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군 키우며 몸과 마음이 고달픈 조선족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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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군 키우며 몸과 마음이 고달픈 조선족할머니들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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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인들은 손군들을 키우는것을 천륜지락으로 여기고있다. 애들때문에 웃음이 생기고 활기가 넘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들의 리혼으로 어쩔수 없이 손군들을 돌봐야 하는 처지에 이른 로인들에게는 웃음보다는 슬픔이 앞서고 걱정거리만 차례진다. 엄마, 할머니, 이중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은 정신상의 고통을 삼켜야 할뿐더러 날로 시들어가는 몸과 싸워야 하며 경제상의 어려움도 이겨내야 한다.

어린 손자에게 화풀이

장춘에서 살고있는 신월화할머니. 리혼한 아들때문에 손자를 돌보려고 한국에서 일하다 되돌아왔다. 몇해간은 아픈데도 없이 그럭저럭 잘 보냈는데 70세를 바라보면서 요즘 몸이 말째다. 불편한 몸을 끌고 병원에 갔더니 암으로 의심 받았다. 《이거 어쩌나, 우리 손자를 어떻게 하나》. 친척 하나 없이 단지 손자를 공부시키려고 장춘에서 세집살이를 하는 할머니, 그는 종일 불안에 떨면서 눈물만 쏟는다.

할머니는 이런 말을 한다. 《몸이 아프니 신경질만 나서 자꾸 어린 손자한테 화를 내게 되더라구. 니네 아버지때문이니, 너 공부를 하지 않아 아프다니 하면서 야단을 쳤지. 손자녀석이 <할머니가 나한테 성내면 나는 어쩌냐?>며 울어대자 그제서야 제 정신이 들더구만. 녀석이 불쌍해서...》, 《돈은 벌어야 되니 한국간 아들을 오라구는 못하구. 후,  내가 사는것이 귀찮기만 하우!》 할머니의 신세타령이다.

한 품고 세상 떠난 부부

세살도 안되는 아들을 두고 갈라진 젊은 부부, 애 아버지는 돈벌이를 떠난다고 집을 떠난것이 종무소식이고 애가 17살 먹도록 한번도 아이를 찾지 않은 그 엄마.

그런 부모 사이에서 태여난 손자가 가엾어서 모든 사랑을 몰부은 화룡시의 리만호 내외, 량주는 손자한테 아버지가 꼭 돌아올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심어주었고 손자를 밝고 명랑하게 키우느라 안간 힘을 다 썼다. 부부는 한해, 두해 기다림속에서 나날을 보내다가 종국에는 못쓸 병에 걸려 손자 혼자 남겨둔채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자립할수 있는데까지 키워주지 못한 한을 품고 영원히 손자곁을 떠난것이다.

부모대신 힘이 되여주던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돌아가자 아이의 꿈은 산산쪼각이 났다. 그러다가도 어딘가에서 살고있다는 엄마소식을 듣고 언젠가는 자기 앞에 나타날 엄마를 그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 하지만 아이의 기대와는 달리 엄마는 끝끝내 얼굴 한번 보이지 않았다.  엄마를 그리던 아이의 마음은 증오로 변했고 성격도 우울해졌다. 게다가 재미를 붙였던 공부도 잘 하려 하지 않는다.

훌륭하게 키우려고 했건만...

아들, 딸이 다 리혼하고 멀리 해외 로무를 떠난 바람에 손자와 외손녀를 맡게 된 화룡시의 오씨 부부, 자식때문에 가슴이 터지는것 같지만 웃고 떠들썩하는 손군들이 그들한테 웃음도 안겨준다.

부부는 자기네들이 데리고있는 동안이라도 공부 잘하고 말썽부리지 않는 아이로 키우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초의 생각과는 달리 손자녀석은 공부를 잘하기는커녕 쩍 하면 PC방을 다녔는데 PC방을 아예 제 집 나들듯이 다니고있다. 바른 길로 들어서게 다잡아 놓으려고 하면 제 쪽에서 성을 내면서 또 집을 나간다. 그럴 때마다 된 욕으로 꾸짖군 하는데 엄마없는 아이를 너무 욕한다싶어 돌아서서 눈굽을 찍는 할아버지, 할머니이다. 마음이 유쾌해야 몸도 건강해진다. 고생을 하더라도 손군들이 잘 자라주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나 그것도 뜻대로 되여주지 않아 가슴을 앓는다.

몸도 늙었고 돈도 없고

연길시에 거주하고있는 올해 75세 나는 손씨 할머니는 10여년전 셋째딸의 리혼으로 외손녀를 키우게 되였다. 밥벌이를 겨우 하는 딸인지라 아이는 거의 손씨 할머니가 도맡다 하였다.

외손녀가 대학교에 다니게 되자 엄청 많은 돈이 들었다. 할머니는 령감이 돌아갈 때 남긴 얼마되지 않은 돈과 무휼금까지 다 써가며 손녀의 공부뒤바라지를 했다. 엎친데덮친다고 할머니는 중병에 걸려 치료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손녀를 생각해서 한푼의 돈도 쓰려 하지 않는다.

손씨 할머니는 《외손녀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부족함이 없이 건실하게 잘 자라줘 그나마 큰 위안이 된다》며 《인젠 나는 죽을 나이가 다 되였는데 더 바랄게 없다》고 한다.

이러나 저러나 어찌할 방법이 없이 손군을 키워야 하는 로인들의 처지, 그제날 어려운 세월에 자식키우느라 죽을둥 살둥 모르고 살아온 그들, 효도를 받으며 홀가분하게 보내야 하는 지금에도 손군들을 키우느라 고생고생 한다. 그것도 겨우겨우 연명하는 늙어가는 신세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착한 사람이 나서면 손군을 그들한테 맡기려 하는 로인들도 있다 한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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