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해도 즐겁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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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해도 즐겁다, 나는!"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6.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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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강사 찐화샘의 喜怒哀樂 (一)

 

▲ 그리운 중학생 친구들과 함께

“얘들아, 어떻게 하지? 학교에서 우리 이번 겨울방학은 중국어 수업 안한다네? 개학하면 다시 보자~!?”

“네? 근대 왜요? 싫어요, 하고 싶어요.”

“우리 학교는 여름 방학만 특기적성 수업 하나봐, 그래서 샘도 어떻게 할 수 없어… ”

“그럼 우리끼리라도 중국어 수업 하면 안 될까요? 우리 집 거실 커~요… ”

……  

 한 초등학교에서 겨울방학전의 마지막 수업시간에, 학교의 지시를 받고 학생들에게 소식을 알렸더니, 애들이 이렇게 난리법석이다. 섭섭한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에게 방학동안 안전하게 재미있게 보내라는 인사말은 하고 수업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2007년 새해의 첫날이다. 며칠 전부터 “샘이 보고 싶어요!”하며 문자를 보내는 정 많은 녀석들 생각하며, 새해 축복 메시지를 보내는 학부모님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매우 행복하다.

 또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한 나를 푹 쉬며 충전하여 더욱 신나고 알차게 다음 학기를 걸어가라는 하나님의 따뜻한 배려다고 생각하고 싶다.

 

▲ 중학생 친구들과 얼짱 각도 찾는 찐화샘

 하지만, 결코 푹~ 쉴 수는 없을 것 같다. 학기 중에는 두 초등학교의 수업으로 꽉 찬 나의  일정 때문에 주 1회 밖에 못해줬던 중학교의 특기적성 수업, 항상 방학이 돼야 많은 요일을 내줄 수 있었다. 그래서 내일 부터의 두 달 동안은 주 1회의 수업을 주 3~4회의 수업을 해주는 약속을 이행하는 시작 날이다. 스케줄 보니 아침 6시부터 정신없이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바쁘게 살려고 하는 것일까? 아파트의 아줌마들과 어울려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수다 떨고, 쇼핑하고…이렇게 편안하게 살아도 될 텐데. 돈? 돈은 책임감이 강한 신랑이 큰 회사에서 든든하게 벌어 주고 계신다. 명예? 서울시 교육청의 홈페이지에서 우수강사로 추천 받았지만, 목표는 아니었기에 멈출 생각 하나도 없다.

 

 정답은 내가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순간에 느끼는 희열 때문이다. 학생들의 사이에 누비며 시원한 목소리로 자신 있는 나의 원어민의 발음으로 본문을 읽고, 학생들은 머리를 숙여 교재를 보며 열심히 나를 따라 우렁차게 따라 읽고 있다. 그 순간에 내 마음속에 표현 할 수 없는 행복한 파도가 온몸으로 퍼져 교실의 구석구석 까지 치고 있는 것 같다.

 

“얘들아, 사실은 선생님이 수업하러 오기 전엔 기분이 무지 하게 안 좋았어, 선생님을 짜증나게 하는 일이 좀 있었거든, 근데 너희들이랑 이렇게 수업하고 있으면 왜 이렇게 날아갈 것 같니? 너희들 너무 잘 따라줘서 예뻐 죽겠다야! 히히히·!”

“선생님, 우리 학교 학생이 제일 잘하나요?” 내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제자들 중 한명인 여학생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응, 그럼! 너희들의 발음이 제일 중국사람 같고,  진도도 제일 빨라." 

 사실 나는 모든 학생들이 모두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모든 학생들에게 모두 나의 자랑스러운 제자라고 말해 주고 있다.

 

 아직은 숭고한 경지의 정신세계를 갖기 벅찬 나는 “한국의 중국어교육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부담스럽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내가 중국어 강사직을 지칠 줄 모르고 즐기면서 할 수 있고, 그 일을 하면서 노동의 가치로 인정해주는 돈도 벌수 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우리 학생들을 즐겁게 중국어를 배우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계속해서 이런 고생을 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오래간만에 얼굴을 보게 될 중학생 친구들의 생각에 마음이 설레고 있다. 편안하게 집에서 퍼져있는 안이함을 포기하고, 추운 밖으로 나가 ‘고생’을 택한 나에게 왜치고 싶다.

 

“찐화샘! 파이팅! 쨔~유~! 쨔~유! 짜이 쨔유~!”


                                  

                                                         2007년 1월 1일 

 

    정금화 (鄭今花):  현재  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의 석사과정

   ‘찐화중국어교실(club.cyworld.com/jin-hua)’클럽 개설 

  영애가 중국에 가요’(英爱去中国), ‘영애가 중국에서’(英爱在中国) 교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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