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쿠, 뭐가 이렇게 많아.
활개치며 들어간 [남성초혼], 까마귀님 쇼크를 받았습니다. 현재 등록 인수 5400명, 생각만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 이 많은 홀아비들이 모두 나와 경쟁한다는 말인가.
[여성초혼]에 등록인수가 1300정도 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1300/5400 이면 적당히 1대 4입니다. 여자 하나에 남자 넷이라, 한 사람에게 반쪽도 안 차려지네요. 왠지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 이 놈의 장가를 꼭 가야 하나.
술이라면 너도 먹고 나도 먹고 같이 나눠 먹을 수도 있지만 여자를 어떻게 나눠먹습니까? 승애가 많고 고기가 적으니, 벌써부터 피 비린 냄새가 납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수도 없습니다. 까마귀는 어머니와 약속을 했습니다 . 도둑배를 탄 거나 다름 없습니다.
이렇게 된 바엔, 배짱이 나오네요.
-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붙어보자. 누구 장가 더 잘 가는가 두고 보자. 난 서른 고개를 넘었고 작지도 크지도 않아. 젊으면 다냐, 키가 크면 다냐, 쌍꺼풀이면 다냐, 하나도 무섭지 않다.
까마귀의 숨어있던 깡패 본질이 또 다시 살아났습니다.
- 임마, 젊은 놈들은 천천히 장가 가거라. 형님이 더 바쁘다. 우리 나이 순서대로 갈래기 할까. 형이 바쁘니 양보하거라. 너희들 아직 할 일이 많은 거 아니냐. 할 일 다하고 장가가도 늦지 않다. 돈을 많이 벌어 집도 마련하고 자동차도 마련하면 자연히 여자도 생기게 된다. 여기 너무 비좁으니 나가 줄래?
생각밖에 어린 놈들이 반발이 심합니다.
- 아니, 무슨 말을 하오. 형님은 집이 있소? 자동차가 있소? 돈을 산더미같이 쌓아놓았소? 미안하지만 지금 장가가고 싶을 때 가겠소. 형님 같은 신세가 되고 싶지 않소. 나가겠으면 형님이나 나가오. 우리도 급하오.
이놈들이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십시오. 요즘 어린 애들이란 이렇게 버르장머리가 없습니다. 한 매 때려주고 싶지만, 어린 놈들 뭘 먹고 컸는지 덩치가 왜 이렇게 클까요. 자식들도 법적으로는 이미 장가를 가도 될만한 나이입니다.
- 얘들아, 그러지 말고 이 형님 형편을 좀 봐주라. 나 정말 참기 힘들어. 너희들도 사타구니에 고추가 달렸으니 이 형님 처지를 이해 할만하지 않느냐. 서른은 호랑이이고 마흔은 승애(승냥이)라던가, 나 덩치 큰 호랑이야. 꼭 딸 부잣집 맏딸에게 장가 갈 테니, 처제들을 소개해줄게, 약속이다.
그러자 쬐꼬만 놈들이 정색해서 달려듭니다.
- 형님 왜 그러오? 우리가 어린애요? 형님이 늦어서 그렇지 장가갈 나이란 말이요. 형이 장가가길 기다렸다간 뽕이 빠지겠소. 그리고 사랑이란 알 수 없는 거니깐, 괜히 외동딸 집에 서방 가면 우리만 낭패 아니오? 옛날 조선시대도 아니고, 지금은 글로벌 시대란 말이요. 미안하지만 재간 있는 사람 먼저 갈래기 하기요.
재간 있는 놈 먼저 가기라, 하는 소리가 너무 건방집니다. 이 놈들 보세요, 다른 일에 들어가선 다 양보하더니 이 일만은 양보 안 하네요. 여자가 적고 남자가 많으니 자식들도 조급증이 나겠지요. 솔직히 기회란 그렇게 쉽게 오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 그래, 알았다. 재간 있는 놈이 먼저 가기 하자. 재간 내기 해보자구. 누구 여자를 더 잘 꼬시는가 재간 내기 해보잔 말이야.
까마귀는 한번 크게 너털웃음을 치고는, 두 눈을 부릅뜨고 정색해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노력하는 자에겐 꼭 여자 꼬랑지라도 차려질 거라 믿으면서 [남성초혼]의 문을 차고 나왔습니다.
더 얘기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이건 나이 문제가 아닙니다. 세대 차이와도 관계가 없습니다. 인간만큼 이기적이 아닌 동물이 어디 있을까요? 그 중에서도 장가를 못간 홀아비들만큼 이기적인 놈들이 없습니다.
어느 누구는 질투에 관해 암컷이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솔직히 질투는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심합니다. 특히 장가가 늦어진 수컷의 질투는 하늘에 치솟을 정도입니다.
여러분들은, 장가 못간 홀아비님들이 자주 외치는, 혹은 가슴 속에 깊이 새겨둔 슬로건이 뭔지 아십니까.
- 나만이 결혼하고 다른 놈들은 영원히 홀아비여라.
시집 못가거나 안간 아가씨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까요. 하여튼 게임의 룰은 결정되었습니다. 재간 있는 놈이 먼저 갈래기 입니다. 지금부터 재간내기입니다. 우리 재간내기 해봅시다.
- 우선 아가씨들의 마음에 꼭 드는 청혼 광고를 만들어보자. 미끼가 좋아야 고기가 물 거 아닌가.
그럼에도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 대체 그 많은 여자들이 모두 어디로 간 거지?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이렇게 차이가 나고야 생태 환경을 어떻게 보존하지?
중국 조선족 사회에 뭔가 큰 사회적 문제가 있는 거 틀림이 없지만, 원래 큰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평범한 까마귀님입니다.
제 노릇도 못하는 놈이 관심이 있어봤자 괜히 머리만 아팠지 도움이 되겠습니까!
까마귀는 장가나 가야겠습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