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를 당한 경우에는 회사가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해야
내가 임금 등 노동문제를 상담해 온지가 어언 6년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내가 상담한 사람 중 진정서를 만들어 노동부지방사무소에 우송한 수가 수백 명에 이르고 구두로만 상담해 준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은 1500명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78명이 4억 9천2백만 원의 체불임금을 받았지만 244명의 진행 중인 사람을 제외하고 42명은 사업주가 도산이나 도피 또는 행방불명 등으로 포기하였고, 그 외 해결되지 아니한 117여명의 사업주는 검찰에 송치되어 처벌(주로 벌금형)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껏 노동문제를 상담해 오는 동안 놀라운 일은 동포들이 받을 임금에 대하여 너무나 순진한 행동을 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체불임금 청구를 하지 않고 설마 주겠지 하는 순수한 심정으로 지내오고 있었다. 물론 임금을 청구해도 주지 않는 사업주도 있었지마는 말이다. 한 예로 안복래 씨는 근 1년 간 일을 하면서도 한 푼의 임금도 받지 않고 근무하였고 임금지급 요구를 하면 계속 미루기만 하므로 언젠가는 주겠지 하는 심정으로 1년여 간을 근무하였다고 한다.
상당을 한 후 안복래씨는 노동부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황 모 근로감독관이 적극 노력하여 1, 2차에 걸쳐 400만원, 그 후 지금까지 200여만원 도합 600만 원을 받게 되었고, 나머지는 매달 몇 십 만원씩 송금해 주기로 처리하였다. 이런 사례를 들자면 수없이 많다.
임금이란 근로자의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보호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체불임금 처리는 신속히 처리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체불임금을 해결하자면 민사소송(재판)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법이 있으나 소송은 긴 시일을 요하게 되며 소송비용도 무시할 수 없기에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비용이 들지 않고 신속히 처리하게 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가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제도로 ‘근로기준법’이라는 특별법에 의거 노동부에서 ‘체불임금 지불명령’이라는 행정행위를 하게 되고, 그래도 체불임금을 청산하지 않으면 그 사업주는 법에 따라 지방검찰청에 송치되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체벌임금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검찰에 송치되면 노동부에서 근로자를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종결되므로 이 후에는 소송을 제기하는 길 밖에 없게 된다.
이때에는 이 사건을 처리한 지방노동사무소에서 발행해 주는 ‘체불임금확인원’이라는 증명서를 발급 받아서 지방검찰청 내에 있는 법률구조공단으로 찾아가 소성제기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이때 모든 비용은 무료이며 다만 인지대와 송달료 등이 몇 만 원 정도 들게 되며 이와 같은 방법이 가장 빠른 소송 진행 방법이므로 혹시라도 송치된 사건이 있으면 이 같은 방법을 취하는 것도 체불임금 해소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꼭 검찰청에 송치된 사건만 ‘법률구조공단’에 의뢰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2000만 원 이하의 소액 체불임금을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지 않고서도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므로 어느 방법을 택할지는 당시 상황에 따라 신속히 판단해 결정, 실행해야 할 것이다.
상담하러 오는 사람 중에는 사업주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알려주면 상담실에서 체불임금을 받아다 주는 것으로 알고 찾아오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심지어는 사장 이름도 모르고 전화번호만 알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사장 인적사항(이름, 주소, 전화번호, 회사명 등)을 알아야 된다고 하면 그걸 알면 본인이 찾아가서 받아내지 무엇하러 이곳까지 상담하러 오느냐고 오해를 하는 동포들도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상담해 주는 것이지 임금을 받아주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근로하는 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어 다음과 같이 참고 사항을 기술하니 유념하여 실천하면 후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이 된다.
첫째, 사업주(사장) 인적사항을 잘 알아놓아야 한다. 사장 이름, 회사명, 회사주소, 전화번호 등을 잘 적어서 보관한다.
둘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공사내용에 따라 건축공사(아파트, 빌딩, 공장, 주택, 창고 등), 토목공사(도로포장, 철도, 교량, 상하수도, 조경, 도시가스 등)의 공사명칭(예: XX회사 XX아파트 신축공사, 또는 XX빌딩 신축공사)을 현판이나 현수막에 적어서 달아놓았을 것이므로 이를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공사명, 원청회사, 하청회사, 오야지, 공사장소 등 인적사항을 적어놓는다. 그리고 건설공사가 일 할 때에는 하청을 받으면 임금이 아니고 공사대금이 되어 채권채무가 성립되므로 민사소송으로만 구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급적 오야지 밑에서 일할 때에는 하도급 계약서 사본을 요구하고 계약서 사본을 교부받은 후에 일을 시작한다.
셋째, 회사에 근무하는 기간, 체불임금액 등은 기억에 의존치 말고 꼭 기록하여 보관하고 임금을 받았으면 ‘급여지급명세서’라는 것이 있으므로 이 급여 명세서는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해두면 후일 중요한 증거자료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넷째, 임금채권은 3년이 경과하면 시효만료로서 소멸하게 되므로 이때에는 임금청구권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도록 청구권 행사는 수시로 하되, 구두나 전화는 증거가 되지 못하므로 문서(노동부에 진정서 제출, 우체국을 통한 내용증명 발송, 지불각서 재발급 등)로 해야 시효중단의 효과가 있으므로 소명 시효에 걸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때에는 ‘업무상재해’라 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통상 ‘산재’라고 함)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 관할 각 지사에서 치료와 보상 등을 무상으로 해 주는 것이므로 회사에서 자체처리 하겠다고 하더라도 산재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고 회사에서 거절하면 근로복지공단 관할 지사에 직접 가서 신고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승인을 받게 되면 그로부터는 안심하고 요양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체불임금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주저하지 말고 노동부 관할 지방사무소에 직접 가서 구두 진정이나 상담을 해도 되므로 사업주의 도피 또는 도산의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신속을 요하므로 즉시 노동부 근로감독과로 가서 호소하면 처리기일이 단축될 것이다. 따라서 1주일에 2회 밖에 기회가 없는 우리와의 상담을 고집할 게 아니고, 일요일이 아닌 공무원 근무시간에는 언제라도 방문하여 상담을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같은 방법을 택하는 것도 무방하리라 본다.
6년이 넘게 상담해 오면서 그 간의 느낌 점들을 두서없이 간략하게 기술함을 송구하게 생각하고 나에게 상담해온 모든 이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 점 아쉬워하면서 아무튼 우리 동포들이 체불임금이 발생하지 않기를 빌며, 항상 여러분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