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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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과 나
  • 동북아신문
  • 승인 2019.10.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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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중국동포가 본 촛불집회
글 원영제
글쓴이 원영제 

[서울=동북아신문]10월 5일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서초동에서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린 날이자 제가 난생처음 호기심에 촛불 체험을 떠난 날이기도 하였습니다.

박근혜정부가 촛불집회에 의하여 탄핵되는 것을 방송에서 보아오면서 자그마한 촛불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목격한 바가 있는 저는 이번에도 방송에서 지난 9월 28일 광화문 “촛불집회”를 두고 여론이 여러 갈래로 갈리는 것을 보고 10월 5일의 촛불집회는 예사롭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무작정 함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오후 2시, 저와 친구는 사무실로 밀려온 손님들도 뒤로 한채 무작정 서초동을 향해 떠났습니다. 이 날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파가 몰려와 찬바람이 쌀쌀하게 불고 하늘도 우중충하게 먼가 비바람을 휩쓸고 올 기세로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서초로 가는 저희들의 발걸음은 흥분에 들떠서 마냥 가볍기만 했습니다. 

이른 오후이지만 서초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꾀나 많았습니다. 서초역에는 공화당에서 봉사 인원을 풀어서 출구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누가 불러서 온 것은 아닌만큼  지인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는 곳부터 찾아 나섰습니다. 공교롭게 지인은 그 날 일이 있어서 그 자리에 없었고 낯모를 자원봉사분들이 8번 출구 앞에서 경기도 지사 이재명지사의 무죄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인행도 옆의 건물계단에 엉덩이를 붙히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재명경기도지사께서 당선 이후 먼지떨이와 같은 수사를 받으면서 검찰과 언론에 시달려 오는 것을 보아오면서 저건 정치수사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왓습니다. 속담에 “방관자가 보는 눈이 더 정확하다(旁观者清)”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치권안에서의 암묵적 관행에 대해 국민들도 속수무책이라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중국에서 단일정권아래 성장하고 생활해온 저로서는 방송에서 맨날 당파싸움이나 하고 서로 헐뜯기로 보이는 국회가 혼잡하게 보이기만 하고 머가 민주인지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나한테 모래알같이 흩어져 있는 민심이라는 정도로 인상을 남겼고 모국이라고 이 나라에 찾아온 나한테는 여기도 살기 힘든 곳은 마찬가지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었습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지나가는 행인들이 별로 많지는 않았지만 봉사자들은 이재명지사의 무죄를 열심히 설명하면서 탄원 서명을 부탁했습니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부당한 정치 수사입니다.”
“2심끝나고 3심이 곧 시작 될 겁니다.”
“이재명지사는 억울합니다” 

봉사자들은 길가는 사람들을 향해 열심히 설명을 하며 탄원서명을 부탁했습니다. 봉사자들의 열정은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잠자던 정의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우리는 저도 모르게 서명운동에 동참하게 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초역으로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서명을 해주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테이블에 준비한 서명 책자 10권이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서명을 한 책자들이 순식간에 한 박스씩 차서 나갔습니다. 봉사를 하는 저희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고 동참을 해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가끔가다 우리한테 삿대질하며 욕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필을 들어 책자에 크게 X자를 뻑 그어놓고 가버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친구가 “외 반대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생김새마저도 삐딱하게 생겼지” 하면서 자기 소견을 말했습니다. “ 어, 나도 그런 강한 인상을 받았어.” 하며 저도 제 생각을 터 놓았어요. 누가 나한테 삿대질하며 욕을 해도 마음이 즐거워 보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역시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후가 저물어가면서 서초역 8번출구앞 교대역으로 향한 서초대로8차선에는 어느새 사람들로 꽉 덮어 버렸고 인행도에도 오가는 사람들로 꽉 차서 밑으로 내려다 보면 까만 머리들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이 몰린 개미떼를 방불케 했습니다. 사람마다 손에 태극기와 “ 검찰개혁, 조국수호 “ “ 정치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을 해체하라””토착왜구 몰아내자” 등 구호가 적힌 카드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에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까지 남녀 노소가 모두 거리로 떨쳐 나왔습니다, 방송에서는 사회자가 격앙된 목소리로 적폐검찰들을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 아름다운 강산” 과 같은 애국 노래가 흘러나오고 아직 집회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인파속에서는 “ 적폐검찰 물러나라, 공수처를 설치하자 “ 토착 왜구 물러가라” “ 자한당을 해체하자”” 조국을 수호하자” 등 구호를 웨치기 시작했습니다. 

무대우에서는 사회자들이 번갈아 가며 리허설을 하고 군중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즉흥 연설을 하였습니다. 모두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한 아주머니의 즉흥 연설이 가장 인상에 남았습니다. 스타일부터 우습강스러운 그 아주머니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 저는 오늘 여기에 전 대한민국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하고는 의아해하는 관중들에게 “제 이름이 김~경~원 입니다~”하고 말꼬리를 길게 빼고는 이어서 과장된 표정으로 목소리를 떨며 “ 저는 나경~원~은 아니지만 전 대한민국의 경~원~이를 대표하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며 90도 경례를 하며 사과를 표시했습니다. 아주머니의 말에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무대 위의 공연은 계속되었고 무대 아래서는 태극기를 찾은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태극기 물결이 서초역 무대 앞으로부터 교대역쪽으로 인파를 타고 한번 또 한번 너울져 갔습니다. 문득 조국 장관이 부른 “ 홀로 아리랑”이 방송에 울려 퍼졌습니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래를 넘어가보자
… …”
 만감이 교차 되여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솟았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손님에 불과한 이방인에게도 가슴 깊은 곳에 민족심을 다시 불러일으켜 주는 노래였습니다.  정말 웃다 울다 길가는 행인들에게 서명을 부탁하며 희비와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들이 계속 됬습니다. 집회의 격앙된 분위기와는 달리 계속 몰려드는 인파는 일사불란하게 자기들의 위치를 찾아 서서히 움직였고 도로 위에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줄을 맞춰 질서 있게 앉아 있었고 중앙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항상 비어 있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자원봉사를 한 단락 마치고 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서초역에서 교대역쪽으로 향한 8차선에는 인파가 끝이 보이지 않아서 반포대로쪽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따라 서초역 2번, 3번쪽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하지만 서초역 반포 대로8차선에서 예술의 전당앞까지도 사람들로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반나절이나 서 있은 만큼 우리도 도로 위에 자리를 찾아서 앉았습니다. 8차선 중앙에 설치된 집채만큼 큰 영상 판에는 서초역을 중심으로 가로세로 덮은 인파를 생방송으로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6시경 집회가 시작되면서 각 곳에서 모여온 대표들이 자발적으로 무대위로 올라가 집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얘기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방송과 통신을 통해서 매번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할 때마다 과잉수사를 하는 검찰들을 바라본 국민들의 시선은 모두 한결 같았던 것 같았습니다. 금년에 들어 국민들이 크게 기대 했던 다른 몇 사건들은 오히려 용두사미 식으로 끝난 만큼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만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극도에 달한 것 같았습니다. 

방송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인원수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누가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느냐 하는 것은 야당과 여당이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건인것만은 틀림 없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건립한 모택동은 “得民心者得天下(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어느 정당이든 민심을 얻는 자가 끝까지 살아 남는 법입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촛불을 밝혔습니다. 사회자의 지휘에 따라 태극기를 찾는 퍼포먼스도 계속되고 촛불물결타기도 8차선도로우에 꽉 덮혀있는 인파를 통해 동해의 바다너울처럼 촛불 물결이 서초대로와 반포대로위로 계속 뒤로 뒤로 너울져 갔습니다. 영상막을 통해 본 촛불 물결은 하늘에서 수천만의 별무리가 내려 앉은 듯 가관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존재와 생각을 세상 천하게 강력하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수백만 인파의 일원이 되여 태극기와 초불 파도타기를 계속하면서 갑자기 이 나라 국민이 되고 싶은 생각이 처음으로 가슴을 파고 들었습니다. 

나를 길러준 조국은 서해안 넘어 아시아 중앙에 자리잡고 있은 중화인민공화국입니다. 그곳에는 나를 이 세상과 이어준 탯줄이 묻혀 있고 나를 낳아준 어머니의 골회가 묻혀 있습니다. 그곳의 일초일목에는 어린시절 나의 소박한 꿈들이 담겨 있고 그곳의 사람들은 우리를 이방인 취급을 하지 않고 넓고 선량한 마음으로 우리를 포근하게 품어서 키워 주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나라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와 정권을 수호하려고 촛불을 들고 한결같이 거리에 뛰쳐나와 일사분란하게 시위하는 모습은 어려서부터 사회주의교육을 받아온 나의 심금을 처음으로 세차게 울려주었습니다. 이것이 민주주의 나라구나. 비록 아직 미흡한데도 있고 때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도 하지만 국민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정부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대통령도 잘못하면 국민의 힘으로 끌어 내리는 것이 민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정말 좋은 체험이다, 안 왔으면 후회할 번 했다” 나와 친구는 이런저런 감회를 주고 받으며 지하철에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이곳을 떠나려고 자리를 차고 일어났습니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고 반포대로옆 골목에 들어서니 골목에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파리바게트가게에는 불빛이 찬란하고 호프집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호프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해장국 집에 들려 식사를 하면서 거기 손님들과 같이 흥미진진하게 그날의 서초동집회를 생방송하는 장면도 보고 우리는 전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전철역에 들어서니 우리처럼 일찍 집으로 향한 발길들로 전철역이 이미 비상사태였습니다. 전철역 안에서도 “검찰개혁, 조국수호”를 웨치는 소리가 귀가에 드문드문 들려왔습니다.
신길역에 내리니 여의도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한결 상쾌하였습니다. 그 시각 여의도에서는 불꽃축제가 막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늘에서는 불꽃이 아름답게 피여 나고 땅위에서는 집회가 한창 열기를 올리고 있고 더 좋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하여 이 나라 국민들의 축제와 집회는 내일도 계속 될 겁니다.

*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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