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붉게 타는 丹楓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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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붉게 타는 丹楓처럼!
  • 유순호 기자
  • 승인 2006.1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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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조선인 작가 유순호

이제 조금만 있으면 봄에 피어났던 滿山遍野의 온갖 생명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열매 맺고 그 결실을 축하하려 멋진 丹楓이 하늘과, 땅과, 산과, 들을 뒤덮을 것이다. 이 좋은 丹楓 드는 가을의 흐드러지는 絶頂을 만약 누구라도 만끽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점점 차가와가는 가을이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바람은 신선한데, 어느덧 초록이 지치다지치다 丹楓 드는 이 익어가는 가을의 그리움이 나를 잠재우지 않고 이 밤에도 내가 사랑하는, 나의 여자를 사뭇치게 그리게 만든다면, 나는 滿山紅葉으로 붉디붉게 타는 가을 山에 가지 않아도 좋다.

그 가을 山에서 층층 암봉마다 突然한 誘惑처럼 불타는 丹楓을 보지 못해도 좋다. 그리고 그 고운 丹楓 잎에 비끼는 가을 햇살을 받지 못해도 좋다. 또 그리고 한바탕 丹楓이 훑고 지나간 이 晩秋의 늦가을 山에 壯觀으로 너울대는 은빛꿈을 보지 못해도 좋다.

丹楓이 익어가는 소리가 막 들려오는 이 고요하니 즐거운 밤에 만약 초롱초롱 맑게 괸 샘물 같은 눈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는 必是 여름내 푸르렀던 나무들이 붉은 색으로 곱게 치장을 마치고 요염한 자태로 나의 앞에 나서는 丹楓같은 여자가 아닐수 없다. 방금 샤와를 마치고 아직도 몸에 이슬같은 물방울이 반짝이는, 그런 빛나는 찬란한 열매가 과연 이 가을에 나에게서도 맺혀지려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정말 사랑이라는 것이 丹楓처럼 익는 멋은 좋은데, 다시 丹楓처럼 금방 시들으고 秋風落葉으로 스러져가는 것이라면 나의 슬픔은 더 이루다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 丹楓을 사랑하면서도 丹楓과 만나기 저어하는 까닭은, 사랑은 차라리 丹楓처럼 새파랬다, 새빨갰다, 새노랬다하기 보다는 늘 한가지 색으로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念願을 품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丹楓이라도 丹楓들지 말고 높은 산 頂上의 소나무 처럼 언제나 홀로 지내며 다가 오는 그리움을 위해 그 자리를 지키며 늘 변함없는 마음이 되어준다면, 나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그래 이 밤에도 바람이 불어 오는 별빛 총총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늘과 함께 익어가고 있는 내 마음의 丹楓을 그리는 것이다.

아, 丹楓같은 여자, 내가 사랑하는 그 여자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문득 가을의 문턱에 다가섰음을 느끼게하는 파란 하늘과 같은 매력으로 소리없이 다가와 나를 誘惑한다. 파란 하늘, 따사로운 햇살아래서 웃고 있는 그 여자의 이쁜 얼굴과 아름다운 가슴에서는 또 언제나 가을바람이 불어올라는지, 아니면 또 언제나 그 가슴에서 짙은 녹음을 뽐내고 푸른 숲과 같은 맑은 눈속에서 막 익어가는 丹楓처럼 넉넉하고 고향집 같이 아늑하게 나의 그리움속으로 소리도 없이 조용히 다가와줄 것인가!

그리움으로 타는 이 밤이 아직 샐 때가 멀고 사랑하는 나의 여자와 만날 때도 아직 되지 않았다. 이제 나는 누가 물빛까지 빨강으로 물들이는 秘境의 丹楓을 준비하고 와달라고 청해도 가지 않는다. 오곡이 무르익고 단풍이 곱게 물드는 수확의 계절이자 결실의 계절, 조석으로는 바람결이 한결 선선하다 못해 오싹함까지 느껴지는, 그래서 낮에는 아직 늦여름의 殘暑가 기승을 부리는 이 丹楓속으로 누가 오라고 청해도, 누가 나랑 함께 丹楓의 햇살 밑에서 알몸을 내놓고 살을 부비자고 해도 그 같은 雅量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묻노니, 뉘라서 丹楓은 죽음의 序曲이라고 했느냐, 뉘라서 生命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했느냐, 뉘라서 빨강, 노랑, 갈색 등의 단조로운 색채만으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人間事를 아로새기듯이 지금 이 산과 저 산에서 인생의 마지막 濃艶으로 활활 불타고 있는 것이라고 했느냐, 저기를 보아라, 끝없이, 또 끝없이 붉게 타는 저 사랑의 神秘, 붉게 타오르는 丹楓 아래서 벌써 여자는 어느 새로 나의 앞에서 샤와마친 몸을 닦으며 방긋이 웃어보이고 있다. 한번 웃을 때마다 丹楓 잎이 하나, 둘씩 떨어지고 있다. 시나브로 부는 바람에 단풍잎이 우수수 날린다. 표정이 애틋하다.

여자여, 그러나 떨어지는 단풍을 보고 슬퍼하지는 마라. 바람이 단풍잎을 때렸다고 탓하지도 마라. 잎은 피었을 때부터 이미 丹楓이 되고 落葉이 되어 떨어지는 그 必然性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더냐, 내가 만약 이 丹楓 익는 가을에 기다림을 배워내지 못한다면 나는 희망도 행복도 다 잃어버릴수도 있게 되지 않겠느냐. 때문에 이 丹楓과 함께 기다림은 기다림을 낳고 그 기다림 끝에 또 기다림이 있음을 나는 받아들이고, 기다림이라는 인내를 배워가면서 잠시나마 어두운 터널 속에서 반드시 희망과 광명을 바라고 자맥질해 갈 것이다.

오로지 丹楓으로 물든 나의 사랑하는 여자만 있으면, 언젠가는 그 불길이 丹楓과 함께 스러져버릴 것이지만, 나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이렇게 그리움을 배우고, 그리움을 익혀가며 사는 동안 여자로 思索하고 사랑으로 省察하는 내 마음의 丹楓은 결코 스러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름답긴 하지만 향기가 없는 丹楓, 그 자신이 매달려 있는 삶과 죽음의 境界에서 언젠가는 스러져가는 丹楓의 황홀한 悲感을 극복하고, 떨어져 나뒹굴면 처연하게 아름다워지는 이 晩秋의 계절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모든 고난을 이겨낼 것이다. 내일을 향하는 출발선에 매달려 忍辱과 慈悲. 華嚴을 믿고 丹楓 익어가는 소리를 귀에 들으며, 사랑하는 내 여자를 마음속에 그리며…(www.nyk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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