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연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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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연재2)
  • 김석
  • 승인 2006.11.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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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가 양력설이니, 자식 된 도리로서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들에게 안부 전화를 드려야지요.

아니면 후레자식이지요..^^

인간의 도리야 까마귀가 제일 잘 압니다. 하지만,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까마귀 어머니는 반년 전부터 아들에게 둘째 며느리를 소개해준다며 야단입니다. 전화만 하면 그 소리니 전화하기가 무섭습니다. 

말도 마십시오. 싫다는데도 언젠가는 우편으로 아가씨들의 사진을 열두 장이나 보내왔습니다.

보낸 온들 뭐합니까? 그림의 떡이지요.

백수나 다름없는 나에게 하늘의 선녀가 시집온들 무슨 수로 잡아두겠습니까? 나무꾼이 선녀의 옷을 훔치면 성공한 겁니까?

요즘 선녀들은 발가벗고도 하늘로 잘만 날아올라가던데요. 

- 날 잡아봐라..^^ 

문제는 우리 어머니가 여자 보는 눈이 나와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보내온 사진을 보고 까마귀님은 그만 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까마귀의 이상형은 일본말로 말하면 '가와이이'입니다.

고양이처럼 두 눈이 또렷또렷하고, 허리가 유연한 그런 스타일인데, 대신 어머니가 좋아하는 며느릿감은 복숭아처럼 생긴 푼더분한 아가씨입니다.

하루 빨리 손주를 보고 싶은 그 마음을 모르는 거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제 자식 체중에 맞게 찾아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험, 어험... 까마귀는 용기를 내어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어머니, 둘째입니다. 내일 모레면 설인데, 설 준비는 되었습니까?”

“양력 설이 무슨 설이냐. 아버지와 같이 노인네들 모임에 가기로 했다. 넌 언제 오는 거냐? 음력설에는 오겠지?”

“예. 음... 이번 설에도 삼촌이랑 고모랑 온답니까?” 

“못 온다고 기별이 왔더라. 삼촌이랑 고모네들도 자식들이 가정을 일궜으니 이젠 제집에서 설을 쇨 거 아니냐. 하나 물어보자, 이번에도 혼자 오는 거냐?” 

“음… 혼자.”

왠지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왜 서방 안 가고 지랄이야. 그 잘난 글은 그만 쓰고 빨리 서방이나 가. 공부도 서방 잘 가라고 시킨 거 아니냐. 이럴 줄 알았으면 농사일이나 시켜 일찍이 서방 보낼 거 그랬구나.”

까옥~, 우리 어머니 또 시작입니다. 

“어머니, 서방 같은 건 때가 되면 어련히 가지 않을려구요. 어머니의 아들이 어디 못나서 장가를 못 갑니까. 아무 근심 마십시오. 때가 되면 누구보다도 더 멋지게 갈 겁니다.” 

“이봐, 둘째야, 억지를 부리지 말고, 북경에 여자가 없으면 엄마가 연길에서 찾아볼까. 중매가 많이 들어온다. 박사도 있고, 석사도 있고, 의사도 호사도 있다. 너 옛날에 호사가 좋다고 했지. 김선생네 막내딸이 의과대를 나왔는데, 너도 알잖아. 참 예쁘게 번졌더라. 설에 와서 한번 만나보지 않겠니?”

“필요 없습니다. 어머니, 결혼대상은 나 절로 찾을 겁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아무 근심도 말고 나에게 맡기면 됩니다.” 

“나이가 지금 몇인데, 근심하지 않게 되었니? 소개하는 건 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 하고, 대체 갈 거냐, 말 거냐.” 

“어머니, 근심 마시란데두요. 여기 북경에 나를 따르는 아가씨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어머니가 필요하다면야 이번 설에 하나 골라 데리고 가겠습니다.”

“너 또 거짓말 하는 거지.”

까마귀 어머니는 큰아들의 말은 돼지가 쇠새끼라고 해도 다 믿지만, 이 둘째의 말은 죽어도 안 믿습니다.

“어머니, 거짓말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마음에 드는 제일 멋진 며느릿감을 하나 골라 데리고 갈 겁니다.” 

“엄마가 너의 말 어떻게 믿겠니? 넌 이 어미에게 신용을 잃었어. 언제는 일본에서 곱살한 일본 여자를 데리고 와서 여자 친구라고 하더니, 알고 보니 술집 아가씨였잖아. 너 이 나쁜 놈, 또 그 짓 할려구?”

“어머니도 참, 그런 거는 젊었을 때 어쩌다 한번이지, 이 나이에 부끄러워 어떻게 다시 그런 짓을 합니까. 이번에는 믿어도 됩니다. 설에 겨드랑이에 하나 차고 가면 되지 않습니까. 근데, 어머님의 요구에 안 맞을 가봐 근심입니다.” 

“요구야 뭘, 네가 좋으면 되지. 하여튼 먼저 데려와 봐.”

“알았습니다.” 

“이번에는 진짜겠지, 믿어도 되는 거지?”

“넵.”

까마귀님은 바로 이 때라고 생각하고 정중히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아버지 어머니, 새해에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앉으십시오.”

“너나 오래 살거라.”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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