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풍류는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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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풍류는 즐겨라!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6.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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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들은 저 당조의 유명한 이태백(李太白)의 '춘야연도이원'(春夜宴桃李園)이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는가? 거기 서시(序詩)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한 구절이 내 마음을 붙잡는다.  



                                          부평초와 같은 인생 꿈만 같으니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즐거운 날이 며칠이나 되리오.



   옛날 사람들이 촛불을 켜 놓고 밤이 새도록 놀았던 것도 얼마나 인생이 짧았으면, '밤이 새는 것도 잊은 채' 즐겼던 것일까? 이것을 되돌아 생각해 보니, 이제는  나의 인생도 꿈속에서 이루어진 일들처럼 막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낮에 있었던 일보다는 보다 밤에 있었던 추억들이 더욱 별빛처럼 되살아난다. 그리고 밤가운데서도 특히 여자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더욱 잊어지지 않는 것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의 한 허리를 베어 내어
                                          봄바람처럼 향긋하고 따스한 이불 속에서
                                          서리 서리 넣어 두었다가
                                          정든 님이 오시는 밤이면 굽이굽이 펼쳐 내어
                                          그 밤이 더디 새게 길게 길게 이으리라.


   이태백 말고도 정든 님을 만나 지냈던 밤의 덧 없음을 한탄한 조선의 기생 황진이(黃眞伊)의 노래가 또 있으니, 이태백이 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사랑하고 황진이가 밤을 읊조린 것처럼 나도 밤 하늘의 아름다운 달을 바라보며 마음에 좋아하는 여자와 만나 사랑의 꽃을 피웠던 밤이 왜 그리 빠르게 지나가는지를 아쉬워 했던 원인을 알 것 같다. 하여튼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날 때 즐거움을 주는 밤은 좋다. 대신 여자를 만날 수 없는 밤에는 더욱 외로워 고독함을 가져다 주기도 하는 밤을 보내기 위하여 '포장마차'로 놀러가는 친구들을 자주 본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연말연시의 플러싱 '포장마차'들은 한번 가볼만하다. 아기씨들을 마련해두고 있는 술 집에다가, 노래방, 그리고 까페까지 짬뽕시킨 종합형(綜合形) 포장마차, 여기에 다니는 대부분 사내들의 '애인유무'(愛人有無)를 척도로 삼는다면, 우리 뉴욕의 중국출신 조선인 동포 남성들은 대부분이  '3등 남자'(三等男人現用現遭) 범주에 소속된다고나 볼까?



   여기서 '1등 남자들은 집 밖에 집이 있다'(一等男人家外有家)고 했으니, 융자도 없는 순수 자기 집을 갖고 사는 부자 동포들은 아마도 거의 없는 까닭이고, 대신 '집 밖에 꽃을 갖고 있는 2등 남자'(二等男人家外有花)들은 좀 되는줄 안다.



   고정 직장을 가지고 높은 주급을 받으면서 잘 나가는 남자들이 바로 '포장마차'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당장에서 쓰기 위하여 당장에서 찾는'(現用現遭) '3등 남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오늘은 그 바로 '3등 남자'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비록 '포장마차'에서 만나는 여자들일지라도, 절대로 장난처럼 대하지 말아라! 촛불이 타면서 어둠을 밝혀 주듯이 돈을 주고 사는 짧은 밤에 여자를 만났을 때는 청춘을 생각하며 불꽃을 피우라!'



   그러면 그대는 곧 찌물쿠는 긴 여름의 가슴 허비는 고독을 화사한 봄 날에 느끼는 밤의 환희로 바꿀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 없는 고독한 밤은 지루하고도 긴데 비해, 술 마시고 여자를 만나고 노래 부르고 춤 추는 밤은 야속하리 만큼 짧다. 더구나 피 땀 흘려 번 돈으로 사는 금싸락 같은 밤이다.



   그러니 지루하고 긴 밤의 허리를 베어 두었다가 야속하리 만치 짧은 여자를 만나는 밤을 길게 길게 쓰기 바란다. 결국 밤을 어떻게 보내는가는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있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에, 여자에 주린 사내들이 밤을 보내기 위하여 찾아가고 있는 '포장마차'나 그리고 우리 모든 동포들이 생활하고 있는 뉴욕의 공간공간들마다 결국 잠깐 잠깐씩 쉬었다가 가는 인생의 여관이라고 할수도 있는것이다.



  당조(唐朝)가 이택백이 술 마시면서 노래 부르고 갔던 쉼터였다면, 황진이라는 기생은 조선이라는 공간에 잠시 쉬었다가 사랑의 꽃을 피우고 난 후에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여인숙이라고 할수도 있는 것이다. 자, 이제는 제씨들에게 하고픈 말을 남군다.

   인생 수십년이 한순간의 쉼터나 하룻 밤의 여인숙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라!

   생각하면서 2006년 새해에도 우리는 저저마다 능력껏 풍류를 즐겨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해야 겠다. 시시껄렁한 윤리니, 도덕이니, 정조니 하는 위선의  모든 가면구는 다 집어치우자. 모두 사랑의 꽃을 피우기 위해 긴 겨울 밤의 허리를 잘라 짧은 봄날의 밤에 이으려는 마음으로, 낮에는 땀 흘려 일하고, 밤에는 또한 재간껏 여자도 만나가면서 앞에 놓여져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이태백이 그러하였고, 황진이가 그러하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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