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생이 외판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일가 친척과 아는 사람들을 찾아가 물건을 팔아달라니 거절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 주는 경우에는 물건을 살펴보지도 않고 사는데, 절대로 두 개는 안 사더란다. 체면만 세우는 것이었다. 부자이거나 기대했던 사람이 거절할 때에는 섭섭하기도 했었단다.
친척이 경영하는 창고에서 일할 때에는 직원들이 대해주는 태도가 다른 직원들을 상대하는 것과 달랐다. 같이 일을 하면서도 잘 시키지를 않고, 스스로 거들면 “학생은 이런 일 하는 게 아니지” 하며 말렸다. 짐이라도 나르면 “괜히 탈나서 눕지 말고 다른 거나 해” 하면서 못하게 하였다. 때로는 구경이나 하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일하는데 방해가 되니 비키라고도 하였다. 그들의 그러한 언행에서 사장과 친척 관계인데서 나오는 시기나 아부의 심리가 느껴졌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방학에 건축 공사판에서 일할 때 사장과 약속을 하고 시작했다. 두 달 동안만 일하되 절대로 대학생이란 것을 비밀로 하자고.
그랬더니, 첫날부터 직원들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그 전과는 전연 달랐다.
“이봐, 젊은이. 이것도 못 지면서 무슨 공사판 일을 해?”
“젊은이가 왜 그렇게 느려? 벽돌이 없어 일을 못하잖아?”
“기운 뒀다 뭐할 거야? 늙은이들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하는 소리마다 재촉이고 비아냥거렸다. 어쩌다 허리를 펴고 땀을 닦아도 핀잔이었다.
“벌써 허리가 아파? 그런 약골로는 여기서 못살지.”
“일도 몸에 맞아야 하는 거야.”
“벌어먹고 살려면 별수 있어? 죽지 않으면 살기지.”
처음에는 그런 말들이 고깝고 약올리는 것으로 들려서 기분도 나쁘고 화도 났었단다. 그런데 몇 일이 되자 아무렇지도 않게 되고, 날짜가 더 지나면서는 “저도 먹고살아야지요”하고 되받아 응대하게도 되었다.
그렇게 두 달을 보내고 마칠 무렵에 그는 처음으로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술자리를 마련하였다. 번번이 빠지거나 얻어먹기만 했던 그였기에 모두들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며 합석을 하였다.
“여러 어르신, 형님들. 고맙습니다.”
그는 그 동안 모든 일에 서툰 자신을 일러주고 깨우쳐 주어서 이제는 일을 잘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맙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고까운 마음도 들었었는데 그런 것들이 모두 은공이 되었다면서 감사해 하자, 그들은 이제야 참일꾼이 되었다며 흐뭇해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만, 사실 저는 대학생입니다.”
그런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항의하는 소리가 났다. 무슨 소리야? 어찌 그럴 수 있어? 하며, 자신들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라며 화를 냈다. 어떤 이는 ‘못된 놈’이라고 야단을 쳤다. 그는 당황하고 놀라서 우선 진정을 시켰다. 그리고는 조용히 이렇게 말을 하였다.
가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그런데, 대학생 신분을 밝히고 하니까 남들이 거리를 두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칠 때까지 숨긴 것이다. 덕분에 여러 어르신네와 같은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삶의 진솔한 모습을 체험할 수가 있었다. 이번 아르바이트 경험은 평생에 큰 공부가 되었다. 고맙다.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이 잠시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그러다가 가장 나이가 든 사람이 술을 한 잔 마시고는 이렇게 말을 하였다.
“자네 말이 맞네. 처음부터 대학생인 줄을 알았다면 우리도 자네를 대하는 태도부터 달랐겠지. 이번에 자네는 인생을 제대로 배운 거네. 그런 의미에서 내 잔을 받게.”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모두 축하하며 똑똑한 젊은이라며 칭찬하였다.
그 뒤 그는 그때 그 사람들의 서로 다른 두 가지 태도를 자주 떠올리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곤 하였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