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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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처 님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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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3>

한 아이가 봄볕이 따뜻한 점심 때 밖으로 나갔다. 몇 일을 앓고 난 뒤라 바람을 쐬러 간 것이다. 아이는 새로 돋아난 나무 잎새들을 신기하게 구경하기도 하고, 막 피어난 갖가지 꽃들의 어여쁜 모습에 감탄하며 한 동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지냈다.

아이는 다리도 쉴 겸 가져간 것을 먹으려고 길가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먹음직스런 빵을 한 조각 베어 물었다.

그런데 그때, 건너편 의자에 앉아 있는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띄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입은 옷은 누추한데 배가 몹시 고파 보였다.

아이는 그 노인에게로 가서 빵을 드렸다. 할아버지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받아먹었다. 그런데 그 웃는 모습이 아주 멋지게 보였고,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아이는 다시 음료수를 꺼내어 할아버지에게 드렸다. 할아버지는 똑같은 웃음을 웃으시었고 아이는 그것을 바라보며 마냥 즐거워하였다. 아이와 할아버지는 그렇게 먹으며 웃으며 그곳에서 오후 한나절을 보냈다.

해가 넘어가며 황혼이 들면서 건물 벽이며 나무들이 발갛게 물들여졌다. 한 줄기 햇살이 비쳐지며 할아버지의 얼굴도 발그레하게 화장이 되었다. 붉게 물든 나무며 꽃들을 배경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황홀하고 인자하고 품위가 있어 보였다. 아이는 그런 할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할아버지의 품으로 뛰어들어 와락 껴안았다. 할아버지도 아이를 힘있게 꼭 안아 주었다.

기뻐하며 들어서는 아이를 보고 어머니가 물었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있었니?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구나."
"네, 엄마. 오늘 부처님을 만났어요. 빵이랑 과자도 나눠 먹고요."
아이는 대답하며 즐거워하였다.
"그런데요, 부처님은 나한테 아주 멋진 웃음을 선물했어요. 웃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저절로 즐거워져요. 그냥 막 좋아져요."
그 아이는 즐거워하며 대답하였다.

부처님을 만나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그의 음성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들의 눈과 귀가 어둡고 멀어서 보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할 뿐이다.

"네게 악하게 구는 사람이라도 그를 미워하지 마라. 어쩌면 너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려고 하는 부처님의 현현(顯現)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불경 속의 이런 말씀의 경지에까지는 가지 못할망정, 빗속을 함께 걸어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우울하여 홀로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게는 우산보다도 같이 비를 맞으며 걸어주는 사람이 더 고마운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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