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법과 역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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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법과 역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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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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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3-12-8

최근 서울조선족교회의 주도로 강제출국 대상자인 중국동포들의 중국국적 포기-한국국적 회복운동이 전개되어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운동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지금까지 외국인으로 취급되어 오던 중국동포들의 한국국적 회복 신청에 대하여 과연 우리 정부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운동은 여러 가지 문제를 빚기도 하였다. 근본적으로 이 운동은 모든 중국동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번에 정부가 고용허가제 실시를 위해 시행한 불법 체류자에 대한 강제출국 조처를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안된 것으로, 중국동포 가운데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자 중에서 강제출국 대상자 중 일부만을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문제많은 재외동포정책이나 중국동포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새로운 어려움을 야기하였다.

또 이 운동은 중국이 우리의 적극적인 중국동포정책이 한족(漢族) 중심의 다민족국가인 중국의 국가적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잔뜩 경계하고 아울러 최근 일종의 선제공격()으로 한국을 자극하는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국가 주도로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개된 것이다. 이 운동이 한국국적 회복운동만이 아니라 중국국적 포기운동도 함께 전개함으로써 이에 자극된 중국이 이미 중국동포 사회에 즉각적인 단속과 통제를 실시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혀버린 것이다. 심지어는 이러한 중국의 조처가 그 동안 누적된 상황과의 연속선 상에서 200만 중국동포 사회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운동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재외동포정책이나 중국동포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선 재외동포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현행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의 정의규정에서 중국동포와 옛소련동포 및 조선적 재일동포를 비롯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외국으로 이주한 자를 제외시키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2001년 이 부분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올해 12월31일을 시한으로 입법개선 명령을 하였다.

이 위헌 부분은 그 제정과정에서 정부에 의하여 의도된 것이다. 재외동포의 정의규정은 이념적이고, 정신적이며, 상징적인 것이다. 정부가 이를 주도하고 국회가 통과시킨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민족(韓民族)이 동포라는 것은 ‘사실의 문제’다. 이것은 법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인위적으로 그 중 일부는 동포고 다른 일부는 동포가 아니라고 규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또 그렇게 규정한다고 하여 한민족(韓民族)인 자가 이민족이 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국회는 개정시한 내에 재외동포법을 중국동포를 비롯한 재외동포에서 제외된 동포들도 포함되도록 개정하여야 한다. 재외동포연대추진위원회와 재외동포신문이 지난 11월 실시한 ‘재외동포법 개정관련 전국민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77.4%가 재외동포법은 중국동포 등을 포함한 모든 동포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한 것을 참고할 만하다. 지금 한민족은 묻고 있다. 전세계 한민족의 조국을 자처해 온 대한민국의 정부는 어떠한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느냐고.

노영돈/인천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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