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미란 시 ‘노르웨이 전나무’의 시문학 특징
상태바
곽미란 시 ‘노르웨이 전나무’의 시문학 특징
  • 동북아신문
  • 승인 2019.10.04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서림
왼쪽 첫 사람, 곽미란 시인

[서울=동북아신문]2019호미중국조선족문학상에 재한동포문인협회 소설분과 부분장 곽미란의 시 ‘노르웨이 전나무’가 선정돼 중국조선족 시단이 놀라고 있다. 중국 조선족 시단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 같다. 그런데 최재목 심사위원장의 아래 심사평을 들어보면 모두 수긍이 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 심사평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 작품은 북유럽,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처럼 시적 공간을 펼쳐 놓았으며 그 사이에 오로라, 전구, 추억, 슬픔 , 빗방울, 바람, 소망, 하늘, 풀벌레, 파티같은 삶의 필수적인 환경(여건)과 그를 둘러싼 감정이 변화로 채우고 있다.

시어들이 다소 진부한 느낌을 줄 수도 있겠으나 제목의 침신성, 그리고 한 편의 시를 엮어 가는 능력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중국조선족이라는 특수성과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닌 '목적 없는 여정'의 노르웨이 전나무는 어딘지 모르게 푸른 기개가 있으면서도 안착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오버랩됨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 시의 시적 기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시는 전반에 걸쳐 상징적인 수법을 능란하게 쓰고 있다.  “노르웨이 전나무”는 말 그대로 “북유럽”을 떠나 “뉴욕”으로 이주한 디아스포라 삶을 살고 있는, ‘알록달록한 전구 알을 치렁치렁 휘감고/세계에서 제일 큰 크리스마스트리로 변신”할 만큼 뛰어난 “이민자”의 형상이다. 그러나 “파티”가 끝나면 또 어딘가 누구를 위해 준비된 ‘파티’를 위해 “실려”가야 한다.
 
자의만이 아닌 타의적인 것이 동반된 삶 그 자체다.  이는 중국조선족의 불안한 삶 뿐만 아닌, 글로벌 세계 속의 디아스포라 삶에 점철되어 있는 생존자들의 빛과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다음, 이 시는 스토리형 시다. 삶의 이야기를 시적으로 형상화한 시이다.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당신의 이야기 될 수도 있는, 이민자들의 스토리를 시적 언어로 집약해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심사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듯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르웨이 전나무”는 참신한 시 제목처럼 시적 형상이 침신하고 또 스케일이 크다. 시를 읽고 나면 마치 참신한 언어들이 시 전반에 알록달록한 전구들을 주렁주렁 달아놓고 패션쇼에 나서는 멋진 모델을 분장해서 내놓은 모습을 보는 듯싶다.

물론 심사위원장이 밝혔다 시피, 어딘가 약간 스토리가 진부한 느낌을 주고, 또 시의 함축성의 결여로 시구가 약간 성긴 감도 주고 있지만, 위의 장점들로 그런 부족점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곽미란 시인의 수상을 축하 드리며 정진을 기대한다.

또, 이는 재한동포문인협회, 나아가 재한조선족문학창작위원회의 자랑이 됨을 기쁘게 생각한다.
 
수상 축하 차 행사에 참석한 재한동포문인협회 소속(왼쪽부터) 박춘혁 부회장, 배영춘 수필분과 부분과장, 곽미란 작가, 량영철 소설분과장, 연변일보 장경률 논설위원(포항문학제 중국측 협력 대표), 박수산 시분과 부분과장 등 순이다.
수상 축하 차 행사에 참석한 재한동포문인협회 소속(왼쪽부터) 박춘혁 부회장, 배영춘 수필분과 부분과장, 곽미란 작가, 량영철 소설분과장, 연변일보 장경률 논설위원(포항문학제 중국측 협력 대표), 박수산 시분과 부분과장 등 순이다.

노르웨이 전나무

곽미란
 
북유럽의 겨울을 그대로 품고 왔다
투명한 햇살과 깨끗한 공기를
차가운 눈바람과 황홀한 오로라를
몇 백 년 동안 간직했던 너의 꿈도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에서
너는 알록달록한 전구 알을 치렁치렁 휘감고
세계에서 제일 큰 크리스마스트리로 변했다
5만개의 전구에 일제히 불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환호하고 천사가 날갯짓을 한다
 
그들은 알까
너의 추억이 아롱진 햇살을
너의 슬픔이 간직한 빗방울을
너의 소망이 잠재운 바람을
하늘을
구릉을
풀벌레를
흰 눈을
 
화려한 파티가 끝나면 또 어딘가로 실려 갈
목적 없는 너의 여정을
 
 
[부록]

호미문학상 수상소감
-만원의 행복
곽미란
 
수상소식을 접할 당시 저는 며칠 간의 여행을 마치고 연길•단동행 고속 열차 안에 있었습니다. 조금 전에 확인한 다섯 장의 로또가 전부 꽝이어서 살짝 실망을 하고 있었던 참이었지요. 그런데 대상 수상이라니요? 제일 처음 든 생각이 어, 나 복권 당첨 됐네? 였습니다.

올해는 시를 별로 쓰지 않았습니다. 막 소설 쓰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이 시점에 아이러니하게도 시로 상을 받았네요.

대상 한 번 받았다고 해서 시인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이 무슨 벼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로또를 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한 주일에 만원으로 두 장씩 꾸준히 샀습니다. 꼭 당첨되어 부자가 되려고 로또를 사는 건 아닙니다. 복권 판매로 모은 재원은 사회적 가치가 있는 사업에 쓴다고 하니, 만원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데 뭘 더 주저할 게 있겠습니까. 문학 창작 또한 저는 로또를 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상을 바라지 않고 꾸준히 쓰다 보면 언젠가는 행운이 차례 지기도 하고 또 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창작 행위 그 자체로 행복하지 않을까요.

이번 여행에서 저는 국내성, 광개토대왕비, 대종교 삼종사 묘역, 발해의 중경현덕부를 둘러보았는데 이런 것들은 제가 작가로서의 사명감에 한층 눈을 뜬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행에서 얻은 수확도 큰데 수상까지 겹쳐서 기쁨이 배가 되었습니다. 500만원이라는 상금 또한 저의 생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저의 글을 대상으로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수상의 기쁨은 오늘까지 누리고 내일부터는 노르웨이 전나무처럼 다시 인생의 여행길에 오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9월 19일 서울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