기던 사병은 어느 날 그 장교에게 물었다.
“장교님처럼 약질인 사람이 건장한 많은 사병들을 잘 통솔하시니 이해가 안 됩니다. 무슨 비법이 있습니까?”
장교는 그 사병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첫째, 먹는 게 다르지.”
그 말에 사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제나 같은 것을 똑같이 드렸는데요?”
그러자, 장교가 말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나는 사병들을 먼저 먹게 하고 먹었지.”
사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장교는 언제나 배식(配食)을 살피고 ‘식사개시’를 시키고서야 자기 자리에 가서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만족한 마음으로 즐겁게 밥을 먹었다. 그에 비해 사병들은 주는 대로 먹고, 먹어라 하면 먹었다. 항상 충분히 먹지 못할까를 생각하고 배가 고플까만 걱정을 하였다. 장교처럼 골고루 나누어 먹고, 혹시 한 사람이라도 못 먹거나 적게 먹을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저 배가 고프지 않기만을 바랬다.
장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병들 앞에서 배고프다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 장교가 배고프다고 하면 사병들은 훨씬 더 배고픔을 느낀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는 말은 지도자가 할 소리는 아니다.
“둘째는 자는 게 다르지.”
장교는 사병들이 다 취침한 뒤에 잔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 잠만 열심히 잔다. 그리고 아침점호 시간이면 언제나 사병들보다 먼저 나와 서 있다. 그래야 사병들이 달려나온다. 사병들은 잠을 실컷 자려고만 한다. 언제나 더 자고 싶기만 하다. 장교처럼 일찍 나와 서서 누가 느린가 왜 그러는가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최소한 시간에 늦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앞서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사병들은 따르지 않는다. 사병들 앞에서 조는 것도 장교의 수치이다. 강인한 장교에 약한 사병은 없다. 뒤늦게 나와서 ‘다 모였냐?’ 하는 것은 장교의 자세가 아니다.
“셋째는 생각하는 게 다르다. 취침점호를 마친 뒤, 나는 일과를 정리하고 내일 할 일 계획을 세운다.”
사병들은 별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잘 하기만 하면 된다. 언제나 편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장교는 스스로 할 일을 생각해서 계획하고 생각하며 실행해야 한다. 능력이 모자라면 지기도 하지만, 생각 없는 장교는 백 번 싸워 백 번 다 진다.
장교의 말을 들은 그 사병은 비로소 깨달았다.
‘장교는 사병과 다르다. 다 같은 군인이지만, 사병은 사병이고 장교는 장교다.’
지도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보스(boss)와 리더(leader)이다. 보스는 두목으로 힘으로 끌고 가고, 리더는 지도자로 지혜로 이끌어 나아간다. 힘의 세계에서는 보스의 존재가 더 나을지 모르지만, 인간사회에는 리더가 훨씬 더 낫고 필요하다.
그러므로, 장교는 지도자여야 한다. 두목이어서는 안 된다. 비록 군대라고 하는 특수사회라 하더라도 지도자로서 이끌어 가야지 힘으로 끌고 가려 해서는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어찌 장교만이 그렇겠는가? 이 국가 사회의 지도자도 장교였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