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담배 한대 더 피워도 되겠습니까?
담배지골인 까마귀는 하루 세 끼 밥은 안 먹어도 담배만은 꼭 피워야 합니다. 파란 만장의 까마귀님의 인생에서 담배의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13살에 처음 아버지의 담배를 훔쳐 피우기 시작하여 자그만치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번 세상의 온갖 잡새들을 모두 까마귀의 둥지에 초청하여 20주면 기념식을 가져볼까요..^^
“여러분, 오늘 까마귀의 담배편력 2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식에 참석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담배란 건강에 해로우니 절대 피워서는 안된 단 겁니다. …”
시시한 얘기는 이만 하고, 담배 한대 태우는 사이 여러분들이 심심하지 않게 어머니의 얘기를 하나 더 해드리겠습니다.
어험…
기분 좋은 김에 오늘 우리 집 자랑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자랑 뒤에 말 못할 사연도 적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 말에 '집집마다 말 못할 사연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 집안도 그 놈의 말 못할 사연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겉으로는 행복하고 남부럽지 않아 보이는 까마귀네 집안이지만, 속보이는 이 세상처럼 화려한 모습 뒤에서는 언제나 어두운 면이 존재합니다.
자식으로서 부끄럽지만, 아버지 68세, 어머니 65세, 두 분 모두 환갑이 지났지만 아직 환갑상을 받지 못했습니다.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며느리가 없습니다. 슬하에 아들 둘에 딸이 하나, 자식이 모두 셋인데, 아들 둘이 여태 장가를 못 같습니다.
며느리가 없으니 당연히 손주도 없겠지요. 외손자라도 하나 있었으면 그래도 위로가 되겠지만, 시집 간 여동생도 박사 공부를 한다며 애를 가질 생각을 안 합니다. 공부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닌가!
“할아버지 할머니 오래 오래 앉으세요.”
환갑 날에 강아지만한 녀석들이 자그마한 엉덩이를 하늘 높이 쳐들고 절을 하는 거 보면 얼마나 재미납니까! 그 재미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환갑을 쇠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재미로 한 두해 더 앉고 싶겠지요!
“다들 60에 환갑이라지만, 우리 집만은 70인 것 같다. 이젠 모르겠구나. 다 큰 네놈들이 알아서 하거라.”
부모님들의 꾸중을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습니다. 그만큼 압력도 적지 않았습니다. 누구는 장가가고 싶지 않아서 안 가는가?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안가지..^^
실은 자식들이 멍청해서 장가 못 간 거 아닙니다. 큰 아들은 박사로서 현재 북경의 모 유명한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고, 작은 아들은 금빛이 번쩍이는 석사, 지금 여러분들을 위해 하소연 겸 공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모두 자식들에게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킨 덕인 것 같습니다. 장가를 잘 가라고 시킨 공부인데, 공부를 많이 하더니 장가를 안 가네요.빨리 방법을 대서 아버지 어머니의 환갑상을 받쳐 올려야겠는데, 조급해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 잘 먹고 잘 살아도 마음에 드는 아가씨 하나 만나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요!거리에는 예쁜 아가씨들이 무리 쳐서 다니지만, 내가 가만히 만난 아가씨들은 왜 나를 실망만 시킬까요!
가만히 만나서 그럴까요..^^
그나 저나 며느리를 보고 싶은 어머님의 마음을, 까마귀는 너무 너무 잘 압니다. 지난 겨울에 잠시 연길에 들렀다 왔는데, 그 때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뭐라면 좋을까요!
내 눈으로 직접 봤으니 말이지, 정말 믿기 어렵습니다.
불상한 우리 어머니…ㅠㅠ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