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카는 왜 전철에 몸을 던져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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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카는 왜 전철에 몸을 던져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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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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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3-12-4

지난 11월11일 오후 7시28분, 외국인 한 사람이 지하철 8호선 성남 단대5거리역 승강장에서 20여분 동안이나 서성거렸다.

이어 전동차가 진입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리자 결심했다는 듯이 선로에 뛰어내렸고 달려드는 전동차를 향해 무겁게 한걸음 한걸음 걷기 시작했다.

결국 목과 팔뚝이 잘라진 채로 처연하게 한국에서의 꿈을 접었다.

이는 역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녹화된 내용 그대로다.

정부는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서 합법화 대상에서 불법체류 4년 이상인 외국인노동자와 중국동포들을 제외시켰다.

그리고 2003년 11월15일까지 한국을 떠나지 않을 때에는 체포해 강제추방한다고 발표했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라디오 생방송에 나가 “강제추방이 시작되면 단속을 피해 2층 3층에서 뛰어내려 머리가 터지거나 두다리가 부러진 채 피를 흘리며 기어 도망을 치는 등 많은 희생자들이 생겨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방송을 마치고 나와 휴대폰을 켜자마자 연달아 경찰과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하였다.

성남에서 외국인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는데 어느 나라 사람인지 신원이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단숨에 달려가 시신을 확인했고 주머니에 있는 명함으로 연락을 한 결과 스리랑카인 다라카(32)로 밝혀졌다.

한국에 온 지 7년이 되었고 사장님과 동료들에 의하면 4년 이상 불법체류자 강제추방으로 인해 고민을 하던 중 끝내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다라카는 지난 1996년 1월11일 한국 땅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했고 현재까지 4년째 ㅎ산업에서 일했다고 한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찾아온 사장님은 펑펑 눈물을 쏟으면서 “우리 공장을 살리고 일으킨 것은 스리랑카 사람들입니다.

나도 한국사람이지만, 한국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다라카는 일을 아주 잘했습니다.

다라카가 왜 죽어야 했습니까 단속이 시작되는 16일부터는 방을 얻어 친구들과 같이 숨어 있겠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외국인노동자 친구들은 어떻게 합니까 우리 아이들에게 무어라고 설명해야 합니까” 다음날 아침 또 다른 비보가 들어왔다.

김포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인이 목을 매달아 죽었고 다음에는 배에서 뛰어내려 죽고…. 언제까지 죽음의 행렬이 이어져야 하는 걸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주들은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는 내년 8월까지의 공백기에 12만여명을 추방시키면 인력난은 두배로 가중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4년 이상 된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한국어에도 능숙하고 숙련공들이 되어 있는바 이들을 계속 고용하면 기업주도 살고 외국인도 살고 국가경제도 사는 상생의 길이 열린다.

정부에 대해 지금이라도 강제단속과 추방을 즉각 중지하고 불법체류자 전원에 대해 합법화해줄 것을 요구한다.

김해성 목사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소장 문의 011-239-8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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